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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의 초상, 지하 70미터


프레빌 45주 전 잡담 | 반응 : 중립적 | 댓글 0

06시 21분 03초


총성은 테카트의 것도, 닐슨의 것도 아니었다.


콘크리트 바닥에 총알이 박히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미세한 석회질 입자들이 공중에서 춤을 추듯 흩어졌다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총알이 박힌 자리에는 엄지손톱만한 크레이터가 생겼고, 그 주변으로 거미줄처럼 퍼진 균열이 마치 시간의 지도처럼 새겨졌다. 균열의 끝은 가늘어지다가 사라졌지만, 그 시작점은 깊고 어두웠다. 총알은 닐슨의 작업화 - 한때는 검은색이었지만 이제는 회색 먼지로 덮인 - 에서 불과 1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박혔다. 그의 발가락이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모두가 돌아봤다. 그 움직임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일제히 이루어졌다. 수백 개의 눈동자가 같은 방향을 향했다.


난민 무리 속에서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스물다섯쯤 되어 보였다. 아니, 어쩌면 더 어릴지도 몰랐다. 기아와 방사능이 사람을 늙게 만들었다. 한때는 검은색이었을 머리카락이 이제는 방사능 먼지로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기름기로 뭉쳐 있었고, 귀 뒤쪽에는 딱지가 앉은 상처가 보였다. 오른손에는 구식 토카레프 권총. 소련제 골동품. 1930년대에 생산된 TT-33 모델로 보였다. 총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목의 떨림이 팔뚝으로, 팔뚝에서 어깨로 전해지고 있었다. 아드레날린과 공포, 그리고 영양실조가 만든 삼중주였다. 왼손으로는 임신한 아내를 부축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아내의 팔을 너무 세게 잡아서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내의 배는 7개월쯤 부풀어 있었다. 누더기 같은 원피스가 배 부분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고, 솔기 부분은 이미 터져 안전핀으로 간신히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 피부 아래로 푸른 정맥이 보일 정도로 -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땀방울이 눈썹을 타고 흘러 속눈썹에 맺혔다가 떨어졌다. 걸음마다 고통스러워 보였다. 발을 들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졌고, 내딛을 때마다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양수가 새고 있는 것인지, 그녀의 바지 아래쪽이 젖어 있었다. 천은 다리에 달라붙어 있었고, 걸을 때마다 불쾌한 소리를 냈다.


"감히..." 청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성대가 건조해서 제대로 진동하지 못했다. 탈수 증상이었다. 아마도 3일은 제대로 된 물을 마시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를... 숫자로만... 가축 취급..."


그의 말은 기침으로 끊어졌다. 마른기침이었다. 폐에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목구멍에서 시작되는, 먼지와 건조함이 만든 기침. 다행히 피가 섞이지는 않았다. 아직은. 하지만 그의 입술 양끝에는 하얀 거품이 맺혀 있었다. 탈수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였다.


닐슨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움직임은 기계적이었다. 마치 녹슨 경첩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것처럼. 그의 얼굴에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깊은 피로만이 있었다. 뼈 깊숙이 스며든, 영혼까지 잠식한 피로. 눈 밑의 다크서클은 거의 검은색에 가까웠고, 피부에 함몰되어 해골을 연상시켰다. 수염에는 하얀 것이 섞여 있었다. 은발이 아니었다. 스트레스가 만든 조로였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갈색이었는데.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눈꺼풀은 무거워 보였다. 깜빡일 때마다 잠시 멈추는 것 같았다. 다시 뜰 힘이 없는 것처럼.


직공조합원들이 반사적으로 무기를 들었다. 용접용 토치 - 연료는 떨어졌지만 둔기로는 충분했다. 강철 파이프 - 끝이 날카롭게 갈려 있었다. 렌치, 해머, 쇠지렛대. 그리고 한 명은 못을 박는 산업용 네일건을 들고 있었다. 압축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렸다. 그들의 움직임은 훈련된 것이었다. 지난 5년간 수백 번의 충돌을 겪으며 몸에 밴 반응이었다. 하지만 닐슨이 왼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조용히 하라는 신호였다. 손가락 관절이 굵어져 있었고,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맞습니다." 닐슨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 사막의 모래처럼 건조하고 거칠었다. 감정이 빠진, 그러나 그래서 더 무거운 목소리. 단어 하나하나가 납덩이처럼 떨어졌다. "당신들도 사람입니다. 저도 압니다. 당신들이 겪어온 일들을..."


그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총이 아니었다. 낡은 사진이었다. 플라스틱 코팅이 벗겨지고 모서리가 닳은. 사진을 꺼내는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지만, 꺼낸 후 잠시 멈췄다. 마치 무게를 재는 것처럼. 아니면 다시 넣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제 딸입니다. 아니, 딸이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있었다. 밝게 웃고 있었다. 닐슨과 같은 짙은 갈색 머리, 같은 각진 턱선. 하지만 눈은 달랐다. 닐슨의 눈이 돌처럼 무감각하다면, 소녀의 눈은 별처럼 반짝였다. 사진은 아마도 소풍날 찍은 것 같았다. 배경에 흐릿하게 나무가 보였다. 초록색 나무. 지금은 지상 어디에도 없는.


"영양실조로 죽었습니다. 4개월 전. 제가 배급 담당인데도, 규정 이상을 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굶고 있었으니까."


그는 사진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연습된 동작이었다. 매일 꺼내보고 매일 넣는. 사진이 들어간 주머니 부분만 닳아서 반들거렸다. 그의 왼쪽 가슴 근처. 심장 위에.


"그래서 압니다. 당신의 심정을. 아내와 아이를 지키려는 그 마음을."


닐슨이 계산기를 꺼냈다. 구식 태양전지 계산기. 카시오 제품으로 보였다. 한때는 회계사들이 사용하던 것. 액정 화면에 금이 가 있었지만 아직 작동했다. 숫자들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배터리 표시등이 깜빡였다. 태양이 없는 지하에서 LED 조명으로 간신히 충전되고 있었다.


"하지만 보십시오."


탁. 그의 손가락이 키를 눌렀다. 플라스틱이 플라스틱을 누르는 소리. 기계적이고 차가운. 관절이 굵어져 있었다. 50년간 용접과 배관 작업을 한 손. 검지 끝은 평평하게 닳아 있었고, 손톱 밑에는 제거할 수 없는 기름때가 끼어 있었다.


"임산부 1명. 일일 필요 칼로리 2,400. 일반 성인 1,800의 1.33배. 단백질 요구량은 1.5배. 비타민과 무기질은..."


탁. 탁. 탁.


숫자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초록색 숫자들. 생명을 계산하는 죽음의 숫자들.


"출산 후 수유 기간. 일일 3,000칼로리. 그런데 우리 인조단백질 큐브는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합니다. 류신 40% 부족, 라이신 35% 부족. 모유 생산 효율 40% 감소. 보충하려면 추가 칼로리 필요."


그는 잠시 멈췄다.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다. 세로로 갈라진 틈 사이로 피가 맺혔다. 침을 삼키려 했지만 입 안에 수분이 없었다. 목젖이 달라붙는 소리가 들렸다.


"신생아. 첫 6개월 하루 6-8회 수유. 1회 평균 120-150ml. 하지만 영양실조 산모의 경우 모유량 부족으로 하루 평균 400ml 생산. 부족분은? 분유로 보충해야 하는데... 분유? 3년 전에 떨어졌습니다. 마지막 분유통은 곰팡이가 피어서 폐기했죠."


청년의 총든 손이 더 심하게 떨렸다. 토카레프의 무게 - 고작 910그램 - 가 1톤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총구가 원을 그리며 흔들렸다. 아내가 그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뼈만 남아 있었다. 한때는 결혼반지가 있었을 자리에 하얀 자국만 남아 있었다. 반지는 아마도 식량과 바꿨을 것이다.


"여보... 그만..."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성대를 진동시킬 힘도 없었다.


하지만 닐슨은 계속했다. 멈출 수 없었다. 이것이 그의 일이었다. 매일 하는 계산.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결정하는. 그의 머릿속에는 숫자만 있었다. 숫자로 치환된 생명들. 엑셀 시트의 셀처럼 정리된 인간들.


"의료 물자. 정상 출산이라 가정해도 - 물론 여기서 정상이란 게 있을까요 - 소독용 알코올 500ml, 거즈 20장, 봉합사 1세트. 탯줄 절단용 메스 1개, 지혈용 클램프 2개. 현재 재고로는 한 달에 7명분. 이번 달 이미 12명이 출산했습니다. 그중 3명은 패혈증으로 사망. 아기 5명은 출생 직후 사망."


그는 청년을 똑바로 봤다. 닐슨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슬픔도, 연민도, 분노도. 그저 텅 빈 구멍. 영혼이 빠져나간 자리.


"제왕절개가 필요하다면? 마취제는 6개월 전에 떨어졌습니다. 리도카인도, 케타민도 없습니다. 수술은? 부엌칼로 해야 합니다. 소독은? 끓인 물이 전부입니다. 수혈용 혈액? 혈액은행이 멈춘 지 2년. 혈액형 확인? 불가능. 항생제? 페니실린 재고 17일분, 그나마 유통기한 지난 지 3년. 효능은 30% 이하로 추정."


탁.


"영아 사망률. 현재 63%. 1년 생존율 41%. 5년 생존율..."


"그만!" 청년이 비명을 질렀다. "그만하라고!"


그의 목소리가 깨졌다. 마지막 '고'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성대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총구가 이제는 닐슨을 향하고 있었다. 15미터 거리. 이 거리에서 토카레프 7.62×25mm 탄환의 초속은 420m/s, 관통력은... 닐슨은 그것마저 계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탄도학까지. 자신의 가슴을 관통할 총알의 궤적까지.


"미안합니다." 닐슨이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미안해 보였다. 아니, 미안함을 넘어서 공허해 보였다. "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핵전쟁을 일으킨 것도, 방사능 구름을 만든 것도 제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계산할 뿐입니다. 남은 것을 세고, 나누고, 빼는 것뿐입니다."


테카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갈비뼈가 욱신거렸다. 아까 홀름크비스트가 그를 구하며 입은 타박상이 이제야 느껴졌다. 부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금이 갔을 수도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날카로운 통증이 왼쪽 옆구리를 찔렀다.


"그 계산이 틀렸다면?"


닐슨이 그를 봤다.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났다. 놀라움? 아니면 희망? 0.1초 만에 사라졌지만.


"틀렸다고요?"


"인간은 숫자가 아니니까."


"그럼 뭡니까?" 닐슨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감정이 실렸다. 분노? 아니, 절망에 가까운 무언가. 물에 빠진 사람이 마지막으로 뱉는 숨처럼. "뭐라고 정의하시겠습니까? 희망? 가능성? 잠재력? 그런 추상적인 개념이 뱃속을 채워줍니까? 상처를 치료해줍니까?"


그는 2만 3천의 난민을 휘둘러 봤다. 팔을 크게 휘둘렀다. 소매가 말려 올라가며 팔뚝의 화상 자국이 드러났다. 3도 화상의 흔적. 피부 이식을 받았지만 여전히 흉했다.


복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 위에 사람, 사람 옆에 사람.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 벽에 기댄 사람, 서로를 부축하며 간신히 서 있는 사람들. 누군가는 담요를 깔고 누워 있었다. 담요라고 하기엔 너무 얇고 구멍 난 천 조각. 그 위에 세 명이 겹쳐 누워 있었다. 체온을 나누기 위해서. 대부분은 너무 지쳐서 표정조차 없었다. 얼굴은 있지만 표정은 없는, 마네킹 같은 얼굴들. 눈만 빛나고 있었다. 두려움과 희망이 뒤섞인, 그러나 대부분은 두려움인. 일부는 이미 포기한 눈이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의 눈.


공기는 걸쭉했다. 2만 3천 명의 숨결과 체온이 뒤섞여 만든 습도. 산소 농도는 이미 위험 수준에 근접했다. 이산화탄소가 바닥에 깔리기 시작했다. 무거운 기체는 아래로 가라앉았고, 바닥에 앉은 아이들이 먼저 영향을 받았다. 일부는 이미 입을 벌리고 헐떡이고 있었다. 금붕어처럼.


냄새는 더 끔찍했다. 땀 냄새 - 며칠은 씻지 못한 시큼한 땀. 오줌 냄새 - 화장실이 부족해서 구석에 봐야 했던. 똥 냄새 - 설사를 참지 못한 사람들의. 그리고 감염된 상처에서 나는 고름 냄새.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부패의 냄새. 괴저가 시작된 상처의 냄새. 구더기가 꿈틀거리는 상처도 있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구더기는 썩은 조직만 먹었으니까.


환기 시스템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낡은 팬이 비명을 지르며 돌고 있었지만, 2만 3천 명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감당할 수 없었다. 환기구에서는 먼지가 떨어지고 있었다. 필터를 교체한 지 6개월이 넘었다. 필터 자체가 떨어진 지 1년이 넘었다.


천장에서는 계속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방울씩이었지만 이제는 여러 곳에서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바닷물이었다. 짠맛이 났다. 70미터 위 해저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균열로 스며드는. 콘크리트가 소금기에 부식되고 있었다. 철근이 녹슬며 팽창하고, 그 압력이 더 큰 균열을 만들었다. 악순환이었다.


한 노인이 기침을 했다. 폐렴이었다. 가래 끓는 소리가 10미터 밖에서도 들렸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의 소리. 그의 옆에서 손자로 보이는 아이가 노인의 등을 문지르고 있었다. 아이의 손은 뼈만 앙상했다. 마치 해골의 손처럼. 피부는 누렇게 떴고, 손톱은 숟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영양실조의 전형적인 증상.


"저 노인을 보십시오." 닐슨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기계적이 되었다. "73세 추정. 흉부 엑스레이 없이도 알 수 있습니다. 숨소리만 들어도. 우하엽 폐렴. 항생제 없이는 72시간 내 호흡부전. 치료 가능성 20% 미만. 그런데 항생제를 쓴다? 그럼 다음 주에 맹장염 걸릴 20대는 어떻게 합니까? 회복 가능성 85%인 젊은이를 포기하고 20%에 베팅합니까?"


쿠웅.


작은 진동. 건물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천장의 균열이 조금 더 벌어졌다. X자였던 균열이 이제는 별 모양으로 변했다. 물줄기가 굵어졌다. 바닷물이 줄줄 흘렀다. 바닥에 웅덩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구조 응력 78%." 구나르가 휴대용 단말기를 보며 말했다. 화면의 숫자들이 빨간색으로 깜빡였다. "인원 하중 추가 시 위험 구간 진입. 평방미터당 설계 하중 500kg, 현재 450kg. 2만 3천 추가 시..."


그는 말을 멈췄다.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알았다.


닐슨이 테카트를 봤다.


"아직도 이상을 말씀하시겠습니까? 물리 법칙은 이상을 모릅니다. 콘크리트의 인장강도는 평방센티미터당 4메가파스칼. 현재 하중은 3.7. 2만 3천이 추가되면? 4.8. 안전율 1.3을 넘습니다. 무너집니다. 확률이 아니라 확실히."


테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못했다. 목구멍이 막힌 것 같았다.


그때 청년의 아내가 신음했다.


"아... 아파..."


처음에는 작은 신음이었다. 하지만 곧 비명으로 변했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땀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청년이 황급히 총을 떨어뜨리고 아내를 붙잡았다. 토카레프가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히며 금속성 소리를 냈다. 총구가 돌아가며 누군가를 향했다가 멈췄다.


"괜찮아, 괜찮아... 숨 쉬어... 후후, 하하..."


청년이 라마즈 호흡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피가 흘렀다. 그녀의 다리 사이로. 처음에는 몇 방울. 그러다 줄줄. 너무 많이. 선홍색 피가 바지를 적시고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피 속에 뭔가 덩어리 같은 것도 섞여 있었다.


"의무관!" 테카트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메아리가 돌아왔다. "관! 관! 관!"


군의관이 달려왔다. 사람들을 밀치고, 넘어진 사람을 밟고. 중년의 드워프 여성이었다. 한때는 통통했을 얼굴이 이제는 해골처럼 되어 있었다. 광대뼈가 튀어나와 있었고,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의사 가운은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곳곳에 피 자국이 있었다. 오래된 것도, 새것도.


"비켜! 환자다!"


그녀가 무릎을 꿇고 진찰을 시작했다. 손은 떨리지 않았다. 수천 번 해본 동작이었다.


"조기 진통... 출혈량 과다... 태반 조기 박리 가능성..." 그녀가 빠르게 진단했다. 입술을 깨물었다. "즉시 수술실로... 아니, 최소한 깨끗한 곳이라도..."


"수술실이 어디 있습니까?" 닐슨이 차갑게 물었다. 감정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쓴웃음이 섞여 있었다. "여기가 5성 호텔입니까? 종합병원입니까?"


의무관이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났다. 갈라진 입술에서.


"최소한 깨끗한 곳이라도..."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다. 깨끗한 곳은 없었다. 바닥은 피와 오물로 덮여 있었고, 벽은 곰팡이로 검게 변해 있었다. 천장에서는 계속 바닷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한 방울이 임산부의 이마에 떨어졌다. 그녀가 움찔했다.


"제발..." 청년이 울었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콧물과 섞여 턱으로 흘렀다.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 아이만이라도..."


그의 목소리가 부서졌다. 더 이상 말이 되지 않았다. 그저 흐느낌만.


그때였다.


"비켜!"


거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난민들을 밀치고 나왔다. 직공조합원이었다. 팔뚝에 문신이 가득한 건장한 여성. 문신은 대부분 흐려져 있었지만, 'UNION FOREVER'라는 글자는 아직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작업복을 벗어 바닥에 깔았다. 기름때가 묻어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가장 깨끗한 천이었다.


"여기 눕혀. 빨리!"


"라그나..." 닐슨이 그녀를 불렀다. 경고하는 목소리였다.


"닥치세요, 조합장." 라그나가 으르렁거렸다. 송곳니가 드러났다. "계산은 나중에 하시고요. 지금은 사람 살리는 게 먼저예요."


그녀는 도구 가방에서 깨끗한 천을 꺼냈다. 공업용 와이퍼였지만 밀봉 포장되어 있었다. 이 상황에서는 의료용 거즈보다 나았다. 적어도 멸균 상태였으니까.


의무관이 빠르게 움직였다. 라그나가 도왔다. 청년은 아내의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아내의 손톱이 그의 손등에 박혔다. 피가 났지만 그는 놓지 않았다.


"힘줘... 한 번 더... 거의 다 왔어..."


"안 돼...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


그녀의 비명이 복도를 울렸다. 날카롭고 원초적인 소리. 생명이 생명을 낳는 고통의 소리.


"거의 다 됐어. 머리가 보여. 한 번만 더! 크게 숨 쉬고... 자, 하나, 둘, 셋!"


순간 모든 소리가 멈춘 것 같았다. 2만 3천 명이 숨을 죽였다. 총성도, 고함도, 논쟁도 없었다. 심지어 노인의 기침 소리도 멈췄다. 오직 한 여성의 고통스러운 신음과 의무관의 차분한 지시만이 들렸다. 시간이 늘어졌다. 1초가 1분처럼, 1분이 1시간처럼.


그리고...


"응애!"


아기 울음소리.


작고, 약하고, 그러나 분명한 생명의 소리. 2만 3천 명이 동시에 숨을 내쉬었다. 거대한 한숨 소리가 복도를 채웠다.


의무관이 아기를 들어 올렸다. 탯줄이 아직 연결되어 있었다. 푸른색 탯줄이 맥박에 따라 뛰고 있었다. 아기는 작았다. 너무 작았다. 미숙아였다. 온몸이 주먹만 했다.


"딸입니다." 의무관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도 떨림이 있었다.


청년이 손을 뻗었다. 떨리는 손으로 아기를 받았다. 아기는 그의 손바닥에 들어올 정도로 작았다. 피부는 붉고 주름져 있었다. 눈은 아직 뜨지 못했다. 하지만 숨을 쉬고 있었다. 작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살아있어..." 그가 속삭였다. "우리 아기가... 살아있어..."


눈물이 아기 얼굴에 떨어졌다. 아기가 찡그렸다. 그리고 더 크게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닐슨이 계산기를 든 손을 내렸다. 천천히, 마치 무거운 것을 내려놓듯이.


침묵이 흘렀다. 무거운 침묵. 2만 3천 명의 시선이 갓난아기에게 쏠렸다. 어떤 이는 미소 지었다. 오랜만의 미소였을 것이다. 어떤 이는 울었다. 자신의 잃어버린 아이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때 한 조합원이 나섰다. 젊은 남자였다. 닐슨보다 더 냉혹해 보이는 얼굴. 눈에는 아무 감정이 없었다. 빙하처럼 차가운 눈.


"3분 17초."


모두가 그를 봤다. 그는 손목시계를 보고 있었다. 구식 기계식 시계. 초침이 똑딱거리며 돌고 있었다.


"출산에 걸린 시간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원자로 점검도, 구조 보강도 하지 못했습니다. 3분 17초. 그 시간이면 냉각수 펌프 필터를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비상 격벽 하나를 점검할 수 있었습니다. 한 명을 구하느라 110만이 위험에..."


퍽!


라그나의 주먹이 그의 턱을 강타했다. 무거운 소리가 났다. 뼈와 뼈가 부딪히는. 그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콘크리트 바닥에 후두부가 부딪혔다. 둔탁한 소리. 그는 일어나려 했지만 비틀거렸다. 뇌진탕이었다.


"한 번만 더 숫자 얘기하면." 라그나가 피 묻은 손을 털며 말했다. 주먹 관절이 찢어져 있었다. "이빨로 계산하게 해주겠어. 몇 개 남을지 세어보라고."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야수의 으르렁거림 같았다.


닐슨이 한숨을 쉬었다. 깊고 긴 한숨. 폐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라그나, 그가 틀린 말을 한 건..."


"알아요." 라그나가 그를 돌아봤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계산상 맞아요. 그 빌어먹을 계산은 항상 맞죠. 근데 조합장, 우리가 계산기였던 적이 있나요? 우리는 사람이잖아요. 그것도 드워프. 우리 조상들이 지하로 내려온 이유가 뭐였죠?"


닐슨이 대답하지 못했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할 말이 없었다.


"함께 살기 위해서였잖아요." 라그나가 계속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혼자 살 거면 왜 이 지옥에 모여 있겠어요? 각자 구멍 파고 숨어서 혼자 죽으면 되지."


그녀는 갓 태어난 아기를 봤다. 아기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생명력 있는 울음이었다. 화가 난 것처럼, 세상에 대고 항의하는 것처럼.


"저 애가 커서 뭐가 될지 아무도 몰라요. 천재일 수도, 바보일 수도 있죠. 어쩌면 다음 주에 죽을 수도 있고. 어쩌면 세상을 구할 수도 있고.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가가 붉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잖아요. 숨 쉬고, 울고, 똥 싸고. 우리가 아직 인간이란 증거예요. 기계가 아니라.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라고요."


또 다른 조합원이 말했다. 늙은 드워프였다. 수염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한때는 은색이었을 수염이 이제는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전... 전 닐슨 조합장님 계산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으로는. 하지만..."


그는 망설였다. 주름진 손으로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제 손자가 물어요. '할아버지, 우리는 좋은 사람이야?' 제가 뭐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살아남기 위해서 아기와 엄마를 바다에 던졌다고요? 그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요?"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럼 우리가 살아남아서 뭘 합니까? 짐승처럼? 기계처럼? 그런 세상을 물려줄 겁니까?"


쿠구구궁.


더 큰 진동.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천장의 균열이 X자에서 별 모양으로, 별 모양에서 거미줄 모양으로 퍼졌다.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톱만한 조각. 그다음은 주먹만한 덩어리.


"구조 응력 82%!" 구나르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공포가 섞였다. "그리고... 원자로 3호기 온도 상승 시작! 섭씨 287도! 2시간 47분 내 조치 필요! 아니면..."


그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끝낼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알았다. 노심 용융. 지하 벙커에서의 멜트다운. 출구는 없다.


테카트가 결정을 내렸다. 그의 눈이 변했다. 망설임이 사라지고 결의가 자리 잡았다.


"닐슨 조합장."


"예."


"당신이 옳을 수도 있어. 아니, 아마 옳을 거야. 계산상으로는."


테카트가 갓난아기를 봤다. 그리고 그 주변의 2만 3천을.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얼굴들. 대부분은 절망이었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0.3%의 희망.


"하지만 난 계산기가 아니야. 난 말두스 테카트야. 노르드 드워프 공화국 뉴틀란트 요새의 소장이고, 이들을 지킬 의무가 있어. 전부를."


"어떻게?" 닐슨이 물었다.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애원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답을 알려주기를. "대체 어떻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겁니까? 물리 법칙을 바꿀 겁니까? 없는 자원을 만들어낼 겁니까?"


테카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모르겠어."


솔직한 대답이었다.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야지. 그게 우리가 인간인 이유니까. 불가능을 보고도 포기하지 않는 게."


그는 홀름크비스트를 봤다.


"대위, 난민 중 기술자 명단 작성. 즉시. 엔지니어, 의사, 간호사, 전기 기술자, 배관공, 용접공. 뭐든 쓸 만한 기술 있는 사람."


"예!" 홀름크비스트가 경례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기계적이었지만, 눈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희망? 아니면 광기?


"구나르, 원자로 팀 편성. 자원자 우선. 위험하다고 솔직히 말하고."


"알겠습니다만..." 구나르가 망설였다. "방호복이 7벌뿐입니다. 그것도 3년 된..."


"알아. 그래도 해야지."


"닐슨 조합장." 테카트가 그를 똑바로 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혔다.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희망과 절망. "도와주겠나?"


닐슨이 계산기를 만지작거렸다. 오랫동안.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다. 그저 만지기만. 마치 묵주를 만지듯이.


"미쳤군요." 그가 마침내 말했다. "완전히 미쳤어요. 논리도, 이성도, 계산도 없이 그저 감정만으로..."


"알아."


"실패할 겁니다. 99.7% 확률로. 아니, 99.9%."


"0.1%가 있잖아."


닐슨이 쓴웃음을 지었다. 입꼬리만 올라갔다. 눈은 웃지 않았다.


"0.1%에 110만 명을 거는 겁니까?"


"아니." 테카트가 고개를 저었다. "112만 3천 명이지."


순간 닐슨의 표정이 변했다. 뭔가 복잡한 감정이 스쳐갔다. 놀라움, 분노, 그리고... 뭔가 다른 것. 오래전에 잊었던 무언가.


닐슨이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 계산기가 플라스틱 케이스가 삐걱거렸다.


"감정이군요. 다들 감정에..."


그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긴 한숨을 쉬었다. 영혼까지 토해내는 것 같은 한숨.


"좋습니다. 소장님의 미친 도박에 동참하죠.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보시오."


"첫째, 원자로는 이 시간부로 제가 직접 관리합니다. 최소한의 안전은 지켜야 하니까. 제가 못 지킨다면 아무도 못 지킵니다."


"동의한다."


"둘째, 노동 가능 인원은 전원 등록. 거부자는 배급 중단. 감정이 아니라 필요입니다."


"동의한다."


"셋째..." 닐슨이 테카트를 뚫어지게 봤다. 그의 눈에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났다. 두려움. "실패하면, 책임지십시오. 110만 앞에서. 그들에게 설명하십시오. 왜 0.1%에 모든 것을 걸었는지."


테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겁게.


"그리고 마지막." 닐슨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인간다운 떨림. "제가... 제가 틀렸기를 바랍니다. 정말로. 50년 만에 처음으로, 제 계산이 틀렸기를..."


그의 말이 끊어졌다. 눈이 붉어졌다. 하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오래전에 말라버린 샘.


순간 침묵이 흘렀다. 무거운 침묵. 2만 3천 명이 숨을 죽인 침묵.


그때 통신기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삐이이이—


날카로운 전자음. 모두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긴급! 긴급! 섹터 12-B 방벽 붕괴! 해수 유입! 반복한다, 해수가..."


쾅!


통신이 끊겼다. 폭발음과 함께. 그리고 비명. 물에 잠기는 사람의 마지막 비명.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처음에는 작은 진동 같았지만, 점점 커졌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진동. 그리고 모두가 깨달았다.


물소리였다.


거대한 물소리. 수천 톤의 바닷물이 좁은 통로를 뚫고 들어오는 소리. 콘크리트를 부수고, 강철을 구부리고, 모든 것을 삼키며 다가오는 죽음의 소리.


바다가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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