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게시판
 문학, 독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세요.

생존자들의 초상, 수재


프레빌 45주 전 잡담 | 반응 : 중립적 | 댓글 2

굴착 현장은 활기로 가득했다.


"247미터!" 앙헬 산체스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터널의 암벽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둔탁하면서도 희망찬 울림이었다. 먼지가 그의 입술에 들러붙어 있었고, 말할 때마다 작은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2주 만에 247미터! 이 속도라면 4주 안에 목표 달성입니다!"


광부들이 환호했다. 84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굉음을 만들었다. 먼지로 뒤덮인 얼굴들이지만, 그들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눈 주위만 하얗게 남아 너구리 가면을 쓴 것 같았다. 일부는 주먹을 들어 올렸고, 일부는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금속 헬멧이 부딪히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렸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빛이 그들의 동공에 반사되고 있었다.


터널은 이제 제법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폭 8미터, 높이 4미터의 공간이 드워프 요새로부터 뻗어 나가고 있었다. 벽면은 착암기와 곡괭이로 매끈하게 다듬어졌고, 울퉁불퉁했던 표면이 이제는 거의 평평했다. 손으로 만져보면 시원한 돌의 감촉과 함께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것은 요새의 심장박동 같은 것이었다.


임시 조명이 1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나트륨등의 노란빛이 돌의 결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화강암 특유의 반짝이는 입자들 - 석영과 장석 - 이 별처럼 빛났다. 그림자가 춤을 추듯 흔들렸다. 광부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도 함께 움직였다.


천장에는 환기 덕트가 놓였다. 알루미늄 재질의 주름진 관이 뱀처럼 구불거리며 이어져 있었다. 이음새마다 덕트 테이프로 봉인되어 있었지만, 일부는 벌어져 쉭쉭 소리를 내며 공기가 새고 있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적어도 숨은 쉴 수 있었다.


바닥에는 레일이 깔려 있었다. 녹슨 철로였지만 아직 쓸 만했다. 광차의 바퀴가 지나갈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를 냈다. 금속과 금속이 마찰하는 날카로운 소음. 하지만 광부들에게는 진보의 소리였다. 토사와 암석을 실어 나르는 광차가 쉴 새 없이 오갔다. 한 대가 들어가면 다른 한 대가 나왔다. 완벽한 리듬이었다.


"이 구간 암반 상태 어떻습니까?" 


막스 하인츠의 목소리였다. 거친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현장에 나왔다. 지팡이에 체중을 실으며 절뚝거렸지만, 그의 눈은 젊은이들보다 날카로웠다. 주름진 얼굴에 박힌 두 눈이 매처럼 벽면을 훑었다.


"단단합니다." 한 젊은 광부가 대답했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땀이 먼지와 섞여 진흙이 되어 있었다. "화강암층이 계속되고 있어요. 균열도 거의 없고요. 망치로 두드려봐도 둔탁한 소리만 납니다. 꽉 찬 소리요."


하인츠가 벽면을 손으로 쓸어봤다. 거친 돌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의 손가락 끝은 50년간의 경험으로 단련되어 있었다. 미세한 진동, 온도의 차이, 습도의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손바닥으로 암벽을 눌러봤다. 단단했다. 너무 단단했다.


그가 손가락 관절로 벽을 두드렸다. 톡, 톡, 톡. 의사가 환자의 가슴을 두드리듯. 소리를 들었다. 메아리의 길이, 음의 높낮이. 모든 것이 정보였다.


"너무 좋은 게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걱정으로 떨렸다. "자연은 절대 공짜를 주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완벽한 암반 뒤에는 항상 뭔가가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우려는 젊은이들의 열정에 묻혔다. 곡괭이 소리가 그의 말을 삼켜버렸다. 캉! 캉! 캉! 리듬이 있었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모두가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일에. 


한 광부가 곡괭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근육이 불룩 솟았다. 땀방울이 그의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내리쳤다. 캉! 암석 파편이 튀었다. 작은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일부는 헬멧에 부딪혀 딱딱 소리를 냈다.


중앙 통제실.


공기가 답답했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지하 공간 특유의 묵직한 공기. 커피 찌꺼기와 땀 냄새, 그리고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닐슨이 벽에 붙은 차트를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분필이 칠판에 긁히는 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끼익, 끼익. 숫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의 글씨체는 기계처럼 정확했다. 모든 숫자가 같은 크기, 같은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식량 재고: 27일분

물: 충분 (재활용 시스템 정상 작동)

산소: 일일 생산량의 92% 소비 중

전력: 여유율 8%

의료 물자: 위험 수준 (항생제 0, 진통제 3일분)

굴착 진행률: 41%


그가 '41%'라는 숫자 옆에 작은 화살표를 그렸다. 상승세를 나타내는.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숫자가 나쁘지 않군요." 테카트가 그의 뒤에서 말했다. 발자국 소리도 없이 다가왔다. 고양이 같은 걸음걸이였다.


"일시적입니다." 닐슨이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트의 분필처럼 건조했다. "식량 소비가 줄어든 건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효과죠. 배고픔을 잊게 만드는. 하지만 육체적 한계는 곧 나타날 겁니다. 대사율이 떨어지고, 근육이 분해되기 시작하고, 면역력이 약해지고..."


그는 말을 멈추고 차트의 한 부분을 두드렸다. 의료 물자 항목이었다.


"그래도 2주를 버텼습니다." 테카트가 말했다. 희망을 붙잡으려는 목소리였다.


"버틴 게 아니라 미룬 겁니다." 닐슨이 차트를 가리켰다. 손가락 끝이 떨리고 있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의료 물자를 보십시오. 항생제는 바닥났고, 진통제도 3일분밖에 없습니다. 소독약은 알코올을 희석해서 쓰고 있고, 붕대는 옷을 찢어서 만들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큰 사고가 나면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마치 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통신기가 울렸다.


삐이이익!


날카로운 전자음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두 사람의 심장이 동시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긴급! 굴착 현장에서 사고 발생! 의료진 필요! 반복합니다, 의료진 필요!"


목소리가 다급했다. 숨소리가 거칠었고, 배경에서는 고함소리와 신음소리가 들렸다.


테카트와 닐슨이 서로를 봤다. 0.5초간의 침묵. 그리고 동시에 뛰어나갔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혔다.


굴착 현장.


먼지가 자욱했다. 회색 구름이 공중에 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먼지가 폐로 들어갔다. 쓴맛이 났다. 석회질의 맛. 기침 소리와 신음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울고 있었다. 


조명이 흔들리고 있었다. 충격으로 일부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깜빡거리는 불빛이 스트로보처럼 현장을 비췄다. 한 순간은 밝고, 다음 순간은 어둡고. 그 명멸 속에서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스냅사진처럼 포착되었다.


"무슨 일입니까?" 테카트가 물었다.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소음이 너무 컸다.


"천장 일부가 무너졌습니다." 산체스가 대답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회색 먼지 아래로 피부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입술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 쇼크 상태의 초기 증상이었다. "부상자 4명. 그중 2명은 중상입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무너진 암석 더미가 있었다.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일부는 사람 머리만 했고, 일부는 주먹만 했다. 그 사이로 작업복의 천 조각이 보였다. 피에 젖은.


사라 첸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가운은 이미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전문가의 손놀림이었다. 한 명은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다. 종아리뼈가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부기가 심했다. 보라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밝은 빨간색 피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을 가려서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사라가 거즈로 상처를 압박하고 있었지만, 피가 계속 새어 나왔다. 거즈가 순식간에 빨갛게 젖었다.


"압박 붕대가 더 필요해요!" 사라가 외쳤다. 


한 간호사가 가방을 뒤졌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왜 무너진 겁니까?" 닐슨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암반이 단단하다고 했잖습니까. 검사했다고 했잖습니까!"


"그게..." 산체스가 망설였다. 땀이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렸다. 먼지와 섞여 진흙이 되었다. "작은 공동이 있었습니다. 속이 빈 공간이요. 탐지 장비가 놓쳤습니다."


하인츠가 무너진 부분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주름진 이마가 더욱 깊게 패였다. 그가 손전등을 비췄다. 무너진 암석 사이로 작은 구멍이 보였다. 검은 구멍. 깊이를 알 수 없는.


그가 구멍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코를 킁킁거렸다. 공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암석을 만졌다. 


"이상합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공동 주변 암석이 젖어 있습니다."


모두가 얼어붙었다.


침묵이 흘렀다. 1초, 2초, 3초. 심장 박동 소리만이 들렸다. 아니, 그것은 심장 소리가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였다. 똑. 똑. 똑.


"설마..." 페트로프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지하수?"


하인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느리게, 마치 그 동작조차 두려운 듯이.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습기는 보통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냄새... 썩은 계란 냄새가 약간 섞여 있습니다. 황화수소입니다. 오래된 지하수의 특징이죠."


그가 젖은 암석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물기가 손끝에 묻어났다. 그것을 불빛에 비춰봤다. 투명했지만 약간 뿌연 기가 있었다.


"탐지 장비로 다시 스캔해야 합니다." 테카트가 명령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주먹은 꽉 쥐어져 있었다. "전 구간을 다시 점검하십시오. 즉시!"


한 기술자가 낡은 탐지 장비를 가져왔다. 육중한 기계였다. 한때는 회색이었을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10년도 넘은 구식 모델이었다. 러시아제 지질 탐사 장비. 키릴 문자로 쓰인 경고문이 희미하게 보였다. 화면에는 죽은 픽셀이 여기저기 보였다. 마치 밤하늘의 죽은 별처럼.


"작동합니까?" 닐슨이 의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충은요." 기술자가 대답했다. 확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정확도는 보장할 수 없지만요. 교정한 지 5년이 넘었고, 배터리도 원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습도에서는..."


그는 말끝을 흐렸다. 기계를 켜자 화면이 깜빡거렸다. 녹색 빛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부팅 소리가 났다. 삐삐삐... 오래된 하드디스크가 돌아가는 소리 같았다.


스캔이 시작됐다. 초음파가 암반을 투과했다. 기술자가 변환기를 벽에 대고 천천히 움직였다. 젤을 바르지 않아서 긁히는 소리가 났다. 끽, 끽, 끽. 화면에 희미한 이미지가 나타났다. 초록색과 빨간색이 뒤섞인 흐릿한 영상. 


"해상도가 너무 낮아요." 기술자가 투덜거렸다. "이걸로 뭘 알아보라는 건지..."


그래도 계속했다. 5분, 10분.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땀방울이 기술자의 코끝에 맺혔다가 떨어졌다. 화면에 튀었다.


"여기 보십시오." 기술자가 한 지점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큰 공동이 있습니다. 전방 30미터 지점입니다. 크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최소 가로 20미터, 세로 15미터 이상으로 보입니다."


화면의 그 부분은 검은색이었다. 완전한 공허. 초음파가 돌아오지 않는 곳.


"물이 차 있을 가능성은?" 테카트가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기술자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 장비로는 공동의 존재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 뭐가 있는지는..."


"우회할 수 있습니까?" 


산체스가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더 걸립니다. 왼쪽으로 우회하면 암반이 더 단단하지만, 최소 50미터는 더 파야 합니다. 일주일은 지연될 겁니다."


테카트가 고민에 빠졌다. 시간이 없었다. 27일. 648시간. 그중 일주일을 잃는다는 것은...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수도 없었다.


"안전이 우선입니다." 그가 결정했다.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우회하십시오."


하지만 운명은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굴착이 재개됐다. 새로운 방향으로. 왼쪽으로 15도 틀어서. 


광부들의 움직임에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아까처럼 신나게 곡괭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한 번 치고는 멈춰서 암반 상태를 확인했다. 손으로 만져보고, 귀를 대고 들어보고.


"조심해서!" 산체스가 계속 외쳤다. 목이 쉬어서 쇳소리가 났다. "천천히! 암반 상태를 확인하면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즉시 멈춰!"


탐지 장비는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 기술자가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깜빡이지도 않고 화면만 보고 있었다. 옆에는 예비 기술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30분마다 교대하기로 했다.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상 없습니다." 그가 보고했다. "깨끗합니다. 10미터 전방까지 solid rock입니다."


곡괭이가 암석을 쳤다. 캉, 캉, 캉. 리듬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더 느리고, 더 조심스러운 리듬. 광부들의 표정도 달라져 있었다. 신나는 표정이 아니라 긴장된 표정. 


한 광부가 곡괭이를 들어 올렸다. 팔 근육이 떨리고 있었다. 피로 때문이 아니라 긴장 때문이었다. 그가 심호흡을 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내리쳤다.


캉!


평범한 소리였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음 타격. 또 다음 타격.


그때였다.


캌!


다른 소리였다. 둔탁하고 공허한. 마치 속이 빈 드럼통을 두드리는 것 같은.


"멈춰!" 하인츠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수십 년의 경험이 만든 본능적인 경고였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곡괭이를 든 광부가 이미 다음 타격을 위해 팔을 뒤로 젖혔다. 관성이 그를 지배했다. 근육이 이미 수축했다. 멈출 수 없었다.


곡괭이가 다시 암벽을 때렸다.


쩌억!


작은 균열이 생겼다. 처음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늘었다. 0.1밀리미터도 안 되는 미세한 선.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균열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퍼져나갔다. 거미줄처럼, 번개처럼. 


균열이 생기는 소리가 들렸다. 따닥, 따다닥. 마치 얼음이 깨지는 소리 같았다. 봄날 강의 얼음이 녹으며 갈라지는 그런 소리. 하지만 이것은 얼음이 아니었다. 수천 년, 수만 년을 버텨온 암석이었다.


그리고 물이 새어 나왔다.


처음에는 땀방울 같았다. 균열을 따라 맺힌 작은 물방울. 투명하고 차가운.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똑. 그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모두가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뒤로! 모두 뒤로!" 산체스가 고함쳤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공포가 묻어났다. 그는 이미 뛰기 시작했다. 다른 광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도구를 던지고, 서로를 밀치며, 출구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물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균열이 순식간에 커졌다. 거미줄이 거미집이 되고, 거미집이 그물이 되었다. 암벽의 한 부분이 부풀어 올랐다. 마치 거대한 종기처럼. 내부의 압력이 암석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아!


암반이 터졌다. 


폭발이었다. 수압이 암석을 산산조각 냈다. 돌 파편이 산탄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한 광부의 헬멧에 부딪혀 쨍 소리를 냈다. 다른 이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튀었다.


그리고 물이 쏟아졌다.


거대한 물기둥이 터널로 쏟아져 들어왔다. 직경 3미터의 구멍으로. 수압이 너무 강해서 물줄기가 거의 수평으로 뿜어져 나왔다. 반대편 벽에 부딪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물은 차가웠다. 지하 깊은 곳의 온도. 섭씨 4도. 뼈까지 시리는 냉기. 하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것은 물의 양이었다. 초당 수십 톤.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갇혀 있던 지하수. 압력을 받아 압축되어 있던.


"대피! 전원 대피!"


필요 없는 명령이었다. 모두가 이미 뛰고 있었다. 하지만 터널은 길었다. 247미터. 좁은 통로에서 수십 명이 동시에 뛰니 서로 부딪혔다. 넘어지는 사람이 있었다. 일으켜 세울 시간이 없었다. 밟고 지나갔다.


물이 불어났다. 처음에는 발목까지였다. 3초 후에는 무릎까지. 5초 후에는 허리까지. 차가운 물이 몸을 휘감았다. 움직임이 느려졌다. 물의 저항 때문에.


"격벽은?" 테카트가 통신기에 대고 외쳤다. 그는 중앙 통제실에서 모니터로 상황을 보고 있었다. CCTV 화면에 비친 광경은 악몽 같았다.


"없습니다!" 구나르의 절망적인 대답. "굴착 구간에는 아직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예산이 없어서... 자재가 없어서..."


물이 터널을 가득 채우며 본 요새로 밀려오고 있었다.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중력이 물을 끌어당겼다. 터널이 경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새 쪽이 더 낮았다.


"5분." 닐슨이 계산했다. 그의 손가락이 계산기 위에서 춤을 췄다. "현재 유입 속도로 5분 안에 중앙 홀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112만 명이 있다." 테카트가 끝맺었다.


화면에서 마지막 광부가 터널을 빠져나왔다. 물에 떠밀려서. 그는 기침을 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살아있었다. 하지만 물은 계속 밀려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테카트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공황이 섞였다.


"방법이 없습니다!" 닐슨이 대답했다. "수압이 너무 강합니다. 초당 40톤의 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임시 방벽으로는 1분도 못 버팁니다! 콘크리트라도 부어야 하는데 굳을 시간이..."


그때 테카트의 눈에 뭔가가 보였다. 복도 배치도. 벽에 붙은 낡은 도면. 그리고 한 구역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식량 창고." 그가 중얼거렸다.


"뭐라고요?" 닐슨이 되물었다.


테카트가 도면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결정의 무게 때문에.


"식량 창고로 물을 돌릴 수 있습니다!" 테카트가 외쳤다. "C-7 구역! 굴착 터널보다 낮은 위치에 있습니다. 고도차가 8미터! 중간 통로를 폭파하면 물이 그쪽으로 흐를 겁니다!"


닐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혈액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의 입술이 파랗게 변했다.


"미쳤습니까?"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거기에는 우리 식량의 80%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27일분의 식량이! 112만 명이 27일 동안 먹을..."


"112만 명이 익사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테카트가 받아쳤다.


"굶어 죽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닐슨이 고함쳤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 감정이 폭발했다.


"시간!" 테카트가 외쳤다.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을 시간을! 살 방법을 찾을 시간을!"


3분 30초.


결정할 시간이 없었다.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굉음이 터널을 울렸다. 건물 전체가 진동했다. 벽에 걸린 물건들이 떨어졌다. 


모니터에 물이 보였다. 검은 벽처럼 다가오는. 조명을 삼키며, 어둠을 퍼뜨리며.


"폭파팀!" 테카트가 명령했다. "C-7 연결 통로! 즉시!"


라그나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뛰기 시작했다. 손에는 마지막 남은 폭약이 들려 있었다. 플라스틱 폭약 2kg. 원래는 굴착용으로 아껴둔 것이었다. 다음 달까지 쓸 마지막 폭약.


그녀의 팀이 따랐다. 5명의 폭파 전문가. 모두 얼굴이 창백했다.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설치 완료까지 2분!" 그녀가 외쳤다. 뛰면서. 복도가 길었다. 너무 길었다.


"시간이 없어!" 구나르가 외쳤다. "물이 너무 빨라! 1분 안에..."


통로에 도착했다. 두꺼운 철문이 있었다.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라그나가 볼트 커터로 자물쇠를 잘랐다. 쨍! 쇠가 부러지는 소리.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통로였다. 폭 2미터. 양쪽이 콘크리트 벽이었다. 폭파하기 좋은 구조였다. 


"여기!" 라그나가 지점을 지정했다. "하중 지지점! 여기를 폭파하면 전체가 무너집니다!"


팀원들이 폭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다. 뇌관을 꽂는데 실수할 뻔했다. 


30초.


물소리가 들렸다. 아니, 느껴졌다. 진동이 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더 빨리!" 


"다 됐어!"


전선을 연결했다. 기폭 장치까지. 50미터 전선. 안전거리가 부족했다.


"물이 보여!"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정말이었다. 복도 끝에 물이 보였다. 검은 물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벽에 부딪히며 물보라를 만들었다.


"지금 터뜨려!" 테카트가 명령했다.


"아직 안전거리가..." 라그나가 망설였다.


"지금!"


라그나가 기폭 스위치를 눌렀다.


쿠웅!


폭발음이 울렸다. 


콘크리트가 산산조각 났다. 먼지와 파편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충격파가 그들을 뒤로 밀어냈다. 라그나가 벽에 부딪혔다. 등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갈비뼈였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길이 열렸다. 


식량 창고로 향하는.


물이 방향을 틀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새로운 먹이를 발견한 포식자처럼. 중력이 물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8미터 고도차. 물은 저항이 적은 길을 선택했다.


콸콸콸!


거대한 폭포가 만들어졌다. 물이 새로 뚫린 구멍으로 쏟아져 내렸다. 


"성공했어!" 누군가 외쳤다.


하지만 테카트의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이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방금 무슨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희생했는지.


식량 창고의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CCTV 화면이 선명했다. 너무 선명해서 잔인했다.


물이 쏟아져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천장의 구멍으로. 폭포처럼. 


창고는 거대했다. 50미터 × 30미터. 높이 5미터. 선반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인조단백질 큐브가 담긴 상자들. 비타민 보충제. 건조 야채. 통조림. 27일분. 112만 명이 27일 동안 먹을 양.


첫 번째 선반이 쓰러졌다. 물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쿠웅!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하나가 쓰러지며 다음 것을 쳤다. 


상자들이 물에 떠다녔다. 처음에는 떴다. 플라스틱 포장 때문에. 하지만 곧 물이 스며들었다. 하나둘 가라앉기 시작했다.


인조단백질 큐브가 물에 녹아내렸다. 누런 거품을 만들며. 마치 세제 거품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생명이었다. 112만 명의 생명이 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뭘 먹고 삽니까?" 닐슨이 조용히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도, 절망도 없었다. 그저 차가운 현실만이 있었다. 숫자의 현실. 계산의 현실.


테카트가 대답하지 못했다. 할 말이 없었다. 


화면 속에서 물이 계속 차올랐다. 1미터, 2미터, 3미터. 창고가 거대한 수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물에 잠겼다.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중앙 홀은 인산인해였다. 수백 명이 모였다. 아니, 수천 명이었을 것이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었다. 너무 많았다. 대표자들, 기술자들, 그리고 소문을 듣고 온 일반인들. 


공기가 무거웠다. 습도와 체온으로 끈적거렸다. 숨 쉬기가 힘들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일부는 이미 어지러워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일부는 이미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며.


"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테카트가 연단에 섰다. 


마이크가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피로 때문인지, 감정 때문인지.


"굴착 중 지하수맥을 건드렸습니다. 탐사 장비의 오류였습니다. 요새 전체의 수몰을 막기 위해..."


그는 잠시 멈췄다. 침을 삼켰다. 목이 막힌 것 같았다.


"식량 창고로 물을 돌렸습니다."


침묵.


1초. 2초. 3초.


그리고 폭발했다.


"뭐라고요?" 


"식량을?"


"미쳤어!"


목소리들이 겹쳤다. 분노와 공포와 절망이 뒤섞였다.


"조용히 하십시오!" 홀름크비스트가 외쳤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묻혔다.


"식량 피해 규모는?" 누군가 물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닐슨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감정을 죽인 얼굴.


"전체 재고의 83%가 손실됐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기계적이었다. "남은 식량은 정확히 4.6일분입니다. 112만 3천 1명 기준입니다."


이번엔 침묵이 아니었다. 


웅성거림이 시작됐다. 낮은 목소리들이 모여 파도 소리를 만들었다. 점점 커졌다. 공포와 분노가 섞인 소음.


"4일이요?" 한 여성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딸. 아이는 엄마가 왜 우는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4일 뒤엔 뭘 먹고 살란 말입니까? 우리 애가, 우리 애가 굶어 죽으란 말입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오열이 터져 나왔다.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테카트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무슨 대안입니까?" 군중 속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년 남자였다. 얼굴이 분노로 붉어져 있었다.


"공기를 먹고 살란 말입니까? 돌을 씹으란 말입니까? 서로를 잡아먹으란 말입니까?"


마지막 말에 사람들이 움찔했다.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모두가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진정하십시오." 홀름크비스트가 나섰다. 그녀의 손은 권총 손잡이 위에 있었다. "질서를 유지해야 합니다. 공황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질서?" 다른 목소리가 외쳤다. 


젊은 남자였다. 눈이 핏발 서 있었다.


"굶어 죽게 생겼는데 무슨 질서입니까? 당신들은 배불리 먹었겠지! 간부들은 따로 비축해둔 게 있겠지!"


"그런 건 없습니다." 테카트가 단호하게 말했다. "모두가 똑같이 굶을 겁니다."


"거짓말!" 또 다른 목소리. "믿을 수 없어! 당신들이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


군중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물결처럼 출렁였다. 앞쪽 사람들이 뒤로 밀렸다가 다시 앞으로 밀려왔다. 공포가 분노로 변하고 있었다. 분노가 폭력으로 변하기 직전이었다.


"다른 창고는 없습니까?" 페트로프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비상 물자라도? 어딘가에 숨겨둔..."


"확인했습니다." 구나르가 대답했다. 태블릿을 들어 보였다. "소규모 저장고가 세 곳 있지만, 합쳐도 2일분이 안 됩니다. 대부분 의료용 포도당과 비타민제입니다."


"그럼 총 6일." 닐슨이 계산했다. 차가운 목소리로. "하루 배급량을 절반으로 줄이면 12일. 1/3로 줄이면 18일. 하지만 그러면 아사자가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노약자부터. 하루에 예상 사망자 수는..."


"그만!" 누군가 외쳤다. "숫자 그만 말해! 우리는 숫자가 아니야!"


아이러니했다. 2주 전 같은 말을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숫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다른 구역은?" 사라가 물었다. "아직 탐사하지 않은 구역이 있지 않습니까? 오래된 창고나..."


"있습니다." 테카트가 인정했다. "하지만 대부분 붕괴되었거나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습니다. 30년 전 봉인된 구역들입니다."


"그래도 확인해야 하지 않습니까?" 사라가 고집했다. "굶어 죽는 것보다는..."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는 게 낫다는 말입니까?" 닐슨이 끼어들었다.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죠!"


테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탐사대를 조직하겠습니다. 자원자를 받겠습니다. 위험을 알고도 갈 사람들을..."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을. 30년 전 봉인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누군가 테카트를 가리키며 외쳤다. 군중 뒤쪽에서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당신이 2만 3천을 받아들인 것부터 시작이었어! 계산도 안 하고, 무작정 살리겠다고!"


다른 목소리들이 합세했다.


"그때 그들을 돌려보냈어야 했어!"


"닐슨 조합장 말이 맞았어!"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아!"


"우리를 다 죽일 셈이야!"


군중이 술렁거렸다. 파도가 일었다. 일부는 테카트를 옹호했지만, 더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었다. 


"2만 3천이 아니었다면!" 한 남자가 외쳤다. "그들이 없었다면 식량도 충분했을 거야!"


"맞아! 왜 우리가 굶어야 해?"


"쫓아내자! 난민들을 쫓아내자!"


"아니다! 인간들이다! 애초에 노르드가 지은 요새에 인간들이 왜 같이 있는거야!"


"쫓아내라! 인간들을 쫓아내라!"


위험한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군중의 눈빛이 변했다. 사냥감을 찾는 늑대의 눈.


"충분합니다!" 라그나가 고함쳤다. 


그녀는 연단으로 뛰어올랐다. 갈비뼈가 부러져서 숨 쉴 때마다 아팠지만 참았다.


"서로 싸워서 뭐가 달라집니까? 식량이 생깁니까? 죽은 사람이 살아납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군중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를 기억하십시오!" 그녀가 계속했다. "난민이었지만 우리 모두를 구했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2주 전에 다 죽었을 겁니다!"


일부가 고개를 숙였다. 기억이 되살아났다.


"적어도 책임자는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한 남자가 외쳤다. "이 사태의 책임자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 다른 목소리들이 호응했다. "책임을 물어야 해!"


"테카트가 책임져야 해!"


"물러나라!"


"독재자!"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었다. 일부가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주먹을 쥐고, 얼굴을 붉히며. 홀름크비스트와 장병동지회 병사들이 테카트 앞을 막아섰다. 총을 뽑지는 않았지만, 손은 권총집 위에 있었다.


그때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 응애!"


맑고 높은 울음소리. 배고픈 울음.


모두가 멈췄다. 소리가 난 쪽을 봤다.


2주 전에 태어난 그 아기였다. 엄마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작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저 아기도 굶길 겁니까?"


엄마가 물었다. 눈물을 흘리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아기의 이마에 떨어졌다.


"이제 겨우 2주 됐는데?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뜨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부서졌다.


"제 젖도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굶으니까. 아기가 계속 울어요. 배가 고파서. 하지만 줄 게 없어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침묵이 흘렀다. 무거운 침묵. 죄책감의 침묵.


"방법을 찾겠습니다." 테카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부서졌지만 꺾이지 않은 목소리.


"반드시 찾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무슨 방법을?" 닐슨이 물었다. "기적을 바라십니까? 하늘에서 만나가 떨어지기를? 돌이 빵이 되기를?"


"필요하다면." 테카트가 대답했다. "기적이 필요하다면 기적을 만들겠습니다."


닐슨이 한숨을 쉬었다. 깊고 긴 한숨. 영혼까지 토해내는 것 같은.


"기적은 계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숫자뿐입니다. 4.6일. 110.4시간. 6,624분. 그게 전부입니다."


"아닙니다." 테카트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에게는 사람이 있습니다. 112만 3천 1명의 사람이. 그들의 지혜와 용기와... 희망이 있습니다."


"희망은 배를 채우지 못합니다." 닐슨이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절망은 더 빨리 죽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살기위해 남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데카트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남아 구차한 생을 이어가느니 최소한 조상들께 부끄럽지는 않겠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봤다.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희망과 절망. 확실함과 확률성.


밖에서는 여전히 물소리가 들렸다. 식량 창고를 가득 채운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 112만 명의 희망이 물에 잠긴 소리.


작은 소용돌이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마지막 공기 방울이 올라왔다. 그리고 고요해졌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았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진짜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굶주림이라는 이름의 지옥이.


댓글 [ 2 ]



제목/정보 태그
생존자들의 초상, 지하 70미터 [0]
프레빌 45주 전 (12)
잡담
아시발 쉬었다쓰니깐 글이 좆도 진도가 안나가 [0]
프레빌 45주 전 (10)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마지막 요새 [0]
프레빌 46주 전 (13)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마지막 지하디스트 [7]
프레빌 46주 전 (41)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복선 [2]
프레빌 47주 전 (35)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전통놀이 [0]
프레빌 47주 전 (16)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안개 [0]
프레빌 48주 전 (18)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카데바 [11]
프레빌 48주 전 (56)
잡담
저게젤조회수가잘나오네 [3]
프레빌 48주 전 (33)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증발한 핏물 [3]
프레빌 48주 전 (42)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쉬는시간 [1]
프레빌 48주 전 (32)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진혼곡 [0]
프레빌 48주 전 (18)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세번째 아르덴 [0]
프레빌 48주 전 (15)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양키와 슈바인 [0]
프레빌 48주 전 (21)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칼날/나선 [0]
프레빌 48주 전 (21)
잡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