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꺼지지 않았다.
한 시간이 흘렀다. 두 시간이 지나갔다. 세 시간이 경과했다. 시간이라는 강물이 흘러가는 동안, 그 청백색 광휘는 마치 태초의 첫 번째 별처럼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호수아는 그 뒤로도 며칠의 간격을 두고 에녹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금지된 성역을 찾아가는 순례자처럼 조심스러웠고, 동시에 불가피했다. 작업실 한구석에서 수정이 내뿜는 청백색 빛은 하루가 다르게 그 존재의 시간을 연장시켰으며, 이제는 영원성의 조각처럼 일정하고 고요했다. 촛불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법도 없었고, 횃불처럼 그을음을 내뿜는 일도 없었다. 그저 순수하고 완전한 빛이 거기에 있었다. 마치 신의 첫 번째 선언 이후로 우주에 새겨진 광명 그 자체처럼.
대제사장은 차가운 석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 빛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청백색 광휘가 반사되며 춤추었다.
그것은 최초의 인간이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경외였다. 모세가 호렙산에서 불타면서도 타지 않는 떨기나무를 목격했을 때의 전율이었다. 경외와 두려움이 그의 척추를 타고 올라와 영혼의 심연까지 파고들었다.
"형, 괜찮아?"
아벨의 작은 손이 형의 어깨를 부드럽게 흔들었다. 열한 살 소년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동시에 형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배어 있었다. 에녹은 작업대 옆 바닥에 쓰러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열네 살 소년의 육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긴장과 집중력을 쏟아부은 결과였다. 창조의 고통이 그의 젊은 육체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
"물을... 물 좀 가져다주세요."
목소리가 갈라진 나뭇가지처럼 메말라 있었다. 여호수아가 직접 물주전자를 들어 에녹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대제사장이 직접 시중을 드는 것은 천 년 전통에 없는 일이었다. 구시대의 랍비들이 보았다면 경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그런 격식과 전통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역사의 경첩이 돌아가는 순간 앞에서 모든 관습은 무력했다.
물을 마신 에녹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은 여전히 자신이 만들어낸 빛을 향해 있었다. 그 시선 속에는 창조자가 자신의 피조물을 바라보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 자부심과 두려움, 경이와 공포가 동시에 존재했다.
"왜 꺼지지 않는지... 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솔직한 고백이었다. 에녹은 떨리는 손으로 작업 기록을 뒤적였다. 양피지에는 수십 번의 실패와 단 한 번의 우연한 성공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다. 잉크로 쓰인 글자들이 마치 고대의 주문처럼 신비롭게 보였다.
"형광액 세 방울, 구리선 서른세 바퀴, 수정의 각도는 정확히 42도였던가... 아니면 43도였나..."
"그만 쉬어라."
여호수아가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길에는 자비가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계산도 함께 존재했다. 이 소년이 죽어서는 안 된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이 빛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작업실 밖에서는 예루살렘의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방사능 바람이 성벽을 때리며 울부짖었고, 오염생물들이 어둠 속에서 포효했으며, 죽어가는 자들의 신음이 밤하늘을 검은 천처럼 덮고 있었다. 절멸전쟁의 상흔은 여전히 이 도시를 잠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작은 방 안에서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기적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인 무언가가. 신의 은총 없이, 천사의 축복 없이, 오직 인간의 의지와 지혜로 만들어낸 창조물이 거기에 있었다.
"대제사장님."
에녹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갈라져 있었지만, 그 속에는 결연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만약 이것을 천사님들이 아신다면..."
"그들은 모를 것이다."
여호수아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결정이었다.
"그들은 알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알지 못할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무거웠고, 동시에 의미심장했다. 그리고 여호수아가 덧붙였다.
"적어도 지금은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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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동쪽 하늘에 희미한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태양의 전령이었고, 동시에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여호수아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열 시간 넘게 같은 자세로 앉아 빛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의식은 오히려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마치 오랜 명상 끝에 도달한 각성의 상태처럼.
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 하나의 사실이 되었다. 부정할 수 없는, 의심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대제사장님, 새벽 제사의 시간입니다."
문밖에서 엘리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충실한 시종의 목소리에는 어떤 의문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단지 자신의 의무를 수행할 뿐이었다.
여호수아가 천천히 일어섰다. 무릎이 쑤시고 허리가 아팠다. 육체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십 년간 매일 같은 시간에 올린 새벽 제사. 그것은 그의 일상이었고, 의무였으며, 동시에 정체성이었다. 이 밤의 일탈이 그것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에녹."
"네, 대제사장님."
"이것을 숨겨라.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네 동생 외에는 그 누구도."
"어디에 숨겨야 할까요?"
여호수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성전 안은 위험했다. 천사들이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었다. 그들의 신성한 감각은 이단의 냄새를 맡아낼 것이다. 인간 거주구역도 마찬가지였다. 밀고자들이 너무 많았다. 절망은 배신을 낳고, 배신은 파멸을 불러온다.
"일단은 여기에 둬라. 하지만..."
그가 품에서 작은 열쇠를 꺼냈다. 녹슬고 낡은, 언제적 물건인지 알 수 없는 청동 열쇠였다. 표면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솔로몬 시대의 것일지도 모른다.
"필요하다면 이것을 사용해라. 성전 동쪽 벽, 다윗의 별 세 번째 꼭짓점 아래에 숨겨진 문이 있다. 그곳으로 가면 된다."
여호수아가 돌아서려다가 멈췄다.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에녹."
"네?"
"네가 한 일은... 위대한 일이다. 언젠가 모든 이가 알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오면 너는 영웅이 될 것이다. 혹은..."
그는 말을 멈췄다. '혹은 이단자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삼켰다.
대제사장이 떠난 후, 에녹은 다시 빛나는 수정을 바라보았다.
위대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에녹은 두려웠다. 자신이 무엇을 깨운 것인지, 무엇을 시작한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도 불을 훔친 후에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벨이 형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 차가웠다.
"형, 춥네요."
"그래, 자러 가자."
하지만 에녹은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그 빛이 망막에 새겨진 듯 보였다. 마치 태양을 직시한 후의 잔상처럼.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빛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형체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언가가. 의식인지, 의지인지, 아니면 그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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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사흘 후의 일이었다.
여호수아는 새벽 제사를 마치고 다시 에녹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또 다른 방문자가 있었다.
"이 아이가 그 소년입니까?"
동행한 사람은 초로의 남자였다. 한때는 성전의 수석 설계사였지만, 절멸전쟁 이후로는 폐허 복구 작업에만 매달려 있던 벤야민이었다. 그의 눈은 깊은 우물처럼 어두웠고, 손은 굳은살로 두꺼워져 있었다. 세월과 고난이 그의 육체에 새긴 흔적들이었다.
"네가 만든 것을 보여다오."
에녹이 망설이다가 천으로 덮어둔 수정 등을 드러냈다. 천이 걷히는 순간, 청백색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사흘이 지났지만 빛은 여전했다. 오히려 더 안정되어 보였다. 처음의 불안한 깜빡임도 사라지고, 이제는 마치 영원히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시간이 그것을 받아들인 것처럼.
벤야민이 무릎을 꿇고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돋보기를 꺼내 수정의 결을 살피고, 구리선의 감긴 방식을 확인하고, 형광액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관찰했다. 그의 손길은 조심스러웠고, 동시에 전문가다웠다. 마치 고고학자가 고대의 유물을 다루듯이.
오랜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감동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솔로몬의 성전에 이와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호수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매의 눈처럼 예리하고 집중된 시선이었다.
"계속하시오."
"'빛나는 돌'이라고 불렸답니다. 우림과 둠밈도 아니고, 언약궤의 빛도 아닌, 또 다른 빛이었다고 합니다. 해도 달도 없이 성전을 비췄다고 하죠. 하지만 그것을 만든 방법은 바빌론 유수 때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파괴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벤야민이 에녹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경외와 의구심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런데 네가 어떻게 이것을 만들 수 있었단 말인가?"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보였다고 해야 할까요."
"보였다고?"
"형광액이 수정을 통과하는 순간, 뭔가가 보였습니다. 길 같은 것이요. 빛이 가야 할 길이 보였습니다. 마치 이미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제가 한 것은 단지 그 길을 열어준 것뿐입니다."
벤야민과 여호수아가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의 눈빛 속에서 무언의 대화가 오갔다.
"이 아이는 천재입니다."
벤야민의 선언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판정이었다.
"아니, 천재를 넘어서... 무언가 다른 존재입니다. 선택받은 자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저주받은 자라고 해야 할까요."
여호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느리고 무거운 동작이었다.
"그래서 당신을 부른 것이오. 이 아이 혼자서는 한계가 있소. 당신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침묵이 필요하오."
"하지만 산헤드린이..."
"그들은 알 필요가 없소."
여호수아의 목소리에는 철석같은 확신이 있었다. 그것은 신념이었고, 동시에 위험한 도박이었다.
"그들은 인간이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이점이오. 무지함이 때로는 최고의 방패가 되는 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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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의 합류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낡은 작업실은 조금씩 변모하기 시작했다. 벽 한쪽에 설계도가 가득 붙었고, 작업대는 정돈되어 체계를 갖추었다. 무엇보다 벤야민이 가져온 것은 '방법'이었다. 혼돈에서 질서를 끌어내는 능력이었다.
"무작정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분석해야 한다."
벤야민이 두꺼운 양가죽 장부를 펼쳤다. 새하얀 페이지가 미래의 가능성처럼 펼쳐졌다.
"매일 같은 시간에 측정하고, 변화를 기록하고, 패턴을 찾아야 해. 그래야 우연이 필연이 되는 거야. 기적이 과학이 되는 거지."
에녹은 고개를 끄덕였다. 열네 살 소년에게 체계적 사고는 낯설었지만, 벤야민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눈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첫 번째 기록이 시작되었다.
『제1일 - 빛의 강도 변화 없음. 형광액 소모량 측정 불가(너무 미세함). 수정 표면 온도 섭씨 12도 유지. 구리선 산화 징후 없음. 특이사항: 주변 공기가 미세하게 이온화되는 것으로 추정됨.』
두 번째 기록.
『제2일 - 동일한 상태 유지. 특이사항: 새벽 3시 14분경 미세한 진동 감지. 지속시간 약 7초. 원인 불명.』
세 번째 기록.
『제3일 - 진동 재발생. 주기성 확인. 정확히 27시간 13분마다 반복. 진동의 강도는 일정하나, 지속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음.』
"이상하네요."
에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27시간 13분이라니. 왜 하루보다 조금 긴 걸까요? 그리고 왜 하필 이 숫자일까요?"
벤야민이 잠시 계산을 하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것은... 달의 자전 주기와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정확히 계산하면... 아니, 이건 우연일 수가 없어. 달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거야.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그때였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무겁고 위압적인 발걸음. 그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천사의 것이었다.
---
"무엇을 하고 있느냐?"
문이 열렸다. 소리 없이, 그러나 공기를 찢듯이. 마치 현실의 막이 찢어지는 것처럼.
우리엘이 들어섰다.
파괴의 천사. 네 개의 팔이 동서남북을 가리키며 공간 자체를 재정의했다. 그녀의 붉은 눈은 용암처럼 느리게, 그러나 불가피하게 작업실을 훑어보았다.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존재의 밀도가 변하고 있었다. 공기가 무거워지고, 빛이 왜곡되었다.
에녹과 아벨은 본능적으로 빛나는 수정 앞을 막아섰다. 참새가 매를 마주한 것처럼 무의미한 저항이었지만, 그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었다. 창조자가 자신의 창조물을 지키려는 원초적 충동이었다.
"우리엘 님."
벤야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가 다시 붙었다. 수십 년의 경험이 간신히 그를 붙잡고 있었다. 그의 다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목소리만은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새로운 촛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요즘 밀랍이 부족해서 대체품을 찾고 있었습니다. 오염생물의 발광낭을 이용하면 어떨까 해서..."
그러나 말끝이 흐려졌다. 거짓말은 공중에서 썩어갔다. 우리엘의 시선 아래에서 모든 위장은 무의미했다. 진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녀의 네 개 팔 중 하나가 움직였다. 느리게. 마치 시간을 해부하듯이. 손가락이 빛나는 수정을 향해 뻗어갔다. 공간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구부러지는 것 같았다.
1센티미터.
그 간격에서 멈췄다.
빛이 떨렸다. 아니, 빛이 두려워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마치 기억하는 것처럼, 그 빛은 천사의 손길을 피해 미세하게 수축했다. 물러났다. 도망치려 했다.
우리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붉은 눈동자가 세로로 찢어지며 파충류의 것처럼 변했다.
"흥미롭군."
한 단어가 떨어졌다. 심판도 아니고 용서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무언가. 호기심과 경계 사이의 감정.
"오염생물의 발광낭이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이 빛은..."
우리엘의 시선이 다시 수정으로 향했다. 그녀의 손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신성력이 그녀의 손끝에서 미세하게 진동했다. 공기가 지직거리며 이온화되었다.
그 순간, 수정의 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아니, 마치 무언가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것처럼.
우리엘의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로군.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치고는 꽤나 정교하구나. 혹시 이것이... 아니, 그럴 리 없겠지."
그녀가 손을 거두었다. 네 개의 팔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계속해라."
명령이었다. 아니, 허락이었다. 아니면 함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밀랍이 부족하다고 했지? 대체품을 찾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특히 이런 시대에는."
그녀가 돌아섰다. 하지만 문을 나서기 직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운 칼날 같았다.
"여호수아에게 전해라. 달이 없는 밤에 찾아가겠다고."
문이 닫히고, 파괴의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한참 동안 그곳에 남아 있었다. 세 사람의 숨통을 조여오는 무거운 압력으로.
---
달이 없는 밤이었다.
지성소는 완전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촛불도, 등불도 없었다. 오직 언약궤만이 스스로의 존재를 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마저도 빛이라기보다는 어둠의 농도가 조금 옅은 것에 가까웠다.
여호수아는 언약궤 앞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아니, 기도하는 척하고 있었다. 그의 의식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과거와 미래, 현재와 영원 사이를 떠돌고 있었다.
"오랜만에 단둘이 대화하는군."
우리엘의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고 울렸다. 언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악인들의 심판관이 지성소 입구에 서 있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거기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 어둠 속에서 만나자 했소?"
여호수아의 목소리가 응답했다. 어둠은 그의 영역이었다. 십 년간 매일 밤 홀로 지낸 시간이 그를 어둠의 일부로 만들었다. 그는 빛이 없어도 볼 수 있었고, 소리가 없어도 들을 수 있었다.
"빛이 있으면 거짓을 말하기 쉽지."
우리엘의 대답이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다가왔다. 하지만 소리는 없었다. 단지 존재의 압력이 다가올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는 오직 본질만이 말한다. 가면이 벗겨지고, 위선이 사라진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마주하게 되지."
침묵이 흘렀다. 두 존재가 서로를 가늠했다. 볼 수 없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신성력의 파장, 의도의 온도, 의심의 무게. 그들은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을 봤다."
우리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인간 아이가 만든 빛 말이오? 나도 보고 받았소. 촛대의 대체품을 찾는다면 좋은 일이지. 계속하라고 격려해주었소."
"촛대."
우리엘이 코웃음을 쳤다. 그 웃음에는 경멸과 조롱이 섞여 있었다.
"여호수아, 우리가 언제부터 서로에게 이렇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나? 언제부터 우리 사이에 이런 벽이 생겼나?"
"거짓말이라니. 무슨 말씀인지."
"그만해라."
우리엘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절대영도의 추위가 그녀의 말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야. 야훼의 것도 아니고, 천사의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멈췄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기억의 심연에서, 혹은 금지된 지식의 창고에서.
"그들의 것이다."
여호수아가 숨을 들이켰다. 날카롭고 차가운 공기가 폐를 찔렀다. 우리엘이 안다. 얼마나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눈치챘다.
"그들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요?"
"모른 척하지 마라, 여호수아."
우리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네 개의 팔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각각이 다른 무기를 잡는 소리. 검, 창, 도끼, 그리고 채찍.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그녀가 창세기를 암송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여호수아. 수면 위에 운행하시기 전에, 이미 물은 거기 있었다. 물이 먼저 있었고. 깊음이 먼저 있었다."
"우리엘..."
"즉, 창세 이전. '빛이 있으라' 하시기 전에 이미 있던 자들. 물 위를 움직이던 자들. 야훼가 오시기 전 이 땅의..."
"그만."
여호수아의 한 마디가 그녀를 멈췄다. 그의 목소리에는 권위가 있었다. 천 년의 세월이 그에게 부여한 무게가 있었다.
"그런 지식은 위험하오. 우리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소."
"위험?"
우리엘이 웃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웃음. 깨진 유리 조각 같은 웃음.
"여호수아, 우리가 이미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잊었나? 우리는 천사다. 신을 섬기는 자들이면서 동시에 신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다."
무거운 진실이 어둠 속에 떨어졌다. 그것은 돌처럼 무거웠고, 칼처럼 날카로웠다.
"...어디까지 알고 있소? 아니, 누가 더 알고 있소?"
"미카엘은 모른다."
우리엘이 말을 이었다.
"그는 너무 순수해. 야훼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 차 있어서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우스운 일이지. 라파엘은... 짐작은 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모른 척하고 있지. 가브리엘은... 글쎄, 그는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 거요?"
"두 번째 절멸전쟁이 올 것이다."
우리엘의 목소리가 예언처럼 울렸다. 운명의 선고처럼.
"이번에는 단순한 종족 전쟁이 아닐 거야. 더 오래된 것들이 깨어날 것이고, 더 근원적인 싸움이 시작될 거다. 엘프도, 드워프도, 심지어 우리 천사도 버티지 못할... 아니, 솔직히 말하지. 다음 전쟁의 최후 승자는 아마 그 황제일 거야. 엘븐하임의."
"그래서?"
"그래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우리엘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두 천사 사이의 거리는 한 걸음뿐이었다. 그들의 신성력이 서로 부딪치며 불꽃을 일으켰다.
"인간들이 만든 그 빛. 그것이 그들의 유산이라면, 우리가 써야 한다. 통제하고, 지배하고, 필요하다면 파괴해야 한다."
"미카엘이 알면..."
"미카엘은 몰라야 한다."
우리엘의 단호한 대답이었다.
여호수아가 한참을 침묵하다가 물었다.
"왜 나를 믿나? 내가 배신자일 수도 있지 않나?
"믿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거다."
솔직한 대답이었다.
"너는 십 년 동안 야훼의 침묵을 견뎠어.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봤겠지. 무언가를 깨달았겠지. 그리고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어. 나는 그것을 이용하려는 거다."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지금 네가 하는 일이 이스라엘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면, 나는 상관없어. 배신이든, 충성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결과야."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빛났다. 우리엘의 네 손에서 각각 다른 색의 불꽃이 타올랐다. 붉은색, 푸른색, 흰색, 검은색. 네 개의 불꽃이 원을 그리며 돌았다. 그것은 아름다웠고, 동시에 공포스러웠다.
"세 달이다."
네 개의 불꽃이 하나로 합쳐졌다. 순백색의 파괴적인 빛. 그것은 순수한 파괴의 에너지였다.
"세 달 안에 그 빛이 무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통제 가능한, 그러면서도 충분히 강력한 무기."
"만약 실패한다면?"
"그때는..."
불꽃들이 폭발했다. 지성소 전체가 순간적으로 밝아졌다가 다시 어둠에 잠겼다.
"내가 직접 모든 것을 끝낸다. 너도, 그 인간들도, 그 빛도, 그리고 그것이 불러올 모든 것들도.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상태로 그들을 맞이한다면 이길 자신이 없군"
불꽃이 꺼졌다. 다시 완전한 어둠.
"하지만 성공한다면?"
여호수아가 물었다.
"그때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거야. 천사와 인간이 함께 만든 새로운 질서. 최종적인 승리."
"그 찬탈자도 막을 수 있겠군, 그들의 힘이라면"
"그래야겠지.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니까."
우리엘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그녀가 떠나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해. 과학도 아니고 마법은 더더욱 고, 그렇다고 신성력만도 아닌. 그 모든 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여호수아는 오랫동안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희망과 절망, 신념과 의심이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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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벤야민은 작업실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성전 보수 자재 창고'였지만, 그 안쪽에는 비밀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중 벽, 삼중 바닥, 그리고 숨겨진 통로들. 미로 같은 구조가 형성되었다.
"벽을 이중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납을 넣어야 해. 빛이 새어 나가면 안 되니까. 그리고 여기, 이 부분에는 은을 입혀야 해. 신성력을 차단하기 위해서."
벤야민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공간이 변했다. 그것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일종의 연금술이었다.
한편 에녹은 새로운 실험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수정을 여러 개 연결하는 시도였다.
"하나가 빛을 내면, 다른 것도 빛을 낼 수 있을까요? 빛이 빛을 낳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수정끼리 직접 연결하자 오히려 빛이 약해졌다. 마치 서로의 힘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두 번째 시도도 실패. 이번에는 한 수정은 밝아졌지만 다른 하나는 깨져버렸다. 날카로운 파편이 에녹의 손을 할퀴고 지나갔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실패가 계속되었다.
"형, 그만하자."
아벨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에녹의 손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었다. 열네 살 소년의 얼굴이 노인처럼 지쳐 보였다.
"아니야,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그때 벤야민이 끼어들었다. 그의 눈이 번득였다.
"잠깐, 이 도표를 다시 봐."
그가 솔로몬 시대의 설계도 복사본을 가리켰다.
"여기 보면 직접 연결이 아니라 '매개체'를 통해 연결하고 있어. 뭔가를 통해서..."
"매개체요?"
"그래, 뭔가를 통해서... 아, 혹시 물은 어떨까? 물은 모든 것의 근원이니까. 태초에도 물이 있었고."
그들은 즉시 실험을 시작했다. 두 개의 수정을 물이 담긴 그릇에 넣고, 그 사이에 가는 구리선을 연결했다.
첫 번째 수정에 형광액을 떨어뜨리자...
기적이 일어났다.
두 번째 수정도 빛나기 시작했다. 약하지만 분명한 빛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두 빛이 서로 공명하며 박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치 심장박동처럼, 마치 호흡처럼.
"성공이야!"
에녹이 환호했다. 비록 작은 성과였지만, 이것은 시작이었다. 빛을 전달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성전 전체를, 아니 예루살렘 전체를 밝힐 수도 있을 것이었다.
벤야민이 감격스럽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솔로몬의 영광이 다시 돌아오는 건가... 아니, 이것은 그보다 더 위대한 것일지도 몰라. 인간의 손으로, 인간의 지혜로 만든 빛이니까."
여호수아는 아무 말 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희망과 두려움이 동시에 자라나고 있었다.
이것이 구원의 시작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저주의 시작일까.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것. 그리고 이제, 그들은 끝까지 가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멀리서, 아무도 모르게, 무언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빛보다 오래된 것.
어둠보다 깊은 것.
태초의 물 위를 움직이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