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70미터.
말두스 테카트가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후회했다.
05시 47분. 매일 같은 시각에 눈을 뜬다. 생체 리듬이라는 것이 아직 남아있다면 말이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3.7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천장. 표면에는 습기로 인한 얼룩이 지도처럼 퍼져있었다. 한때는 흰색이었을 페인트가 이제는 황갈색으로 변해있었다. 그 위로 70미터의 암반. 화강암과 편암이 뒤섞인 캐나다 순상지의 든든한 지반. 그리고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10년 전 마지막 통신.
"귀쟁이놈 법황이다!"
신호에 섞인 정전기 노이즈. 그리고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
"뭐라고? 비둘기놈들이 당했다고? 어떻게..."
폭발음. 비명. 그리고 침묵.
그것이 전부였다.
테카트는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척추가 비명을 질렀다. 디스크가 아니었다. 칼슘 부족으로 인한 골밀도 저하. 드워프의 단단한 뼈도 영양실조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매일 아침 5분간의 사치. 죽은 척하기. 심장이 멈춘 척하기. 이미 끝난 척하기.
05시 52분.
5분이 지났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1분만 더.
복부에서 시작된 통증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어제 먹은 인조단백질 큐브가 소화되지 않고 있었다. 프로테인 프린터의 노즐이 막혀서 제대로 된 분자 구조를 만들지 못한 탓이다. 기술자들은 '약간의 소화 불량' 정도라고 보고했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독이나 다름없는 것을 배급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선택지는 없었다. 그나마도 없으면 굶어 죽는다.
05시 53분.
그는 일어났다.
맨발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닿았다. 한때는 리놀륨이 깔려있었지만, 석유화학제품은 사치품이 된 지 오래였다. 발가락 사이로 미세한 콘크리트 가루가 들어왔다. 바닥도 서서히 부서지고 있었다.
거울은 없다. 2년 전에 모든 거울을 회수했다. 유리의 은도금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진실은 달랐다.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절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테카트는 알고 있었다. 세면대의 금속 표면에 비친 흐릿한 실루엣만으로도 충분히 절망할 수 있다는 것을.
수도꼭지를 돌렸다.
처음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파이프 속 공기가 빠지는 소리. 끼이익. 그리고 10초 후, 첫 방울이 떨어졌다. 검붉은 액체. 녹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진했다. 철분만이 아니었다. 구리, 아연, 그리고... 그는 알고 싶지 않았다. 파이프 속에서 무엇이 부식되고, 무엇이 자라고, 무엇이 죽어가는지.
30초를 기다렸다. 물이 조금 맑아졌다. 완전히는 아니었지만, 마실 수 있는 수준. 그는 녹슨 양철컵에 절반만 받았다. 하루 할당량은 1.7리터. 아침에 너무 많이 쓰면 저녁엔 목이 타들어간다.
칫솔질을 하며 그는 느꼈다. 이가 흔들리는 것을.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을. 괴혈병의 초기 증상. 비타민 C는 3개월 전에 떨어졌다. 합성 비타민 생산 시설은 6개월 전에 멈췄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력 부족. 필수 시설에만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고, 비타민 공장은 필수가 아니었다.
거품 없는 치약 - 사실 소금과 베이킹소다를 섞은 것 - 을 뱉어냈다. 핑크빛이었다.
05시 56분.
문을 두드리는 소리.
똑.
한 번.
그의 심장이 멈췄다. 에바 홀름크비스트 대위는 항상 세 번을 두드린다. 규정이다. 세 번. 정확히 1초 간격으로. 그것이 아군이라는 신호다.
똑.
두 번째.
테카트는 침대 밑으로 손을 뻗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구식 화약 권총. 9mm 루거. 100년도 더 된 골동품이지만, 여전히 작동한다. 전자기기는 EMP에 취약하다는 교훈을 얻은 후로, 모든 경호원은 구식 무기를 휴대한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순간을 위해.
그는 총구를 문을 향했다. 안전장치를 풀었다. 찰칵. 작은 소리였지만, 고요한 새벽에는 천둥처럼 들렸다.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홀름크비스트 대위였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테카트는 총을 내리지 않았다.
그녀의 군복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왼쪽 소매가 찢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깊은 상처가 보였다.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눈. 항상 차갑고 냉정했던 그 회색 눈동자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공포? 아니, 그보다 더한 무언가.
"소장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물을 마신 지 오래된 사람의 목소리.
"무슨 일인가?"
테카트는 총을 내렸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방아쇠 가까이에 있었다.
"제3발전소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방사능 누출?"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피가 섞인 침을 삼켰다.
"아닙니다. 더 나쁩니다."
테카트는 기다렸다. 홀름크비스트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무언가에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17년간 그의 경호를 맡은 베테랑의 손이.
"말해보시오."
"기술자들이... 집단 자살했습니다. 12명 전원이요."
침묵이 흘렀다. 환기구에서 들리는 윙윙거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이유는?"
홀름크비스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피로 얼룩진 종이. 접힌 부분이 검붉은 색으로 굳어있었다.
"유서를 남겼습니다."
테카트는 종이를 받아 펼쳤다. 손글씨였다. 떨리는 필체.
*우리는 거짓말쟁이들입니다. 3개월 전, 연료봉의 수명이 끝났습니다.
그 후로는 수동으로 제어봉을 조작했습니다.방호복 없이.
우리 열둘이 교대로.한 명당 하루 2시간.
치사량의 30배.더 이상은... 못합니다.
용서하
마지막 글자는 끝나지 않았다. 피가 번져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버텼나?"
"기록에 따르면... 97일입니다."
97일. 매일 죽음의 방사선을 맞으며. 살이 타들어가고, 세포가 파괴되고, 내장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참으며. 왜? 10만 8천 드워프와 100만 인간을 위해.
영웅들.
아니면 바보들.
"현재 원자로 상태는?"
"제어봉이 78% 삽입된 상태에서 멈췰습니다. 자동 시스템은 이미 고장났고요."
"얼마나 남았나?"
홀름크비스트가 손목시계를 봤다. 디지털이 아닌 태엽시계. 전력을 아끼기 위해.
"23시간 14분. 그 안에 누군가가 들어가서 제어봉을 완전히 삽입하지 않으면..."
그녀는 말을 마치지 않았다. 마칠 필요가 없었다. 노심 용융. 체르노빌의 재현. 아니, 더 나쁠 것이다. 지하 밀폐 공간에서의 멜트다운은 거대한 압력솥과 같다.
"방호복은?"
"3벌 있습니다. 하지만 2벌은 찢어졌고, 1벌은... 크기가 맞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린이용입니다."
테카트는 천천히 일어났다. 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났다.
"준비해라. 직접 가보겠다."
"소장님, 그럴 필요는..."
"필요가 아니다, 홀름크비스트." 그는 낡은 군복을 입으며 말했다. "의무다."
## 05시 57분 32초
복도의 붉은 비상등이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멈췄다.
어둠.
"비상전력 전환 실패."
어둠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 젊은 기술자였다. 테카트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사치가 되었다.
손전등이 켜졌다. 홀름크비스트가 준비한 것이다. LED가 아닌 구식 백열전구. 전력 소비가 크지만, EMP에는 강하다.
"통제실로."
그들은 걸었다. 콘크리트 복도를 따라.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검은색, 녹색,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형광빛 곰팡이. 방사능의 영향인지, 단순한 습기 때문인지 아무도 연구할 여력이 없었다.
복도를 지나며 테카트는 봤다. 벽에 그려진 낙서들을.
포기하지 마
내일은 더 나을 거야
엄마 보고 싶어
희망의 메시지들. 하지만 그 위에는 새로운 낙서들이 덮여있었다.
거짓말
우리는 모두 죽는다
본국은 우리를 버렸다
계단을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는 2년 전에 멈췄다. 전력 절약. 처음엔 불편했지만,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한 층. 두 층. 숨이 찼다. 영양실조는 근육만 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심장도, 폐도, 모든 장기가 서서히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세 층을 더 내려가자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원자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것도 느껴졌다. 피부가 따끔거리는 느낌. 방사선.
"선량계."
홀름크비스트가 건넸다. 구식 아날로그 선량계. 바늘은 이미 노란색 구역에 있었다.
"차폐가 무너지고 있군."
"예. 콘크리트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계속 내려갔다. 바늘은 서서히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통제실 앞에 도착했을 때, 바늘은 빨간색 경계에 닿아있었다.
문을 열었다.
열기가 얼굴을 때렸다.
통제실은 한때 첨단 시설이었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양자 컴퓨터, AI 보조 시스템. 이제 남은 것은 깜빡이는 CRT 모니터 몇 대와 아날로그 계기판뿐이었다.
"소장님."
수석 엔지니어 구나르가 일어섰다. 한때는 건장했던 드워프였지만, 이제는 뼈만 앙상했다. 흰 수염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코피였다. 방사선 피폭의 증상.
"보고해."
구나르가 낡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전자계산기가 아닌 주판 비슷한 것이었다.
"중수로 3호기 출력 12%... 아니, 방금 0%로 떨어졌습니다."
모니터를 봤다. 숫자들이 폭포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냉각수 온도: 287°C → 294°C → 301°C
압력: 15.7 MPa → 16.2 MPa → 16.8 MPa
중성자 선속: 증가 중
"1차 냉각 계통?"
"펌프 정지. 압력 상실. 파이프 부식으로 누출 발생."
"2차는?"
"2차 백업... 케이블이 타버렸습니다. 교체 부품이..."
"없겠지."
"예."
테카트는 메인 모니터를 응시했다. 원자로 단면도가 표시되어 있었다. 제어봉 78개 중 61개가 삽입되어 있었다. 나머지 17개가 문제였다.
"수동 조작실 상태는?"
구나르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가서... 직접 보시는 게..."
그때였다.
쿵.
무언가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 모두가 천장을 올려다봤다. 콘크리트 천장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그 틈새로...
한 방울.
검은 물이 떨어졌다. 바닥에 닿자 치익 하는 소리를 냈다. 산성이었다.
두 방울. 세 방울.
"구조 무결성 경보!"
젊은 기술자가 외쳤다. 모니터에 요새 단면도가 떴다. 붉은 점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섹터 7-G! 8-G! 9-H! 연쇄 붕괴가..."
테카트는 지도를 봤다. 7-G. 그 위치는...
"최하층 난민 수용소."
"예." 구나르가 침을 삼켰다. "2만 3천명이... 대부분 인간입니다. 3일 전 도착한..."
"통신은?"
"케이블이 끊겼습니다. 어제 구리 회수 작업 중에..."
또 다른 쿵 소리. 이번엔 더 가까웠다.
"대피 명령을!"
하지만 통신병이 고개를 저었다.
"무전기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배터리가..."
테카트는 결정했다.
"직접 가겠다."
"소장님!" 구나르가 막아섰다. "위험합니다! 구조 붕괴가 진행 중이고, 방사선도..."
"여기 있어도 죽는다." 테카트는 문으로 향했다. "최소한 내 눈으로 보고 죽겠다."
홀름크비스트가 따라나섰다. 구나르도 합류했다.
"혼자 가실 순 없습니다."
## 06시 01분 17초
비상계단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손전등 세 개가 유일한 빛이었다.
한 층 내려갈 때마다 온도가 올라갔다. 그리고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윙윙거리는 환기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비명이었다.
수천, 수만의 목소리가 콘크리트 벽을 통해 울려왔다.
"빨리."
그들은 뛰기 시작했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몸이지만, 아드레날린이 그들을 움직였다.
5층. 6층. 7층.
소리가 점점 커졌다. 비명, 울부짖음, 그리고... 쿵. 쿵. 쿵. 규칙적인 소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
마침내 7-G 구역 입구에 도착했다.
철문 앞에는 경비병들이 서 있었다. 아니, 서 있다기보다는 문을 막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소장님!"
경비병이 경례를 올렸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상황 보고."
"17분 전 천장 일부 붕괴. 대피 시도했으나..." 그는 말을 멈췄다. "출구가 하나뿐입니다. 2만 3천명이 동시에..."
쿵! 쿵! 쿵!
문이 흔들렸다. 안에서 밀고 있었다.
"열어줘! 제발! 아이들이 있어요!"
여성의 목소리였다. 절박했다.
"우리도 사람이야! 왜 가둬놓는 거야!"
남성의 목소리. 분노가 섞여있었다.
테카트가 문의 작은 창으로 들여다봤다.
그리고 지옥을 봤다.
## 06시 04분 45초
사람들이 압축되어 있었다.
그것을 표현할 다른 말이 없었다. 2만 3천명이 축구장 절반 크기의 공간에 갇혀있었다. 서 있을 공간조차 없었다. 쓰러진 사람들 위에 다른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 위에 또 다른 사람들이 올라타 있었다.
천장에서는 계속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고 있었다. 머리에 맞은 사람들이 쓰러졌다. 하지만 쓰러질 공간이 없어 그대로 서서 죽어갔다.
온도는 50도를 넘었다. 환기가 없는 공간에 2만 3천 개의 체온이 갇혀있었다. 사람들은 헐떡이고 있었다. 산소가 부족했다.
그리고 냄새. 구토, 배설물, 피, 그리고 죽음의 냄새.
"문을 열어!"
테카트가 명령했다.
"하지만 소장님..." 경비병이 망설였다. "한꺼번에 나오면 압사가..."
"그래도 열어!"
경비병이 자물쇠를 풀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쓰나미였다.
인간의 파도가 쏟아져 나왔다. 테카트는 벽에 몸을 붙였다. 홀름크비스트가 그를 보호했다. 사람들이 미친 듯이 뛰쳐나왔다. 넘어지고, 밟히고, 비명을 질렀다.
"질서를 지켜라!"
소용없었다. 공포가 이성을 집어삼켰다.
그때 한 소녀가 테카트 앞에 쓰러졌다. 열 살쯤 되어 보였다. 인간 아이였다.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숨을 쉬지 않았다.
테카트는 무릎을 꿇었다.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드워프가 인간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체구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했다.
하나, 둘, 셋...
"소장님! 위험합니다!"
천장에서 더 큰 균열음이 들렸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스물하나, 스물둘...
소녀가 기침을 했다. 물을 토해냈다. 살아났다.
테카트는 소녀를 안아 들었다. 가벼웠다. 너무 가벼웠다.
"괜찮아. 이제 안전해."
거짓말이었다. 아무도 안전하지 않았다.
쿠구구구...
더 큰 진동. 머리 위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졌다. 홀름크비스트가 테카트를 밀쳤다. 콘크리트는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튀었다.
"위로! 모두 위로!"
테카트가 외쳤다.
하지만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라!"
## 06시 17분 45초
올레 닐슨이었다.
직공조합장. 그의 뒤에는 조합원들이 있었다. 20명. 무장하고 있었다. 용접기, 강철 봉인 장비, 그리고... 화염방사기. 그들의 표정에는 감정이 없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뭘 하는 거냐!"
테카트가 소리쳤다.
닐슨이 계산기를 꺼냈다. 낡은 수동 계산기였다. 그는 천천히 숫자를 두드렸다.
"간단한 산수입니다, 소장님."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현재 식량 재고 47톤. 하루 필요량 인간 1인당 1,200칼로리, 드워프 1인당 1,800칼로리. 110만 8천명 기준 23일분."
탁. 탁. 탁.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렸다.
"2만 3천명을 빼면? 29일분. 6일을 법니다."
"그게 전부냐? 6일?"
"아닙니다." 닐슨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며칠은 잠을 자지 못한 듯했다. "물 계산도 있습니다. 현재 담수 생산량 하루 1,870톤. 그런데 2호기가 죽었죠. 이제 1,100톤. 1인당 하루 최소 필요량 1.5리터로 계산하면..."
그는 다시 계산기를 두드렸다.
"현재 인구로는 12일. 2만 3천을 빼면 15일. 3일을 법니다."
"그래서 3일을 벌려고 2만 3천을 죽이자고?"
닐슨이 서류 뭉치를 꺼냈다.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의료 물자입니다. 항생제 재고 제로. 진통제 17일분. 그런데 말입니다, 소장님. 저 난민들 중 31%가 이미 감염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처가 곪고, 폐렴이 퍼지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전염병이 돌면? 우리 모두가 죽습니다. 의료진도 부족합니다. 의사 47명 중 12명이 지난달 자살했습니다. 간호사는 더 심합니다. 89명 중 34명이..."
"그만!"
"아직 안 끝났습니다." 닐슨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 원자로 3기 중 1기 사망. 2호기도 제어봉 문제로 출력 40%. 현재 소비량으로는 8일. 그런데 인구가 늘면? 난방 수요가 늘고, 조명이 늘고..."
그는 천장을 가리켰다. 균열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구조 공학 보고서입니다. 매일 0.7%씩 구조 강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안전 계수 1.2. 1.0 아래로 떨어지면? 연쇄 붕괴입니다. 추가 인구의 무게만으로도..."
"그들도 사람이다!"
"맞습니다." 닐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 명확합니다. 감정을 빼고 보십시오. 2만 3천이 죽으면 110만이 2주를 더 삽니다. 2만 3천을 살리면 110만이 1주 빨리 죽습니다."
그는 화염방사기를 들었다. 하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친 것처럼 보였다.
"저도 압니다. 이게 옳지 않다는 것. 하지만 소장님, 옳은 선택을 할 여유가 있습니까? 우리에게?"
테카트가 권총을 뽑았다.
"그래도 안 된다."
"왜요?" 닐슨이 진심으로 물었다. "왜 안 됩니까? 당신도 계산할 줄 아시잖습니까. 왜 110만을 죽이려 합니까?"
"우리가 2만 3천을 죽이면, 다음은 누구지?"
닐슨이 멈췄다.
테카트가 계속했다.
"다음 주에는 노인들이겠지. '어차피 일 못하니까.' 그 다음은 병자들. '약이 아까우니까.' 그 다음은?"
"궤변입니다."
"아니다. 역사다." 테카트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조상들이 지하로 내려올 때, 뭐라고 맹세했나?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와 놈들의 차이라고."
"조상들은 110만 명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닐슨이 폭발했다.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조상들은 배고픔을 몰랐습니다! 목마름을 몰랐습니다! 매일 아침 몇 명이 죽었는지 세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모릅니다, 소장님. 당신은 보고서만 봅니다. 저는 현장을 봅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조합원들을 가리켰다.
"저 사람은 어제 딸을 잃었습니다. 영양실조로. 7살이었습니다. 저 사람은 아내가 기침을 합니다. 피가 섞여 나옵니다. 약이 없어서 지켜보기만 합니다. 저 사람은..."
"닐슨."
"우리도 죽어갑니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천천히! 하루하루! 그런데 새로 온 놈들 먹여 살리려고 더 빨리 죽으란 말입니까?"
침묵이 흘렀다.
닐슨이 다시 차분해졌다. 아니, 체념한 것처럼 보였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소장님. 지금 잔인해지거나, 나중에 모두 죽거나. 저는... 우리는 잔인함을 선택했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당신이 못하신다면,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래서 태우려고?"
"아닙니다." 닐슨이 고개를 저었다. "봉인하려고 합니다. 어쩌피 무너지고 있으니 보강해야하기도 합니다. 저들은 해수가 들어오고 있으니... 익사하겠죠. 고통은... 짧을 겁니다."
미친 소리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미치지 않았다. 너무나 제정신이어서 더 끔찍했다.
"혹시나 해서 묻습니다만." 닐슨이 덧붙였다. "대안이 있습니까? 기적적으로 식량을 2배로 늘릴 방법? 물을 만들어낼 방법? 전력을 아낄 방법?"
테카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바다로 나갈 생각이시죠?" 닐슨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도 들었습니다. 대륙으로 가자, 본토와 연결하자. 꿈 같은 소리입니다. 해저괴수는? 방사능 폭풍은? 100만 명을 먹일 방법은?"
"시도는 해봐야..."
"시도요?" 닐슨이 웃음을 터뜨렸다. 히스테리컬한 웃음이었다. "10년 전에도 시도했습니다! 탐사대 127명 전원 실종! 8년 전, 89명 실종! 5년 전..."
"알아!"
"그럼 왜!" 닐슨이 다시 소리쳤다. "왜 또 도박을 하려 합니까?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2만 3천만 제거하면 시간을 법니다! 그 시간 동안 진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2만 3천을 죽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죽은 거다."
"철학적 헛소리입니다!"
"아니다." 테카트가 고개를 저었다. "실용적 계산이다. 2만 3천을 죽였다고 쳐라. 다음 달에 또 식량이 떨어진다. 그럼? 또 죽인다. 또 떨어진다. 또 죽인다. 언제까지?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그는 숨을 들이쉬었다.
"차라리 모두 함께 바다로 나가 싸우다 죽는 게 낫다. 최소한 희망은 있으니까."
"희망?" 닐슨이 비웃었다. "희망이 배를 채웁니까? 희망이 물을 만듭니까?"
그때였다.
쿠웅!
천장이 더 크게 흔들렸다. 균열이 거미줄처럼 퍼졌다.
"시간이 없습니다." 닐슨이 말했다. "결정하십시오. 2만 3천이냐, 110만이냐."
테카트는 총을 들었다. 닐슨의 이마를 정확히 겨냥했다.
"셋 센다."
"쏘십시오." 닐슨이 눈을 감았다. "하지만 제가 죽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할 겁니다. 해야 하니까."
"하나."
조합원들이 무기를 들었다. 경비병들도 긴장했다. 누가 누구 편인지 알 수 없었다.
"둘."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 비명소리가 더 커졌다.
"셋..."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