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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의 초상, 변증


프레빌 34주 전 잡담 | 반응 : 중립적 | 댓글 1

제8주차 세 번째 날.


산헤드린 회의 직전의 새벽은 죽음의 색이었다.


하늘이 아니라 시체의 내장이 펼쳐진 듯한 회색빛 속에서, 첫 번째 종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미카엘은 이미 북쪽 망루에 서 있었다. 그의 염화검이 칼집 속에서 진동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분노의 떨림이 아니라 예감의 전율이었다. 무언가가 오고 있었다. 공기의 밀도가 변하고, 시간의 질감이 뒤틀리며, 인과율 자체가 재정렬되고 있었다.


레미엘의 발걸음이 동쪽 제단에서 멈췄다.


죽음의 천사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가락이 대리석 바닥을 쓸었을 때, 그곳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으나 존재했고, 만질 수는 없었으나 확실했다. 인간의 피. 그것도 신선한.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피 속에는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그의 신성력과 유사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마치 자신의 서명을 모사한 듯한 파장이.


"흥미롭군."


레미엘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죽음의 천사에게 감정은 사치였고, 그는 오래전에 그것을 포기했다. 대신 그에게 남은 것은 차가운 논리와 냉철한 계산뿐이었다.


그 순간.


미카엘이 나타났다.


아니, '나타났다'는 표현은 부정확했다. 그는 공간을 찢고 들어왔다. 신성력이 현실의 장막을 갈가리 찢으며 그의 존재를 이 차원에 각인시켰다. 염화검이 이미 반쯤 뽑혀 있었고, 그 칼날에서 새어 나오는 열기가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무엇을 하고 있었나, 레미엘."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심문이었다.


레미엘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유체처럼 부드러웠으나, 그 안에는 긴장이 숨어 있었다. 두 천사가 마주 섰을 때, 공간 자체가 숨을 멈췄다. 시간이 얼어붙었고, 바람이 죽었으며, 심지어 방사능 입자들조차 그들 사이를 피해 흘렀다.


"내 제단에서 내 의식을 행하고 있었을 뿐이다."


"새벽 이 시간에?"


"죽음에 시간이 있던가?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미카엘의 세 개의 입이 동시에 움직였으나,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입: "거짓말이다."

두 번째 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세 번째 입: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나온 말은 달랐다.


"제단 주변에서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다."


두 천사 사이의 긴장이 올라가고 있었다. 신성력이 충돌하며 공간이 일그러졌다. 대리석 바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그만!"


여호수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대제사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으나, 권위는 여전했다.


"산헤드린 회의 직전에 무슨 추태인가?"


"일단 회의실로 가시오. 곧 시작될 것이오."


---


산헤드린 회의. 


아홉 시 정각. 


종소리가 울렸다. 청동종의 울림이 아니라 수정종의 진동이었다.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주파수로, 오직 천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소환이었다.


원탁은 차가웠다. 85톤의 대리석이 품고 있는 한기가 회의실 전체를 지배했다. 천사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발걸음 소리는 없었다. 그들의 존재가 공간을 채우는 방식은 물이 그릇을 채우는 것과 같았다. 소리 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미카엘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평소와 같은 자리.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바라보는 위치. 그의 염화검은 칼집에 있었으나, 오른손은 칼자루 위에 가볍게 올려져 있었다. 무의식적인 동작처럼 보였지만,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레미엘이 들어왔다. 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느렸다. 죽음의 천사는 항상 시간을 초월한 듯 움직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가 자리에 앉을 때, 미카엘과 정확히 마주보는 위치를 선택했다. 평소라면 대각선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작은 변화였지만, 모두가 알아차렸다.


침묵.


라파엘이 들어왔다. 치유의 천사는 문서 뭉치를 들고 있었다. 가죽으로 묶인 양피지들이 그의 팔에 무겁게 안겨 있었다. 그가 앉을 때, 의자가 미세하게 삐걱거렸다. 그 소리가 침묵 속에서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가브리엘의 입장. 시간의 천사는 네 개의 눈을 모두 감고 있었다. 그가 원탁에 다가올 때, 다른 천사들이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췄다. 가브리엘이 눈을 감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보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혹은 이미 본 것을 부정하고 싶다는.


우리엘이 나타났다. '들어왔다'가 아니라 '나타났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파괴의 천사는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앉지 않았다. 그녀의 네 팔은 가슴 앞에서 교차되어 있었고, 붉은 눈은 천천히 원탁을 훑었다.


라구엘과 레미엘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정의의 천사는 황금 저울을 들고 있었는데, 그 저울이 이상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게가 한쪽에 실려 있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여호수아.


대제사장의 입장과 함께 온도가 떨어졌다. 그것은 물리적인 추위가 아니라 존재론적인 한기였다. 그가 자리에 앉을 때, 에봇의 금방울들이 울렸다. 그 소리는 장송곡처럼 들렸다.


완전한 침묵.


삼십 초.


일 분.


이 분.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공기가 점점 무거워졌다. 마치 심해의 압력처럼, 존재 자체를 짓누르는 무게가 증가했다.


"시작하겠습니다."


가브리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네 개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오늘의 안건은..."


그가 멈췄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공식적인 안건이 있었지만, 진짜 안건은 따로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먼저 꺼내지 못하는 그것.


"제물 수집 현황부터 보고하겠습니다."


라구엘이 개입했다. 정의의 천사가 황금 저울을 원탁 위에 올려놓았다. 저울의 한쪽 접시에는 작은 돌들이, 다른 쪽에는 검은 재가 담겨 있었다.


"지난 주 수집량, 목표 대비 37%."


숫자가 떨어지는 순간, 침묵이 더 깊어졌다.


"37%..."


라파엘이 반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계산이 들어 있었다.


"이 속도라면 2주 안에 바닥입니다."


여전히 아무도 본론을 꺼내지 않았다. 인간 제물에 대한 언급도, 레미엘에 대한 의혹도. 하지만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 코끼리처럼 회의실 한가운데 있었다.


미카엘의 손가락이 칼자루를 두드렸다. 규칙적인 리듬. 탁, 탁, 탁. 그 소리가 시계 소리처럼 시간을 잘라냈다.


레미엘은 완전히 정지해 있었다. 호흡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죽음의 천사는 필요하면 영원히 그렇게 있을 수 있었다. 기다림의 화신이었다.


"다른 보고 사항이 있습니까?"


가브리엘이 물었다. 형식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형식이 무너지기 직전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있다."


미카엘이 말했다.


그 두 단어와 함께, 회의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


미카엘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렸다. 마치 시간 자체를 끌고 가는 것처럼. 의자가 대리석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끼이익. 그 소리가 멈췄을 때, 그는 완전히 서 있었다.


"지난 사흘간," 그가 시작했다. "동쪽 제단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그는 말을 멈췄다. 레미엘을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원탁의 중앙, 다윗의 별이 새겨진 곳을 응시했다.


"첫째 날, 인간의 피가 발견되었다."


작은 돌멩이를 물에 던진 것처럼, 그 말은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모두가 다음 돌멩이를 기다렸다.


"둘째 날, 의식용 뼈 조각이 발견되었다."


미카엘이 주머니에서 작은 뼈 조각을 꺼냈다. 그것을 원탁 위에 올려놓았다. 뼈는 중앙을 향해 천천히 굴러갔다가 멈췄다.


"그리고 그 뼈에는..."


그가 드디어 레미엘을 바라보았다. 두 천사의 시선이 충돌했다. 공기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일그러졌다.


"레미엘, 네 신성력의 흔적이 있었다."


완벽한 정적.


심지어 호흡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호박 속 곤충처럼 굳어버린 것 같았다.


레미엘이 입을 열기까지 정확히 십삼 초가 흘렀다. 여호수아는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각 초가 영겁처럼 길었다.


"그것이 증거라고 생각하나?"


레미엘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너무 평온해서 오히려 위험했다.


"조잡한 조작품을 증거라고 부르는가?"


"조작이라고?"


미카엘의 손이 칼자루로 움직였다. 아직 잡지는 않았다. 그저 더 가까이 옮겼을 뿐이다.


"그래. 조작이다."


레미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미카엘과 달리 물처럼 부드러웠다. 소리도 없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함정이다. 그리고..."


그가 멈췄다. 회의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모든 천사와 시선을 마주쳤다. 우리엘은 벽에 기댄 채 미소를 짓고 있었고, 라파엘은 문서를 뒤적이는 척했으며, 가브리엘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이 중 누군가가 그것을 만들었겠지."


"누구를 의심하는 거냐?"


미카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글쎄. 가장 이득을 보는 자가 아닐까?"


"무슨 뜻이냐?"


"내가 제거되면 누가 가장 기뻐할까? 인간 제물 사용을 그토록 반대하던 너 아닌가?"


폭탄이 떨어졌다.


미카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의 세 개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가 닫혔다. 각각 다른 말을 하려다가 삼킨 것 같았다.


"감히... 나를 모함하는가?"


"모함?"


레미엘이 차갑게 웃었다.


"증거도 없이 나를 의심하는 것은 정당하고, 내가 너를 의심하는 것은 모함인가?"


"나는 증거를 제시했다!"


"조작된 증거를."


"조작이 아니다!"


"그럼 증명해봐라. 그 뼈가 진짜라는 것을."


두 천사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물리적으로는 여전히 원탁을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그들의 신성력은 이미 충돌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칼날들이 공중에서 부딪치고 있었다.


"잠깐."


라파엘이 끼어들었다. 그가 문서 뭉치를 들어올렸다.


"더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는데."


---


라파엘이 문서 뭉치를 원탁 위에 펼쳤다. 양피지들이 부채꼴로 퍼지며 각자의 비밀을 드러냈다. 그의 녹아내린 얼굴에서 형광빛 고름이 한 방울 떨어져 문서 가장자리를 지졌다.


"미카엘의 개인 기록철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특정 문서를 집어 들었다. 오래된 양피지였다.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색되어 있었고, 잉크는 세월에 바래 있었다.


"루시퍼의 반란. 천국 전쟁의 기록."


다른 문서를 집어 들었다. 이것은 비교적 새것이었다.


"레미엘의 최근 3개월 활동 보고서."


그리고 두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이 둘이 함께 묶여 있었다. 같은 끈으로, 같은 매듭으로."


침묵이 떨어졌다. 그것은 천둥이 치기 직전의 정적과 같았다.


레미엘의 목소리가 그 침묵을 찢었다.


"뭐라고?"


단 두 글자였지만, 그 안에는 천 년의 분노가 압축되어 있었다. 죽음의 천사의 얼굴이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배신감, 분노, 그리고 상처.


"미카엘."


레미엘이 그 이름을 발음하는 방식은 저주와 같았다.


"네가 나를 루시퍼와 동일시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다!"


미카엘의 부정은 즉각적이었다. 너무 빨랐다. 마치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대답처럼.


"나는 그런 문서를 만든 적이 없다. 함께 묶은 적은 더더욱 없고."


"하지만 네 개인 기록철이다."


라파엘이 못을 박았다.


"너 외에 누가 접근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 조작한 것이다!"


미카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확신이 흔들리고 있었다.


"내 기록철에 침입해서..."


"침입?"


우리엘이 벽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녀의 네 팔이 조롱의 박수를 쳤다.


"성전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너의 개인 서고에 누가 침입한단 말인가? 천사도 아니고 인간이? 먼지들이?"


미카엘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반박할 수 없었다. 그의 서고는 삼중 봉인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천사도 그의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 없었다.


"설령 조작이라 해도."


레미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왜 하필 루시퍼인가? 왜 하필 반란자의 기록인가?"


그가 또 한 걸음.


"네 무의식이 드러난 것 아닌가? 네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터무니없다!"


미카엘의 염화검이 칼집에서 반쯤 뛰어나왔다. 뜨거운 공기가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내가 왜 너를..."


"그래, 왜?"


레미엘이 정면으로 맞섰다.


"인간 제물을 반대하는 네가, 실용적 해법을 제시한 나를 제거하려 한 것 아닌가?"


"실용적 해법?"


미카엘이 폭발했다.


"인간을 제단에 바치는 것이 해법이란 말인가?"


"아직 제안도 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하지만 네가 준비하고 있었잖은가! 동쪽 제단에서!"


"그것은 조작이라고 했다!"


"조작이라는 증거는?"


---


"증거가 필요한 것은 너다!"


레미엘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


"네 서고에서 나온 문서가 조작이라고? 그럼 누가 했단 말인가? 삼중 봉인을 뚫고?"


미카엘이 주먹을 원탁에 내리쳤다. 대리석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다.


"내가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너를 루시퍼와 연결시킨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 문서들이 함께 있었을까?"


라파엘이 기름을 부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호기심을 가장한 악의가 숨어 있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구체적이지 않은가? 루시퍼의 반란 중에서도 하필 '천사의 타락 징후'에 관한 부분과 레미엘의 '비정상적 의식 행위' 보고서가 나란히."


"비정상적 의식 행위?"


레미엘이 라파엘을 향해 돌아섰다.


"내가 언제 비정상적인 의식을 행했단 말인가?"


"동쪽 제단에서 매일 밤 혼자 하는 그것 말이다."


우리엘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이제 원탁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의식. 수백 년째 계속되는 그것. 정확히 무엇을 하는 거지?"


"죽은 자들의 영혼을 인도하는 것이다. 내 본연의 임무다."


"정말? 그것뿐인가?"


우리엘의 네 팔이 각각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왜 최근 들어 그 의식이 길어졌지? 왜 더 많은 신성력을 소모하지? 왜 제단 주변에 검은 얼룩이 늘어나지?"


"그것은..."


레미엘이 말을 멈췄다. 설명하려다가 멈춘 것이 아니라, 설명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믿고 싶은 대로 믿어라."


"도망치는 거냐?"


미카엘이 도발했다.


"설명할 수 없으니까 도망치는 거냐?"


"도망?"


레미엘의 주위로 죽음의 기운이 물결쳤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입김이 하얗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천 년 동안 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왔다. 단 한 번도 의심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조작된 증거 몇 개로 나를 반역자로 모는가?"


"조작이 아니라면?"


"그럼 증명해봐라."


레미엘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이제 두 천사 사이에는 원탁의 폭만큼의 거리만 남았다.


"그 뼈 조각이 진짜라는 것을. 내가 정말로 인간 제물을 준비했다는 것을."


"네 신성력이 묻어 있었다!"


"신성력은 모방할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속이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누가 천사의 신성력을 모방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핵심 아닌가?"


레미엘이 차갑게 웃었다.


"이 중 누군가가 할 수 있다는 뜻이지. 천사가. 동료가."


그의 시선이 원탁을 한 바퀴 돌았다. 라파엘은 시선을 피했고, 라구엘은 저울만 바라보았으며, 우리엘은 오히려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혹은..."


레미엘이 미카엘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네가 직접 만들어서 뿌려놓고, 발견한 척하는 것일 수도 있고."


미카엘의 염화검이 완전히 칼집을 벗어났다.


2미터의 불타는 심판이 공중에 선을 그었다. 칼끝이 정확히 레미엘의 목을 향했다.


"말조심해라, 레미엘."


"협박인가?"


"경고다."


"무엇에 대한?"


"선을 넘지 말라는."


"선?"


레미엘이 한 발 더 다가섰다. 염화검의 칼끝이 그의 목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그 선은 누가 정한 거지? 너? 아니면 침묵하는 야훼?"


"신성모독까지 하는가!"


"신성? 신이 없는데 무슨 신성이 있단 말인가?"


두 천사의 신성력이 충돌했다. 황금빛과 검은빛이 부딪치며 폭발음을 냈다. 원탁이 흔들렸고,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충분하다!"


여호수아가 일어섰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권위는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이것이 너희가 원하는 것인가? 서로를 의심하고 증오하는 것?"


"나는 진실을 원할 뿐이다."


미카엘이 검을 내리지 않은 채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레미엘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천사는 여전히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관망하고 있었다. 마치 검투사들의 싸움을 보는 관객처럼.


---


---


염화검이 레미엘의 목에 닿기 직전.


"그래."


여호수아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울렸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앉은 채로, 우림과 둠밈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너희가 그토록 진실을 원한다면."


그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 십 년간의 침묵이 그의 목구멍을 사막으로 만든 것 같았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미카엘의 검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슨 방법이냐?"


"야훼께 물어보는 것이다."


정적.


그 말의 무게가 회의실을 짓눌렀다.


"여호수아..."


라파엘이 경고하듯 말했다.


"십 년째 응답이 없는데..."


"그러니까 시험해보자는 거다."


여호수아가 우림을 들어 올렸다. 검은 오닉스가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차갑게 빛났다.


"만약 이것이 반응한다면, 그것이 답이 될 것이다.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답이겠지."


"신성모독이다."


미카엘이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십 년간 죽어있던 신의 주사위. 만약 그것이 반응한다면...


"레미엘."


여호수아가 죽음의 천사를 바라보았다.


"네가 결백하다면, 이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겠지?"


레미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던져라."


"미카엘?"


"...동의한다."


여호수아가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의식을 집행하는 제사장의 것이었다. 엄숙하고, 신중하며, 돌이킬 수 없는.


"그럼 묻겠다."


그가 두 돌을 양손에 나누어 들었다.


"야훼여, 침묵하고 계신 주여. 당신의 종들이 묻습니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까? 누가 거짓을 품고 있습니까?"


그리고 던졌다.


돌들이 공중에서 회전했다. 시간이 늘어졌다. 각 회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탁.


우림이 먼저 떨어졌다. 검은 면이 위를 향했다. 부정.


모두의 시선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둠밈에 집중되었다.


탁.


둠밈이 떨어졌다.


그런데.


돌이 떨어지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모서리로 섰다. 완벽한 균형. 회전하지도 않고, 그저 서 있었다.


"불가능해..."


라구엘이 숨을 들이켰다.


십 년 만이었다. 우림과 둠밈이 반응한 것은. 하지만 이런 반응은...


"한 번도 없었다."


가브리엘이 완성했다. 그의 네 개의 눈이 모두 떠졌다. 과거를 보는 눈도 이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세워진 둠밈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니, 진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균열이었다.


"안 돼."


여호수아가 손을 뻗었다.


천 년 된 신성한 돌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치 내부에서 무언가가 밖으로 나오려는 것처럼.


그리고...


파직.


둠밈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정확히 반으로. 한쪽은 순백색, 다른 쪽은 칠흑색이었다.


두 조각이 원탁 위에 나란히 떨어졌다. 하나는 긍정, 하나는 부정.


"이것이 무슨..."


미카엘이 말을 잃었다. 그의 검이 저절로 칼집으로 들어갔다.


"양쪽 다 맞다는 건가? 아니면 양쪽 다 틀렸다는 건가?"


레미엘의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우리엘이 조용히 웃었다.


"아니면..."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가 멈췄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아니면 뭐?"


"질문 자체가 틀렸다는 뜻일지도."


우리엘이 깨진 둠밈 조각을 집어 들었다. 흰 조각과 검은 조각을 각각 다른 손에.


"미카엘과 레미엘.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를 물었지? 하지만 만약..."


그녀가 두 조각을 맞춰보았다.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하나였던 것이 둘이 된 것처럼.


"둘 다 속고 있다면?"


"무슨 뜻이냐?"


"생각해봐라. 미카엘, 네 서고는 삼중 봉인이다. 레미엘, 네 제단은 신성 결계로 보호된다. 그런데 증거들이 발견되었다. 어떻게?"


침묵이 흘렀다.


"계속해라."


여호수아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이 섞여 있었다.


"만약, 그리고 이것은 가정이지만..."


우리엘이 두 조각을 원탁 위에 내려놓았다.


"누군가가 너희가 싸우기를 원했다면? 가장 강한 두 천사가 서로를 의심하고 증오하기를 바랐다면?"


"누가 그런 것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미카엘의 질문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이미 의심이 싹트고 있었다.


"그것이 핵심이지."


우리엘이 여호수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순간적인 시선 교환이었지만, 무언가가 오갔다.


"우리 중 누군가일 수도 있고..."


그녀가 말을 끌었다.


"아니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존재일 수도 있고."


"그럼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는 건가?"


미카엘의 목소리에는 좌절이 묻어났다.


"증거는 조작되었고, 우림과 둠밈은 깨졌고, 우리는 여전히 진실을 모른다."


"그것이 현실이다."


여호수아가 깨진 둠밈 조각들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다."


"뭐? 그게 끝이란 말인가?"


우리엘이 비웃었다.


"이 모든 소동이 아무런 결론도 없이?"


"결론이 없는 것도 결론이다."


여호수아가 자리를 떠났다. 다른 천사들도 하나둘 일어섰다. 미카엘과 레미엘은 여전히 서로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다.


회의실이 비었다. 원탁 위에는 깨진 둠밈의 파편 몇 조각만이 남아 있었다.

댓글 [ 1 ]

  아카라이브
  34주 전 수정됨
이거 맨 마지막 부분이 중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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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나쓰메 소세키 <마음> 독후감 [5]
마히롱 43주 전 (91)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이번에 진짜 개쓰레기처럼 못써서 제목을 뭐라붙일지 모르겠음 [2]
프레빌 44주 전 (37)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무덤 [4]
프레빌 45주 전 (45)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시한부 [0]
프레빌 45주 전 (21)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수재 [2]
프레빌 45주 전 (35)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카나리아 [0]
프레빌 45주 전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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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의 초상, 밸브잠가라 [0]
프레빌 45주 전 (9)
잡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