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주.
다니엘의 손이 떨렸다. 그것은 단순한 피로나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부러진 갈비뼈가 숨을 쉴 때마다 폐를 찌르는 고통도, 우리엘의 신성력에 그을린 화상의 욱신거림도 아니었다. 그의 손을 떨리게 만든 것은 절망이라는, 무게를 잴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이 물질화된 압력이었다.
열일곱 번째 양피지가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 레미엘의 인장을 모사하려는 시도는 마치 인간의 손으로 번개를 그리려는 것과 같았다. 죽음의 천사가 사용하는 일곱 획의 문양은 단순한 기하학적 도형이 아니라 신성력 자체의 결정체였다. 각 획에는 천 년의 권위가, 만 년의 신비가, 그리고 측량할 수 없는 힘이 응축되어 있었다.
먹물이 양피지 위에서 번졌다. 마치 검은 피가 상처에서 흘러나오듯, 통제를 잃은 선들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다니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때, 그 숨결에 촛불이 흔들렸고, 흔들리는 빛이 만든 그림자가 실패한 인장 위에서 조롱하듯 춤을 췄다.
"포기해야 합니다." 그의 선언은 항복이었다. "인장 위조는 불가능해요. 우리는 신이 아니고, 천사는 더더욱 아니니까요."
야곱이 붉은 로브를 추스르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상인이었던 그의 몸짓에는 여전히 거래 테이블에서의 습관이 남아 있었다. 손가락으로 보이지 않는 주판알을 튕기듯, 그는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겁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묻어났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일 밤 비명소리가 들리고, 매일 아침 시체를 치우는데 말입니다."
미리암이 의료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거기에는 죽음의 통계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각 숫자는 한 사람의 생명이었고, 지워진 미래였으며, 끊어진 가능성이었다.
"두 달입니다." 그녀의 진단은 의사의 것이었다. 차갑고, 정확하고, 무자비했다. "현재 사망률로 계산하면, 하루 평균 0.8명. 부상으로 인한 전투 불능 인원이 하루 1.3명. 이 속도라면 두 달 안에 정찰 가능 인원이 임계점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때가 되면 천사들이 직접 움직이거나, 아니면 우리를 제물로 쓰기 시작할 겁니다."
사울이 벽에 기댄 채로 말했다. 한때 예루살렘의 방패라 불렸던 전사의 갑옷은 이제 녹과 피로 얼룩져 있었고, 그의 목소리에는 전장에서 배운 현실주의가 묻어났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완벽한 증거를 만들 수 없다면, 의심을 만들어야죠. 산사태는 거대한 바위가 아니라 작은 돌멩이 하나에서 시작되니까요. 그 돌멩이가 다른 돌을 건드리고, 그 돌이 또 다른 돌을 밀어내고, 결국에는 산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겁니다."
바라바가 낡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한때 성전 창녀였던 그녀의 손가락에는 여전히 향료의 냄새가 배어 있었지만, 이제 그 향기는 썩은 냄새를 가리기 위한 것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우리가 던질 돌멩이를 천사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그들은 우리를 먼지로 봅니다. 먼지가 던진 돌은 그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바람에 날리는 티끌처럼 무시당할 뿐이죠."
다니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촛불의 빛이 그의 눈동자에 반사되었을 때, 거기에는 계략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부서진 육체 속에서도 정신은 날카로웠고, 절망의 끝에서도 지혜는 빛났다.
"그렇다면 천사들끼리 돌을 던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의 말은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혁명의 씨앗이 들어있었다. "우리는 단지 그 궤적을 살짝 비틀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마치 광야의 바람이 화살의 방향을 미묘하게 바꾸듯이, 우리의 속삭임이 그들의 의심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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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주.
사울은 정찰대장의 권한을 이용해 성전 순찰 일정을 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효율성 개선이었다. 방사능 폭풍이 몰아치는 시간을 피하고, 오염생물들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를 우회하는 새로운 동선.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른 목적이 숨어 있었다. 천사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그들의 습관을 기록하고, 그들의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매일 새벽, 사울은 망루에 올라 천사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의 눈은 매의 것처럼 날카로웠고, 기억력은 양피지보다 정확했다.
새벽 네 시, 첫 번째 종소리와 함께 미카엘이 북쪽 망루에서 내려온다. 그의 검은 날개가 어둠을 가르며 펼쳐질 때, 떨어지는 검은 깃털들이 대리석 바닥에 작은 화상 자국을 남긴다. 그는 항상 같은 경로를 따른다. 북쪽 망루에서 중앙 회랑을 거쳐 동쪽 회랑으로. 각 걸음의 간격은 정확히 팔십칠 센티미터. 군인의 행진처럼 일정하고, 시계의 추처럼 규칙적이다.
새벽 다섯 시, 두 번째 종소리가 울릴 때 레미엘이 지하 납골당에서 올라온다. 죽음의 천사는 소리 없이 움직인다. 그의 발걸음은 유령의 것처럼 가볍고,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희미한 향내가 남는다. 그것은 썩은 백합의 향기와 신선한 피의 냄새가 뒤섞인, 형용할 수 없는 죽음의 향기다.
새벽 여섯 시, 세 번째 종소리와 함께 두 천사의 경로가 중앙 회랑에서 교차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인사도 하지 않습니다." 사울이 다른 음모자들에게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그 안에는 발견의 흥분이 숨어 있었다.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아요. 미카엘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레미엘은 오른쪽을 봅니다. 마치 서로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이미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균열이죠."
다니엘이 도표를 그리며 말했다. 양피지 위에 천사들의 동선이 복잡한 기하학 문양처럼 그려졌다. 각 선의 교차점은 기회였고, 각 평행선은 고립이었다.
"그 긴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직접적인 충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겁니다. 의심은 독과 같아서,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으니까요."
야곱이 붉은 로브의 소매를 걷어 올리며 끼어들었다. 그의 팔뚝에는 오래된 흉터들이 있었다. 거래가 잘못되었을 때 받은 상처들, 계산이 틀렸을 때 치른 대가들.
"상인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가장 효과적인 거짓말은 90퍼센트의 진실에 10퍼센트의 거짓을 섞는 겁니다. 순금에 불순물을 섞듯이, 진실에 거짓을 살짝 섞으면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레미엘이 실제로 하는 행동에 약간의 왜곡을 더하는 거죠."
미리암이 의료용 메스로 사과를 깎으며 물었다. 그녀의 손놀림은 정확했고, 벗겨지는 껍질은 한 줄기 리본처럼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레미엘은 실제로 매일 밤 동쪽 제단에서 개인 의식을 행합니다." 야곱이 설명했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수백 년 동안 계속해온 일이고, 모든 천사들이 아는 일이죠. 하지만 그 의식의 '목적'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어떤 이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인도하는 의식이라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힘을 충전하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그 모호함이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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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주.
바라바는 성전의 하급 청소부로 잠입했다. 한때 비단과 향료로 치장했던 그녀가 이제는 누더기 같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대리석 바닥을 닦는 그녀의 모습은 초라했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천사들의 시선 밖에서, 그러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위치. 거미가 거미줄의 가장자리에서 진동을 감지하듯, 그녀는 성전의 미세한 변화들을 포착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오후, 그녀는 '우연히' 젊은 천사 카시엘이 지나가는 복도에서 바닥을 닦고 있었다. 카시엘은 겨우 삼백 년 된 천사였다. 천사들의 기준으로는 갓난아기나 다름없었고, 그래서 순수했으며, 그 순수함이 그를 완벽한 목표로 만들었다.
카시엘이 지나가려 할 때, 바라바는 일부러 물통을 엎었다. 더러운 물이 대리석 바닥에 쏟아지며 카시엘의 발치까지 흘러갔다. 물속에는 미세한 재가 섞여 있었다. 동쪽 제단에서 가져온 재였다.
"죄송합니다, 카시엘 님!"
그녀가 허둥지둥 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수십 년간 천사들을 상대하며 익힌 기술이었다. 언제 비굴해야 하는지, 언제 불안해해야 하는지, 언제 두려워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요즘 정신이 없어서 실수가 잦네요. 동쪽 제단 청소 때문에 매일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잠이 부족해서 그런가 봐요. 게다가 그곳은 늘 이상한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프거든요. 다른 청소부들도 다들 그렇다고 하는데, 혹시 제단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카시엘은 그냥 지나쳤다. 천사가 인간 청소부의 불평에 귀 기울일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냄새'라는 단어는 그의 의식 한구석에 작은 가시처럼 박혔다. 그것은 너무 작아서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확실히 거기 있었다.
다음 날, 바라바는 다른 청소부와 대화하는 것을 카시엘이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했다. 그녀는 카시엘의 순찰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매일 오후 세 시 십오 분, 동쪽 회랑을 지나간다. 오차는 삼십 초 이내였다.
"어제도 동쪽 제단에 검은 얼룩이 있었어." 바라바가 동료 청소부에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카시엘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크면서도, 일부러 들려주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더라. 마치 뭔가가 타버린 자국 같았어."
"검은 얼룩? 무엇 때문이지?" 동료 청소부가 물었다. 그녀도 공모자였지만, 그녀의 당황은 진짜였다. 바라바가 미리 알려주지 않은 부분이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레미엘 님이 의식을 하고 난 다음 날이면 꼭 그런 얼룩이 생겨. 처음에는 그냥 신성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얼룩이 점점 진해지고 있어. 그리고 모양도 이상해. 마치 뭔가를 태운 것 같은데, 제단에서 태울 게 뭐가 있겠어?"
거짓은 아니었다. 실제로 레미엘의 신성력이 대리석에 미세한 그을림을 남기곤 했다. 모든 천사의 신성력은 물질 세계에 흔적을 남겼다. 미카엘의 것은 황금빛 잔상을, 가브리엘의 것은 은빛 파문을, 레미엘의 것은 검은 그림자를 남겼다. 다만 그것을 '검은 얼룩'이라고 표현하고, '점점 진해진다'고 과장한 것이 왜곡이었을 뿐이다.
카시엘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지나갔지만, 그의 귀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천사의 청각은 인간의 그것보다 훨씬 예민했다. 심장 박동 소리로 거짓말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바라바의 심장은 일정하게 뛰고 있었다. 수십 년간의 훈련이 그녀의 신체 반응까지 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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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주.
야곱은 더 신중하게 움직였다. 상인이었던 그는 위험과 이익의 균형을 재는 법을 알고 있었다. 너무 많은 이익을 추구하면 의심을 사고, 너무 적은 위험을 감수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는 문서를 직접 위조하는 대신, 기존 문서를 '재배열'하기로 했다. 창조보다 변형이 덜 위험했고,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보다 유를 다른 유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성전 기록 보관소는 미로였다. 수천 년간의 문서가 층층이 쌓여 지질학적 단층처럼 시간의 켜를 이루고 있었다. 양피지의 냄새와 먼지의 무게가 공기를 짙게 만들었고, 촛불의 빛조차 그 무게에 눌려 제대로 퍼지지 못했다. 야곱은 하급 서기 아모스를 그곳에서 만났다.
아모스는 떨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갈등 때문이었다. 그의 딸이 방사능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고, 약은 오직 야곱의 루트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다. 절박함이 그의 양심을 갉아먹고 있었지만, 딸의 생명 앞에서 양심은 사치였다.
"이것은 배신이 아닙니다." 야곱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뱀의 유혹과 아버지의 이해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 "당신은 단지 문서를 정리하는 것뿐입니다. 우연히 잘못 배치된 문서를 발견하고, 그것을 보고하는 것뿐이죠.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야곱이 건넨 것은 한 묶음의 문서였다. 루시퍼의 반란을 다룬 고대 기록, 천사들 간의 갈등을 기록한 보고서, 그리고 레미엘의 최근 활동 보고서. 개별적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문서들이었지만, 특정한 순서로 배열하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미카엘의 개인 기록철에서, 루시퍼 관련 문서를 찾으세요." 야곱이 설명했다. "거기에 레미엘의 보고서를 끼워 넣되, 마치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세요. 종이의 색깔을 맞추고, 먼지를 고르게 뿌리고, 가장자리를 살짝 닳게 만드세요."
아모스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것이 발각되면 저는 죽습니다. 아니,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당할 겁니다."
"발각되지 않을 겁니다." 야곱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하면 당신이 이것을 넣는 것이 아니라 '발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후, 정기 문서 정리를 하다가 당신은 이상한 배열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루시퍼의 반란 기록과 레미엘의 보고서가 함께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하겠죠. 그리고 규정에 따라 상급자에게 보고할 겁니다."
"상급자라면 누리엘 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정확합니다. 누리엘은 라파엘의 부하입니다. 그리고 라파엘은 기회주의자죠. 미카엘과 레미엘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면, 그는 그 틈을 이용할 겁니다. 이 정보를 레미엘에게 흘려서 미카엘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동시에 미카엘에게도 은밀히 알려서 레미엘에 대한 경계를 높일 겁니다."
야곱이 미소 지었다. 그것은 큰 거래를 앞둔 상인의 미소였다.
"연쇄 반응입니다. 불신이 불신을 낳고, 의심이 의심을 키웁니다. 우리는 단지 첫 번째 도미노를 살짝 밀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그들의 본성이 알아서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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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주.
계획이 조금씩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얼음 호수에 생긴 첫 번째 금처럼 미세했지만, 확실히 존재했다.
카시엘은 동쪽 제단을 지날 때마다 의식적으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실제로 특별한 냄새는 없었다. 레미엘의 신성력이 남긴 희미한 죽음의 향기가 있을 뿐이었고, 그것은 죽음의 천사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선입견이 그의 감각을 왜곡시켰다. 존재하지 않는 냄새를 맡고, 보이지 않는 얼룩을 보며,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 카시엘은 미카엘 앞에 섰다. 젊은 천사의 얼굴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미카엘을 숭배했고, 그래서 더욱 신중했다. 하지만 결국 의무감이 주저함을 이겼다.
"미카엘 님, 혹시 동쪽 제단에서 평소와 다른 점을 느끼신 적이 있으십니까?"
미카엘은 염화검을 닦고 있었다. 2미터의 불타는 심판은 칼집 밖에서도 미세한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왜 그렇게 묻는가?"
카시엘이 망설였다. 그의 내면에서 충성과 의심이 충돌하고 있었다. "그저 제 착각일 수도 있는데, 최근 그곳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져서요. 청소부들도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고, 제단 주변에 검은 얼룩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미카엘의 손이 멈췄다. 그것은 일 초도 안 되는 짧은 정지였지만, 분명히 멈췄다. 그의 세 개의 입 중 하나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삼킨 것처럼.
"검은 얼룩이라." 그가 중얼거렸다. "레미엘의 신성력은 확실히 검은 흔적을 남기지. 하지만 그것이 늘어난다고?"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청소부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을 뿐입니다."
미카엘은 그 말을 흘려들었다. 인간 청소부들의 증언은 신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의식 한구석에는 작은 물음표가 생겼다. 씨앗이 심어진 것이다.
같은 시기, 라파엘은 누리엘로부터 흥미로운 보고를 받았다.
누리엘은 하급 천사였지만 야심이 있었다. 그는 정보의 가치를 알았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아모스가 가져온 '발견'은 그에게 완벽한 기회였다.
"라파엘 님, 정기 문서 정리 중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라파엘의 녹아내린 얼굴에서 형광빛 고름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것이 대리석 바닥에 닿자 치직 소리를 내며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이상한 것이라니?"
"미카엘 님의 개인 기록철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루시퍼의 반란 관련 문서와 레미엘 님의 최근 보고서가 함께 묶여 있었습니다. 마치 미카엘 님이 두 사안을 연관 지어 생각하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라파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치유의 천사였지만, 그의 본질은 생존이었다.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독을 해독하는 것도, 결국은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다른 이의 상처를 이용하는 것이 생존의 방법이 되기도 했다.
"우연이겠지." 그가 대답했지만, 그의 녹아내린 얼굴에는 계산적인 빛이 스쳤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흥미롭군. 계속 지켜보게. 그리고 이 일은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네, 라파엘 님."
누리엘이 물러간 후, 라파엘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미카엘과 레미엘의 갈등. 그것은 그에게 기회였다. 두 강자가 싸우는 동안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완벽한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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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주.
사울은 가장 위험한 역할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피를 미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인간의 피가 천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체액이 아니라 생명의 본질이었고, 제물의 핵심이었으며, 금기의 상징이었다.
새벽 순찰을 준비하며, 사울은 작은 칼을 품에 숨겼다. 그것은 의료용 메스였지만, 미리암이 특별히 가공한 것이었다. 날의 각도가 레미엘이 사용하는 의식용 단검과 유사하게 갈려 있었다.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 사울은 동쪽 제단 근처의 순찰로를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신중했고, 호흡은 고요했다. 전사의 본능이 위험을 경고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레미엘의 제단에서 정확히 열세 걸음 떨어진 지점. 그곳에서 사울은 '사고'를 연출했다. 날카로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척하며, 손목을 바위 모서리에 긁었다. 메스로 만든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충분한 피를 흘리기에는 적절했다.
피가 대리석 바닥에 떨어졌다. 붉은 꽃이 피어나듯 번져나갔다. 사울은 서둘러 천으로 상처를 감쌌지만, 일부러 몇 방울이 제단 방향으로 흐르도록 놔두었다. 그리고 피를 닦으며 미세한 흔적을 남겼다. 완벽하게 지우려 했지만 실패한 것처럼 보이도록.
다음 날 아침, 미카엘이 그곳을 지나갔다. 천사의 예민한 감각은 즉시 인간의 피 냄새를 감지했다. 그것은 희미했지만 분명했다. 철분과 소금, 그리고 생명의 냄새.
"왜 여기에 인간의 피가?"
미카엘이 중얼거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바닥을 살폈다. 희미한 붉은 자국이 레미엘의 제단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었다. 성전에서 인간들이 다치는 일은 흔했고, 순찰병이 부상을 입는 것도 일상이었다.
하지만 카시엘이 언급한 '이상한 기운'과 겹쳐지면서, 미카엘의 의심은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직은 구름처럼 모호했지만, 확실히 무언가가 응축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미카엘은 자신의 방에서 홀로 있었다. 염화검이 칼집 속에서 불안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인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레미엘이 선을 넘었다면?"
그가 자신에게 물었다. 세 개의 입이 각각 다른 대답을 속삭였다.
첫 번째 입: "불가능하다. 그는 충실한 천사다."
두 번째 입: "하지만 죽음의 천사는 항상 경계선을 걷는다."
세 번째 입: "증거가 필요하다. 확실한 증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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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주.
음모자들이 다시 모였다. 지하실의 공기는 긴장으로 무거웠다. 촛불의 빛이 그들의 얼굴을 비췄을 때, 거기에는 결의와 두려움이 동시에 새겨져 있었다.
"이제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니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예언자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별적인 의심들을 심었습니다. 작은 씨앗들을 여기저기 뿌렸죠. 이제 그것들을 하나로 연결시킬 때입니다."
그가 새로운 계획을 펼쳤다. 양피지 위에는 복잡한 도표가 그려져 있었다. 각 선은 인과관계를 나타냈고, 각 점은 결정적 순간을 표시했다.
"다음 산헤드린 회의가 열흘 후입니다. 그 직전에 모든 것이 동시에 터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미카엘이 레미엘을 의심하고, 레미엘이 미카엘을 의심하며, 다른 천사들이 둘 다를 의심하도록."
미리암이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다니엘이 작은 뼈 조각을 꺼냈다. 그것은 평범한 양의 뼈였지만, 특별한 처리를 거친 것이었다. 일주일 동안 레미엘의 제단 근처에 숨겨두어 그의 신성력에 노출시킨 것이었다.
"이 뼈에는 레미엘의 신성력과 유사한 파장이 남아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첫눈에는 레미엘이 만진 것처럼 보일 겁니다. 여기에 인간의 피를 묻히고, 제단 근처에서 '발견'되게 만들면 어떻게 보일까요?"
야곱이 이해했다. "마치 레미엘이 인간 제물을 준비한 것처럼 보이겠군요."
"정확합니다. 하지만 너무 명백하면 안 됩니다. 의심을 살 정도로만, 그러나 확신을 갖지 못할 정도로만 증거를 배치해야 합니다. 천사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바라바가 덧붙였다. "그리고 저는 계속해서 소문을 퍼뜨릴 겁니다. 청소부들 사이에서, 하급 천사들의 시종들 사이에서. 작은 속삭임들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도록. 소문은 바이러스와 같아서,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막을 수 없으니까요."
사울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옳은 일입니까?"
침묵이 흘렀다. 그것은 무거운 침묵이었다. 각자가 자신의 양심과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옳고 그름을 따질 처지가 아닙니다." 다니엘이 대답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제물로 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이것은 살인이 아니라 자기방어입니다."
다니엘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우리는 단지 이미 존재하는 균열을 드러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들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