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헤드린 정기회의. 창세가 끝난 이후 백 이십 세째 달의 첫 번째 날이 저물고 있었다.
원탁은 더 이상 완전한 원이 아니었다. 사리엘의 빈자리가 만든 공백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상처였다. 그 상처로부터 불신이라는 독이 흘러나와 신성한 의회의 혈관을 따라 퍼지고 있었다. 마치 신체가 괴저로 썩어가듯, 천상의 질서가 안에서부터 붕괴되고 있었다.
"제물 수집량, 전월 대비 23% 감소."
라구엘의 보고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묵시록의 한 구절이었다. 정의의 천사가 들어 올린 황금 저울의 한쪽 접시에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다른 쪽에는 야훼의 침묵이 올려져 있었다. 그 균형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기울어져 있었다.
"이는 방종의 필연적 귀결이오."
미카엘의 진단이 떨어졌다. 그의 음성은 최후의 심판을 선고하는 나팔소리처럼 울렸다. 염화검이 칼집 속에서 분노의 파동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정의로운 분노였으나, 동시에 맹목적인 분노이기도 했다.
"인간들에게 발언권을 허락한 것이 원죄였소. 개들에게 목줄을 풀어주니 결국 주인의 손을 물어뜯는 법. 이는 타락한 본성의 필연적 발현이오."
"그들도 한계점에 도달했소."
여호수아의 반박이 울렸다. 그의 목소리는 빙하 밑을 흐르는 지하수처럼 차갑고 깊었다. 표면의 평온함 아래에는 거대한 격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십 년째 메시아 없는 메시아 신앙을 강요받고 있소. 매일 제단에 바치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그들의 영혼이며, 희생이 아니라 그들의 미래 자체요."
"미래?"
미카엘이 조소했다. 그의 세 개의 입이 불협화음의 교향곡을 연주했다. 경멸과 연민과 분노가 뒤엉킨 화음이었다.
"먼지에게 무슨 미래가 있단 말이오? 그들의 존재 이유는 오직 하나, 야훼의 영광을 위한 연료일 뿐. 장작이 자신의 운명을 거부할 수 있단 말이오?"
"그 연료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현실이 보이지 않으시오?"
가브리엘의 개입이었다. 시간의 천사의 네 개의 눈이 각각 다른 시간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과거를 보는 눈은 실패의 순환을, 현재를 보는 눈은 균열의 확산을, 미래를 보는 눈은 다가올 파국을, 가능성을 보는 눈은 이미 닫혀가는 구원의 문을 목격하고 있었다.
"현재의 궤적을 따른다면 2개월 안에 제물 수집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때가 되면..."
"그때는 차라리..."
우리엘이 말을 멈췄다. 그러나 침묵이 말하지 않은 것을 모두가 들었다. 금기의 단어가 공기 중에 떠다녔다.
"인간 제물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레미엘이 침묵의 베일을 찢었다. 죽음의 천사의 제안은 언제나 금기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었다. 그는 경계를 넘는 자가 아니라 경계 자체를 지우는 자였다.
"극단적 상황은 극단적 해법을 요구하는 법. 만약 야훼께서 더 순수한 봉헌을 원하신다면..."
염화검이 완전히 칼집을 벗어났다.
"감히!"
미카엘의 분노가 공간 자체를 뒤틀었다. 온도가 급상승했다. 아니, 온도라는 물리적 개념을 넘어선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그것은 정의로운 분노의 불꽃이었고, 동시에 광기의 화염이기도 했다.
"그것은 넘어서는 안 될 루비콘이오, 레미엘. 그 강을 건너는 순간, 되돌아올 다리는 불타 사라질 것이오."
"루비콘?"
레미엘이 비웃었다. 죽음의 천사의 웃음은 묘비에 새겨진 묘비명처럼 차가웠다.
"우리가 지켜온 모든 경계선이 이미 무너졌는데, 아직도 원칙의 신화를 붙잡고 계시오? 야훼는 침묵하시고, 예루살렘은 썩어가고, 우리는 여기서 무의미한 의례만 반복하고 있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을..."
"왜 안 되는가?"
라파엘이 레미엘을 지원했다. 치유의 천사의 개입은 계산된 배신이었다.
"그들도 결국 죽는다. 방사능의 저주에, 굶주림의 고통에, 오염생물의 이빨에. 차라리 신성한 제단에서 의미 있는 죽음을..."
"그만!"
미카엘의 일갈이 회의실을 얼렸다. 그것은 절대영도의 명령이었다.
첫 번째 천사가 일어섰다. 그의 그림자가 원탁 위로 십자가처럼 드리워졌다.
"그것은 궁극의 금기요. 그 선을 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천사가 아니라 타락한 자들이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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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그리 인간들을 먼지라 경멸하면서,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레미엘의 질문은 단순했으나, 그 안에는 심연이 있었다.
미카엘의 침묵이 무거웠다. 그것은 분노를 삼키는 자의 침묵이었고, 동시에 자신의 모순과 대면하는 자의 침묵이었다.
"먼지도 신의 피조물이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교리를 암송하는 기계처럼 들렸다.
"그들을 경멸하는 것과 제단에 올리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아니 천국과 지옥만큼 다르오."
"어떻게 다른가?"
레미엘이 물었다.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카엘이 스스로 자신의 모순을 드러내기를 원했다.
"종을 벌하는 주인과 종을 잡아먹는 짐승의 차이요."
미카엘의 대답이 떨어지자 우리엘이 웃음을 터뜨렸다. 파괴의 천사의 네 팔이 조롱의 박수를 쳤다. 그것은 신성한 의회에 대한 모독이었다.
"얼마나 장엄한 위선인가, 미카엘! 그래서 우리는 주인이고 그들은 종이라? 때려도 되지만 죽이면 안 된다? 이것이 당신이 말하는 천상의 정의란 말인가?"
"그것이 질서요."
"질서!"
레미엘이 그 단어를 씹어 삼켰다. 그의 입에서 그 단어는 썩은 만나처럼 역겨웠다.
"십 년 전 절멸전쟁으로 산산조각 난 그 질서 말인가? 야훼의 침묵과 함께 붕괴된 그 질서? 아니면 우리가 매일 밤 텅 빈 지성소 앞에서 연기하는 그 허구의 질서?"
미카엘의 세 개의 입이 완벽한 삼위일체의 합창으로 선언했다.
"그들을 경멸하는 것은 나의 권리요. 하지만 그들의 생명을 제단에 바치는 것은 오직 야훼께서만 명하실 수 있는 신성한 특권이오."
"야훼께서 침묵하시는데 어떻게 명하신단 말인가?"
레미엘이 물었다. 그의 질문은 창이었고, 미카엘의 신앙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침묵도 계시요."
미카엘의 대답은 광기와 신앙 사이의 경계선 위에 있었다.
"그분께서 침묵하신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런 권한을 주지 않으셨다는 뜻이오. 신의 침묵을 함부로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성모독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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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영원히 기다리자는 건가?"
우리엘의 질문이었다.
"필요하다면 영원히."
"왜?"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그 안에는 모든 신학의 근본적 물음이 담겨 있었다.
"왜 우리가 지켜야 하는가, 미카엘? 신도 없고, 목적도 불분명하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데?"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오."
미카엘의 대답은 수천 년 동안 반복해온 신조의 메아리였다.
"존재 이유."
라파엘이 그 단어를 음미했다. 녹아내린 얼굴에서 형광빛 고름이 또 한 방울 떨어졌다. 그것은 눈물일 수도 있었다.
"미카엘, 진실과 대면할 시간이오. 우리의 존재 이유는 야훼를 섬기는 것이었소. 그런데 야훼가 없다면?"
"계신다!"
미카엘이 폭발했다. 염화검이 공중에 십자가를 그었다. 2미터의 불타는 심판이 공간에 낙인을 찍었다.
"침묵하실 뿐이다. 시험하실 뿐이다. 욥을 시험하셨듯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셨듯이, 그분은..."
"인간의 시간으로 10년. 천사의 시간으로도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오."
가브리엘의 중재였다.
"그래서 포기하자는 건가?"
미카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세 개의 입이 각각 다른 감정을 토해냈다. 분노, 절망,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두려움.
"포기가 아니라 적응이오."
레미엘이 한 걸음 다가섰다. 죽음과 삶 사이의 경계를 걷는 자의 발걸음이었다.
"인간을 제물로 쓰는 것이 신성모독이라고? 그럼 신 없는 제단에 짐승을 바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상숭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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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는..."
레미엘이 금기의 역사를 펼쳐놓았다.
"노아 시대에 인간들을 홍수로 쓸어버리셨다. 소돔과 고모라를 유황불로 소각하셨다. 이집트의 모든 장자들을 하룻밤에 거두어가셨다. 그리고..."
그가 눈을 감았다. 다음 말은 궁극의 신성모독이었다.
"자신의 독생자마저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하셨다."
"그래서?"
"그분은 처음부터 피를 요구하셨다. 아벨의 피에서 시작하여 그리스도의 피에 이르기까지. 그분은 자비의 신이 아니라 희생의 신이시다. 미카엘, 네가 말하는 신하된 도리를 지키려면 오히려 인간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것 아닌가?"
미카엘의 염화검이 번개처럼 빠져나왔다. 칼끝이 레미엘의 목 앞에서 멈췄다. 신성한 화염이 죽음의 천사의 피부를 그을렸다.
"감히 그런 신성모독을..."
"진실 아닌가?"
레미엘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칼끝이 목에 닿게 했다. 이카로스의 피 한 방울이 맺혔다. 그것은 검붉었고, 동시에 눈부시게 빛났다.
"진실이 신성모독이 된 시대라니. 우리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보이는가,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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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안이 무엇인가?"
라파엘이 물었다.
"계속 기다리는 건가? 인간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예루살렘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자신이 의미를 잃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미카엘의 목소리가 무너지고 있었다. 신앙의 바위가 침식되고 있었다.
"그것이 적어도 우리를 천사로 남게 한다."
"천사."
우리엘이 그 단어를 조롱했다.
"날개 달린 노예라는 뜻인가? 응답 없는 기도를 올리는 광대라는 뜻인가? 아니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신을 섬기는 망상증 환자?"
"그래도..."
"미카엘, 너도 알고 있지 않나?"
우리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매일 밤 지성소에서 울리는 침묵의 무게를! 텅 빈 언약궤의 공허를! 케루빔의 날개 사이에 아무도 없다는 진실을!"
"알고 있다!"
미카엘의 고함이 회의실을 흔들었다. 그것은 신앙의 비명이었다.
"나도 안다! 매일 밤 텅 빈 성소를 마주한다! 매일 아침 응답 없는 제사를 올린다! 하지만..."
그가 검을 거두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제멋대로 신이 되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 무엇인가?"
"시험이다."
미카엘의 대답은 절박한 신앙 고백이었다.
"야훼께서는 우리를 시험하신다. 그분이 없을 때도 우리가 충성을 지킬 수 있는지. 그분의 율법을 지킬 수 있는지. 이것은 궁극의 시험이다."
"만약 시험이 아니라면?"
가브리엘이 조용히 물었다. 시간의 천사의 질문은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시험이다."
미카엘은 다른 가능성을 거부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잠시 멈췄다. 다음 말은 그 자신조차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우리가 섬겨온 모든 것이 거짓이 된다. 우리가 저지른 모든 일이 범죄가 된다."
"이미 그럴지도 모른다."
라파엘의 독백이었다.
"그래도."
미카엘이 원탁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는 광기와 신성함이 동시에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지킬 것이다. 인간을 제물로 쓰지 않는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우리가 침범할 수 없는 최후의 성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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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엘이 물었다.
"왜냐하면..."
미카엘이 염화검을 높이 들었다. 검신에서 신성한 불꽃이 타올랐다. 그것은 최후의 심판의 불꽃이었고, 동시에 소멸해가는 신앙의 마지막 불씨였다.
"그것이 야훼와 우리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생명을 주고 거두실 수 있다. 우리는... 우리는 단지 수호자일 뿐이다. 경계를 지키는 자, 문지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호자."
레미엘이 쓴웃음을 지었다.
"무엇을 수호한다는 말인가? 폐허를? 시체를? 침묵을? 부재를?"
"희망을."
미카엘의 대답이 떨어졌다. 그것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야훼께서 돌아오실 것이라는 희망을. 그 희망만은... 지켜야 한다."
"희망이 우리를 배신한다면?"
"그럼 배신당한 채로 죽는 것이 천사의 운명이다."
미카엘의 선언은 광기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야말로 그를 첫 번째 천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맹목적이고, 절대적이며, 타협을 모르는 충성. 그것이 그의 본질이었고, 저주였으며, 동시에 축복이었다.
"마지막으로 선언한다."
그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인간 제물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타락한다. 루시퍼처럼. 그리고 그때는 내가... 내 손으로 그 반역자를 처단할 것이다."
토론은 끝났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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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끝난 직후, 차가운 대리석 복도.
우리엘이 여호수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괴의 천사의 네 개의 팔이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그림자처럼 조용했고, 동시에 폭풍전야처럼 위험했다.
"잘했다."
의외의 칭찬이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침묵을 지킨 것."
우리엘의 네 개의 눈이 복도를 훑었다. 감시자가 없음을 확인한 후, 그녀의 네 팔이 복잡한 수화를 만들었다. 그것은 고대 천사들의 비밀 언어였다. 창세 이전부터 존재했던, 음성보다 오래된 대화법.
『달이 없는 밤에 목격한 것을 잊지 마라』
수화의 의미였다.
『세 달 중 하나가 소진되었다』
여호수아가 같은 방식으로 응답했다. 그의 손놀림은 정확했고, 동시에 조심스러웠다.
『알고 있다.』
둘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하나는 빛을 향해, 다른 하나는 어둠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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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인간 거주구역 지하.
곰팡이가 돌벽을 따라 검은 혈관처럼 맥동하고 있었다. 한때 곡식을 저장했던 이 공간은 이제 썩어가는 희망의 납골당이었다. 촛불 하나가 다섯 개의 얼굴을 간신히 비추고 있었는데, 그 빛조차 어둠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있었다.
다니엘이 입을 열었다. 서기였던 그의 목소리는 이제 예언자의 것이었다.
"그들이 우리를 제단에 올리는 것을 논의했습니다."
그 문장이 떨어지는 순간, 시간이 파열되었다. 각자의 의식 속에서 미래가 산산조각 났다. 내일이라는 환상이, 생존이라는 희망이, 인간으로 죽을 것이라는 마지막 위안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야곱의 입에서 새어 나온 것은 웃음이었다. 그것은 광기와 체념 사이에서 태어난 기형적인 소리였다. 상인으로서 그는 평생 거래를 해왔다.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고, 위험을 측정하고, 때로는 도박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거래 테이블 위에 올라간 것은 상품이 아니라 그들의 영혼이었다.
"누가 찬성했습니까?"
그의 질문은 사형수가 집행 방법을 묻는 것과 같았다.
"레미엘이 제안했습니다. 죽음의 천사답게. 라파엘이 지지했습니다. 실용주의자답게."
"미카엘은?"
"반대했습니다. 그의 광신이 이번에는 우리를 구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그 단어가 지하실의 공기를 시체 썩는 냄새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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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이 벽을 향해 돌아섰다. 한때 '예루살렘의 방패'라 불리던 전사의 등이 부러진 활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절멸전쟁의 영웅, 오염구역의 정복자, 수백의 괴물을 도륙한 살육자가 이제는 무너진 성벽처럼 무력했다.
"우리가..."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찢어졌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얼마나 많이 죽었는가. 내 부하들이, 내 형제들이, 내 아들이..."
주먹이 벽을 쳤다. 돌이 살을 찢고,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는 계속 쳤다. 고통으로 고통을 지우려는 원시적 의례였다.
"충분합니다, 사울."
미리암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의료단장의 손은 시체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너무 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너무 많은 비명을 삼켰고, 너무 많은 피를 닦았다.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고갈되었고, 남은 것은 차가운 이성뿐이었다.
"분노는 사치입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계산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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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이라."
바라바가 웃었다. 한때 성전의 창녀였던 그녀는 권력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알고 있었다. 천사들의 침소에서 그녀는 그들의 욕망을 목격했고, 그들의 비밀을 청취했고, 그들의 약점을 기억했다.
"도살장의 돼지가 무슨 계산을 한단 말인가? 오늘 도륙될까, 내일 도륙될까? 목이 잘릴까, 가슴이 찔릴까?"
"하지만 아직 숨을 쉬고 있습니다."
다니엘이 양가죽 두루마리를 펼쳤다. 피와 재로 그린 도표가 나타났다. 복잡한 선들이 운명의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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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십시오."
그의 손가락이 도표를 따라 움직였다. 부러진 갈비뼈 때문에 그의 손은 항상 떨렸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예언자의 확신으로 견고했다.
"천사들의 균열입니다. 미카엘의 맹목적 충성, 레미엘의 허무주의적 실용성, 우리엘의 계산된 야심, 가브리엘의 초월적 방관, 라파엘의 기회주의적 생존본능, 그리고 여호수아의..."
그가 멈췄다. 다음 단어는 위험했다.
"여호수아의 이단적 침묵."
"침묵?"
야곱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상인의 본능이 거래의 냄새를 맡았다.
"평소의 그라면 격렬하게 우리를 옹호했을 텐데."
"그것이 핵심입니다."
다니엘의 눈이 촛불처럼 깜빡였다. 그 속에는 음모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여호수아와 우리엘 사이에 밀약이 있습니다. 저는 회의 후 복도에서 목격했습니다. 그들이 수화로 대화하는 것을. 고대 천사들의 금지된 언어로."
"내용은?"
"해독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니엘이 도표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물음표가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의문부호가 아니라 가능성의 상징이었다.
"그들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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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울이 물었다. 전사의 본능이 전투의 가능성을 감지했다.
"우리도 준비해야 합니다."
다니엘이 새로운 양피지를 꺼냈다. 거기에는 더 복잡한 음모가 새겨져 있었다.
"천사들을 서로 충돌시킵니다. 의심의 씨앗을 뿌리고, 증거를 조작하고, 진실과 거짓을 뒤섞어서..."
"잠깐."
미리암이 손을 들었다. 의사의 회의주의였다.
"그들이 우리를 믿을까요? 먼지의 증언을?"
"직접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다니엘의 미소는 뱀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된 증거, 엿들은 대화, 흘려진 정보... 의심은 그렇게 싹트는 법입니다. 암세포처럼,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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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첫째, 미카엘에게는 레미엘이 인간들과 비밀 거래를 한다는 암시를. 신성한 제물을 빼돌려 개인적 목적에 사용한다는 증거를 조작합니다."
"둘째, 레미엘에게는 미카엘이 그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숙청하려 한다는 소문을. 루시퍼의 추종자로 몰아 제거할 계획이라는 문서를 위조합니다."
"셋째..."
그가 말을 멈췄다.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그것은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위험의 신호였다.
발소리.
무거운 군화 소리가 위층을 지나가고 있었다. 규칙적이고 군사적인 리듬. 성전 경비대의 행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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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 모두가 화석이 되었다. 숨소리조차 반역이 되는 순간이었다.
발소리가 멈췄다.
정확히 그들의 머리 위에서.
야곱의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사울의 손이 본능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칼을 찾았다. 미리암은 독약 병을 만지작거렸다. 포로가 되느니 차라리... 바라바는 이미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옛 기도문을 속으로 암송했다.
하나. 둘. 셋.
시간이 타르처럼 끈적하게 흘렀다.
발소리가 다시 멀어졌다.
그들이 동시에 내쉰 숨은 무덤에서 나는 한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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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합시다."
다니엘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죽음을 너무 가까이서, 너무 자주 본 자의 초연함이었다.
"이 계획이 성공할 확률은?"
미리암의 질문은 의사다웠다. 예후를 묻는 것처럼 냉정했다.
"극히 희박합니다.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그럼에도?"
"그럼에도 해야 합니다."
다니엘이 일어섰다. 부러진 갈비뼈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예언자처럼 꼿꼿이 섰다.
"우리는 이미 시체입니다. 단지 아직 호흡하고 있을 뿐. 문제는 어떻게 죽느냐입니다. 제물로서? 아니면..."
"인간으로서."
사울이 문장을 완성했다. 전사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결의가 어둠 속에서 자라났다. 절망이 극한에 도달했을 때 피어나는 그 기괴하고도 숭고한 꽃.
"내일부터."
다니엘이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각자 맡은 역할대로 움직입니다. 실패하면..."
"실패는 없습니다."
야곱이 단호하게 말했다. 상인의 마지막 도박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자에게 실패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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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출구로. 음모자들의 조심스러운 해산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다니엘이 촛불을 껐다.
완전한 어둠이 도래했다. 그것은 단순한 빛의 부재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부정이었다.
그리고 그 절대적 어둠 속에서, 그는 속삭였다.
"용서하소서, 여호수아님.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의 고백을 들은 것은 침묵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