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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의 초상, 마지막 지하디스트


프레빌 46주 전 잡담 | 반응 : 중립적 | 댓글 7

호라산 고원, 새벽 3시 17분.


가요마르트 다르위시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안대를 벗은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빈 눈구멍. 그곳에서 고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감염이었다. 이미 3개월째 진행 중인.


방사능 폭풍이 지나간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처는 곪아가고 있었다. 의료진들은 수술을 권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고통이야말로 그를 예리하게 만드는 도구였으니까.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제거해야 했고, 역설적이게도 고통만이 그 목적을 달성하게 해주었다.


그는 아무 표정 없이 소독약을 부었다. 격렬한 통증이 온몸을 관통했지만 신음 하나 새어 나오지 않았다. 이미 2,400번째 아침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고통. 그것이 그의 기도였다.


고통마저도 통제해야 할 변수에 불과했다. 그는 스톱워치를 눌렀다. 정확히 47초. 어제보다 3초 짧아졌다. 좋은 징조였다. 감각이 더욱 무뎌지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책상 위에는 봉인된 서류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가 직접 작성한 문서였다.


「지침 77: 본인의 능력 저하 시 후계 절차」


내용은 간단했다. 자신이 더 이상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없을 때, 스스로를 제거하고 미리 선정된 후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절차. 감정이 배제된 건조한 문체로 자신의 죽음을 계획한 문서였다. 심지어 시체 처리 방법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화장 후 재를 바람에 날려 보낼 것. 그 어떤 우상화의 여지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이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그는 믿었다. 자신조차도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만이 진정으로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


'이슬람 드워프 평의회의 최종 승리.' 


그는 문서를 금고에 넣으며 생각했다. 그것만이 유일한 진리였다. 자신의 생명도, 명예도, 심지어 사후의 기억마저도 그 목표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누군가는 그를 광신도라고 부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차라리 광기가 아닌 절대적 이성이라고 불리고 싶었다. 감정을 완전히 차단하고, 오로지 논리적 계산만으로 판단하는 완벽한 기계. 그것이야말로 이 절망적인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리고, 아마 그는 이 세상을 상대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유일한 드워프였다.


그의 시선이 책상 위 또 다른 문서로 향했다. 


「인구 순수성 5개년 계획 - 최종안」


첫 페이지를 넘기자 충격적인 숫자들이 나타났다. 현재 이란 영토 내 인간 인구: 4만 3천. 드워프 순혈: 5만 7천. 드워프 혼혈: 1만 8천. 기타 잡종: 3천.


5년 후 목표: 순혈 드워프 5만 7천명. 나머지는 0.


오전 5시. 다르위시는 대모스크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지상에서는 아침 기도가 시작되었다. 수천 명의 드워프들이 무릎을 꿇고 알라께 기도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맘이 바로 아래층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아니,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무지는 축복이었다.


90개의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다르위시는 각 계단마다 새겨진 코란 구절을 암송했다. 그의 뇌리에는 3,247개의 구절이 완벽하게 저장되어 있었다. 각 구절은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논리적 근거가 되었다.


철문을 열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포르말린과 표백제, 그리고 희미한 인간의 배설물 냄새. 하얀 타일로 뒤덮인 복도 끝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총 47개의 방,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방에서는 울음소리가, 두 번째 방에서는 기계음이, 세 번째 방에서는... 침묵이 흘러나왔다. 침묵이 가장 불길한 신호였다.


"이맘님." 


하얀 가운을 입은 드워프가 인사했다. 라힘 박사. 평의회의 '의학 연구' 책임자였다. 그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아직 신선한 피였다.


"진행 상황은?"


"17번 실험체가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라힘의 목소리에는 병적인 흥분이 섞여 있었다. "유전자 재배열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르위시가 작은 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수술대 위에는 인간 여성이 묶여 있었다. 아니, 한때 인간이었던 무언가가.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축소되어 있었고, 척추는 드워프의 그것처럼 굽어져 있었다. 하지만 머리는 여전히 인간의 크기였다. 비례가 맞지 않는 괴물이었다.


"의식은 있는가?" 다르위시가 물었다.


"예. 안타깝게도 완전히 있습니다. 진통제는...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여성의 눈이 창문 쪽으로 향했다. 그 눈에는 죽음보다 끔찍한 절망이 담겨 있었다. 죽고 싶지만 죽을 수도 없는 상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옥이었다.


"실패작이군." 다르위시가 단정했다.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시간이 더 있다면..."


"시간." 다르위시가 중얼거렸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겠나. 다른 방법을 찾아라."


"이맘님?"


"변환이 안 된다면 제거하는 수밖에.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라힘 박사의 얼굴이 일순 밝아졌다. 그에게 있어 '효율적인 제거'는 또 다른 연구 주제였으니까.


"독가스 실험을 재개하시겠습니까?"


"아니다. 너무 빠르다. 고통이 있어야 한다."


"이맘님?"


"그들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깨달을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충분히 고통스럽게."


그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각 방마다 다른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21번 방에서는 인간 남성에게 불임 시술을 하고 있었다. 마취 없이. 33번 방에서는 혼혈 드워프 아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전염병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44번 방에서는...


"새로운 정신 개조 기법입니다." 라힘이 설명했다. "뇌의 특정 부위에 전류를 흘려보내 드워프적 사고방식을 강제로 이식하는..."


"성과는?"


"피실험자가 완전히 드워프의 사고방식을 갖게 됩니다. 인간에 대한 혐오, 드워프에 대한 절대적 충성... 하지만 부작용이 있습니다."


"어떤?"


"인격이 완전히 소거됩니다. 사실상 빈 껍데기가 되어버려서..."


"그렇다면 성공작이군."


라힘이 놀란 듯 쳐다보았다.


"인격이 없다는 것은 저항의지도 없다는 뜻이다. 완벽한 노예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었다. 


승리,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오전 8시. 긴급 평의회가 소집되었다.


회의실은 차가운 형광등 불빛으로 가득했다. 12명의 평의원이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모두 순혈 드워프였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하산 압둘라가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호세이니의 보고에 회의장이 술렁였다. 하산은 평의회 부의장이었다. 다르위시의 오른팔이자,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였다. 40년 전, 방사능 폭풍 대피소에서 함께 굶주렸던 동지였다.


"이유는?" 다르위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의 왼쪽 눈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참석자 중 그것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모두 자신의 안전에만 신경쓰고 있었으니까.


"그의 아내가... 인간 혼혈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3대조 확인 과정에서."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다르위시의 반응을 주시했다. 그 역시 혼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할머니는 인간이었다. 모든 평의원이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권력이었다.


"몇 퍼센트인가?" 다르위시가 물었다.


"6.25%입니다." 호세이니가 대답했다. "증조할머니가 순수 인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르위시가 계산하기 시작했다. "하산의 딸은 3.125%, 손자는 1.5625%가 되겠군."


"그... 그렇습니다."


"미래의 오염원이 제거된 셈이다. 오히려 좋은 일 아닌가."


평의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다르위시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분노를 예상했는데 차가운 계산만이 돌아왔다.


"처리했나?"


"국경에서 체포했습니다. 현재 구금 중입니다."


다르위시가 일어섰다. "직접 만나보겠다."


지하 감옥은 대모스크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한때 지하철역이었던 곳을 개조한 것이었다. 방사능 폭풍 이후 지하철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갈 곳도 없었으니까.


하산은 3번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다.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한때 당당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며칠간의 고문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가요마르트..." 하산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다르위시는 의자를 가져와 하산 앞에 앉았다. 거리는 정확히 1미터. 충분히 가깝지만 공격받을 위험은 없는 거리였다.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다르위시가 대답했다.


"필요한 일?" 하산이 쓴웃음을 지었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우리 아이들을 죽이는 게 필요한 일인가? 내 아내는 드워프다. 99.9% 드워프야. 단지 0.1%의 피 때문에..."


"0.1%도 오염이다." 다르위시의 목소리는 얼음같았다. "너도 알고 있었을 텐데."


"기준을 우리가 정한 거잖아!" 하산이 소리쳤다. "처음엔 50%였어. 그다음엔 25%, 12.5%, 그리고 이제는 0.1%까지... 이런 식으로 가면 결국..."


"결국 완벽한 순수성에 도달한다."


"아니야!" 하산의 목소리가 금이 갔다. "결국엔 아무도 남지 않게 돼. 모든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딘가에는 인간이 있어. 너도, 나도, 모든 평의원도!"


다르위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다."


"그럼 너는?" 하산이 갑자기 소리쳤다. "너의 피는 깨끗한가? 네 할머니가 누구였는지 다들 알고 있어!"


다르위시가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냈다. 낡은 소비에트제 마카로프였다. 40년 전, 첫 번째 정화 작업에서 사용했던 바로 그 총이었다.


"알고 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제거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탕!


총성이 울렸다. 하산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뇌수가 뒤쪽 벽에 튀었다.


"...먼저 할 일이 있다."


다르위시는 권총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의 손은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그날 밤, 비밀 회의.


장소는 폐허가 된 텔레비전 방송국 지하였다. 한때 이곳에서 수천만 명에게 뉴스가 전해졌다. 이제는 네 명의 드워프만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회의를 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정원'을 가속화한다."


다르위시가 선언했다. 참석자는 단 네 명. 모사데크, 호세이니, 라힘 박사, 그리고 새로 임명된 부의장 자파르였다. 모두 절대적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정원, 이맘님?" 자파르가 물었다. 그는 아직 어렸다. 스물여덟. 방사능 폭풍 이후에 태어난 첫 세대였다. 이전 세계를 모르는 세대. 그렇기에 더욱 순수했다.


"잡초를 제거하고 순수한 꽃만 남기는 것." 다르위시가 설명했다. "3단계로 진행한다."


그는 칠판에 계획을 적어 내려갔다. 분필이 칠판을 긁는 소리가 지하실에 메아리쳤다.




"18개월 후면," 그가 돌아서며 말했다. "이 땅에는 순수한 드워프만 남을 것이다."


모사데크가 손을 들었다. "순수한 드워프라는 기준을 어떻게 정하시겠습니까? 현재 기준으로는 평의원 중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이다." 다르위시가 단언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완벽한 드워프 표준을 설정한다."


"그 표준에 맞지 않는 기존 평의원들은?"


"당연히 제거한다."


정적이 흘렀다. 모든 평의원이 자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맘님은?" 모사데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르위시가 미소 지었다. 차가운 미소였다.


"3단계가 완료되면, 나도 스스로를 정화하겠다. 마지막 오염원으로서."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모래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평선 끝에서 붉은 먼지구름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방사능을 머금은 모래들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었다.


"우리가 순수해질 때, 비로소 알라께서도 우리를 받아주실 것이다. 설령 그 대가가 우리 자신의 소멸이라 해도."


라힘 박사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맘님, 그렇다면... 결국 아무도 남지 않게 되는 것 아닙니까?"


"틀렸다." 다르위시가 고개를 저었다. "가장 순수한 존재 하나가 남을 것이다."


"누구입니까?"


다르위시가 자파르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직접 창조할 완벽한 드워프. 인공적으로 만든 순수 혈통."


자파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너는 시작에 불과하다." 다르위시가 말했다. "너를 통해 완벽한 복제체를 만들어낼 것이다. 감정도, 의문도, 저항도 없는 완벽한 드워프를."


"그것은... 그것은 더 이상 생명체가 아니라 기계입니다."


"바로 그것이다." 다르위시의 눈이 빛났다. "완벽한 기계야말로 완벽한 생명체다. 논리적이고, 효율적이며, 절대 실수하지 않는."



새벽 3시. 다르위시는 다시 거울 앞에 있었다.


감염이 악화되고 있었다. 의사들은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18개월이 필요했다. 그의 개인적인 시간표와 역사적 사명 사이에는 12개월의 간극이 있었다. 그것을 메워야 했다.


그는 서랍에서 실험약을 꺼냈다. 라힘 박사가 만든 것이었다. 라벨에는 'RT-7 프로토타입'이라고 적혀 있었다. 부작용은 끔찍했지만,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뇌종양의 진행을 늦추는 대신 극심한 환각과 고통을 유발했다.


첫 번째 주사를 놓는 순간, 그의 눈앞에 환영이 보였다. 하산이었다. 피를 흘리며 서 있는.


"우리가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가?" 환영이 물었다.


"드워프의 순수성. 이슬람의 진리." 다르위시가 대답했다.


"아니다." 환영이 고개를 저었다. "증오다. 너는 증오 그 자체를 위해 모든 것을 태우고 있어."


환영의 얼굴이 변했다. 하산에서 그의 아버지로, 다시 그의 어머니로, 그리고... 그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으로.


"넌 기억하고 있나?" 어린 다르위시가 물었다. "절멸이 오기 전을 ?"


기억했다. 물론 기억했다. 모든 것이 다르웠던 시절을. 인간과 드워프가 함께 살았던 시절을.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인간 청년이었다. 야세르. 


"야세르는 어디 있지?" 환영이 물었다.


"죽었다." 다르위시가 대답했다.


"누가 죽였나?"


침묵.


"너였지?"


환영이 사라졌다. 다르위시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는 두 번째 주사를 놓았다. 고통이 온몸을 휩쓸었지만, 그것도 곧 무감각으로 변했다. RT-7의 효과였다. 모든 감각을 차단시키는 대신 의식만은 또렷하게 유지했다.


세 번째 주사. 이제 환영이 더 선명해졌다. 야세르가 서 있었다. 25년 전 그 모습 그대로.


"왜 죽였어?" 야세르가 물었다.


"너는 인간이었다."


"그게 이유야?"


"유일한 이유다."


야세르가 웃었다. 슬픈 미소였다. "넌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무엇을?"


"내가 네 목숨을 구했던 일을. 폭풍이 왔을 때, 네가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내가 널 업고 뛰었던 일을."


기억했다. 물론 기억했다. 야세르의 등은 따뜻했다. 그가 흘린 땀방울도, 숨소리도 모두 기억했다.


"그래서 더욱 죽여야 했다." 다르위시가 말했다.


"왜?"


"부채감 때문이다. 인간에게 신세를 졌다는 것은 드워프로서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야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이해했어. 넌 나를 죽인 게 아니라 네 자신을 죽인 거였구나."


환영이 사라졌다.


네 번째 주사. 이번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거울 속의 자신이 말을 걸어왔다.


"만족하나?" 거울 속 다르위시가 물었다.


"만족이라는 감정은 이미 제거했다."


"그럼 후회는?"


"그것도 제거했다."


"두려움은?"


침묵.


"아직 두려워하고 있구나." 거울 속 다르위시가 비웃었다. "무엇이 두려운가?"


"실패가."


"무엇의 실패?"


"승리의 실패."


"아니다." 거울 속 다르위시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성공이야."


"무슨 소리인가?"


"네가 진정으로 순수해질 때, 너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완전한 무(無). 그것이 네가 두려워하는 거야."


다섯 번째 주사. 환각이 절정에 이르렀다.


갑자기 그는 다른 공간에 있었다. 하얀 방. 끝없이 하얀 방. 그곳에는 그만 있었다. 완전히 혼자.


"이것이 네가 원하던 세상이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였다.


"완벽한 순수성. 완전한 격리. 그리고..."


"절대적 고독."


다르위시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사랑할 사람도, 미워할 사람도, 구원할 사람도, 심지어 파괴할 대상도 없었다.


"이것이 천국인가?" 그가 물었다.


"이것이 지옥이다." 목소리가 대답했다.


환각이 끝났다. 다르위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18개월.' 그는 생각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러나, 다시 마음을 붙잡았다.


밖에서는 모래폭풍이 울부짖고 있었다. 마치 죽은 자들의 비명처럼. 아니, 어쩌면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절규처럼.


승리.


생존투쟁에서의 승리

순수성에서의 승리

오크에게의 승리


엘프에 대한 최종적이고 비가역적인 결정적 승리.

그는 이세계에 남은 마지막 드워프전사였다.


댓글 [ 7 ]

  마히롱
  46주 전
나치 입갤
  프레빌
  46주 전
애초에님이나치처럼굴리지않았나
  마히롱
  46주 전
인종적 절멸은 오크 한정이긴 했음 인간은 노예로 썼고
  프레빌
  46주 전
얘뒤지고나서바까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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