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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엘이 광장으로 나섰을 때, 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모든 인간을 제거한다."
죽음의 천사의 선언과 함께 광장의 온도가 급락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제빵사가 손에 든 빵을 떨어뜨렸다. 물 운반부의 물동이가 얼어붙었다.
"멈춰라!"
미카엘이 레미엘 앞을 가로막았다. 염화검이 이미 뽑혀 있었다.
"비켜라, 미카엘."
"아무 죄 없는 자들을 죽일 수는 없다."
"죄가 없다고? 배신자가 그들 중에 있다. 누군지 모르니 모두 제거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것은 학살이다."
"정화다."
두 천사가 대치했다. 레미엘의 죽음의 기운과 미카엘의 신성한 불꽃이 충돌하며 공간이 일그러졌다.
광장 주변 건물에서 겁에 질린 인간들이 창문 너머로 지켜보고 있었다. 도망쳐야 하는지, 숨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레미엘, 제정신인가?"
가브리엘이 나타났다. 그의 네 개의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무슨 일이냐?"
라파엘도 도착했다. 그의 녹아내린 얼굴에서 형광빛 고름이 더 빠르게 흘러내렸다.
"레미엘이 모든 인간을 죽이려 한다."
미카엘이 설명했다.
"왜?"
"배신자를 찾기 위해서다. 인간들이 우리를 조종했고, 천사 중 누군가가 그들을 도왔다. 하지만 증인들은 이미 죽었다."
라구엘도 현장에 도착했다. 그의 황금 저울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정의?"
레미엘이 차갑게 웃었다.
"정의는 사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확실성이다."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었다. 레미엘의 손이 움직이려는 순간, 미카엘의 검이 그것을 막았다.
쨍!
금속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개념과 개념이 충돌하는 소리였다. 죽음과 심판이 부딪치는 소리.
"네가 나를 막는다면, 너도 배신자로 간주하겠다."
레미엘의 경고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
미카엘의 대답은 단호했다.
다른 천사들이 불안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개입해야 하는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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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의 처소.
대제사장의 손가락이 창유리 위에서 멈춰 있었다. 접촉점에서 그의 체온이 유리를 데우고, 그 미세한 온도 차이가 작은 김서림을 만들었다. 그 안개 속에서 아래 광장의 풍경이 일그러졌다. 미카엘과 레미엘. 두 천사의 형상이 마치 물속에 비친 달처럼 흔들렸다.
"세 달."
우리엘의 목소리는 와인처럼 숙성되어 있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그녀는 이미 방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책장과 책장 사이, 빛과 그림자의 경계선에 기대어 선 그녀의 실루엣은 존재와 부재 사이를 유영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속했었지."
여호수아의 손가락이 유리 위에서 작은 원을 그렸다. 완벽한 원. 시작과 끝이 만나는 폐곡선.
"십칠 일 십삼 시간 사십이 분."
그가 정정했다. 숫자들이 그의 입에서 떨어질 때, 각각은 묘비명처럼 정확했다.
"남아있어야 했다."
"시간의 노예가 되었군."
우리엘의 관찰에는 연민도 조롱도 없었다. 그저 사실의 진술이었다. 그녀가 움직였다, 아니, 움직였다기보다는 공간 속에서의 그녀의 위치가 재정의되었다고 해야 할까. 이제 그녀는 벽난로 앞에 있었고, 재가 식은 벽난로에 손을 뻗자 재 속에서 붉은 점 하나가 깨어났다. 죽지 않고 숨어있던 불씨였을까, 아니면 그녀가 창조한 새로운 불꽃이었을까
"하지만 예상이 빗나간 것은 처음이 아니잖아. 십 년 전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그랬고."
"모든 예언은 스스로를 배반한다."여호수아가 중얼거렸다. 창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유령처럼 투명했다.
"대체."
여호수아가 말을 시작했다가 멈췄다. 그 침묵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천 개의 가능한 질문들이었다. 그는 그 중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것을 선택했다.
"뭘 바라는 거냐."
"아."
우리엘이 불씨를 손가락 끝에 올려놓았다. 그것이 그녀의 피부를 태우지 않고 오히려 애완동물처럼 그녀의 손가락 마디를 따라 기어다니는 것을 보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존재론적 질문이군.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가. 흥미로워."
그녀가 불씨를 입김으로 날려보냈다. 그것이 나선을 그리며 상승했다가, 여호수아의 머리 위에서 소멸했다. 작은 연기가 그의 후각을 건드렸다. 유황도 아니고 향도 아닌, 시간이 타는 냄새였다.
"너와 같은 것. 변화. 단지..."
그녀가 말을 끌었다. 계산된 멈춤이었다. 여호수아가 그녀를 바라보기를 기다리는.
"나는 너보다 정직할 뿐이야. 과격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변화. 네가 부정하면서도 갈망하는 그것."
"정직하다는 것이 미덕은 아니지."
"하지만 위선보다는 낫지 않나?"
여호수아가 마침내 창에서 돌아섰다. 그 움직임은 대륙이 이동하는 것처럼 느렸다.
"...그리고 하나 더 붙이자면 승리, 그래 나는 승리를 원해. 변화를 위한 승리를, 승리를 위한 변화를"
그가 그녀와 마주했을 때, 두 시선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실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나를."
한 단어, 그리고 침묵, 그리고 다음 단어가 물처럼 평온하게 흘러나왔지만 그 잔잔한 수면 아래에는 해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용한 건가."
우리엘의 입가에 미소의 유령이 스쳤다.
"이용."
그녀가 그 단어를 입 안에서 사탕을 녹이듯 굴리며 한 걸음, 정확히 한 걸음만 다가왔다.
"얼마나 인간적인 개념인가. 일방적이고, 도덕적이고, 그래서 부정확한. 우리는 공모했다고 봐야지. 너는 내 침묵이 필요했고, 나는 네 권위가 필요했고. 아름다운 공생이었어."
"공생체는 서로 없이 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살아있잖아."
"살아있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은 다르지."
"그보다도 다시 곱씹어보니 과거형이군."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지. 그건..."
그녀가 여호수아의 품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그곳에 숨겨진 것의 윤곽이 옷감을 통해 희미하게 드러났다. 맥동하는 빛.
창밖에서 금속이 울었다. 염화검이 칼집을 벗어나는 소리가 공기를 타고 전해져 유리창을 공명시켰고, 그 진동이 방 안의 모든 것을 미세하게 떨리게 만들었다.
"결말을 짓는 건 네 몫이야."
우리엘의 목소리가 비단처럼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비단 속에는 면도날이 숨어 있었다.
"이대로 지상에 있는 신의 왕국이 안에서부터 썩어 무너지게 놔둘지. 아니면..."
그녀가 멈췄다. 여호수아가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기를 기다리며.
대제사장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에봇 아래로. 그리고 빛이 새어 나왔다. 인조성물, 기적의 모방, 프로토타입, 시제품, 창조 둘쨋날의 힘을 담아낸 빛.
"거대한 충격."
여호수아가 중얼거렸다.
"그것이 구원이 될까."
"구원?"
우리엘이 물었다. 진짜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구원?" 우리엘이 수정을 가리키며 진짜 궁금해하는 것처럼 물었다. "누구를 위한 구원? 너를 위한? 그들을 위한? 아니면 이미 죽은 신을 위한?"
"어쩌면 모두를 위한."
"모두를 구하려다 모두를 잃는 법이지."
"그럼 너는 무엇을 선택하겠나?"
"나라면?" 우리엘이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구원 따위는 처음부터 바라지 않았을 거야. 단지 재미있는 결말을 원했겠지."
수정이 여호수아의 맥박과 동기화되어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고, 우리엘이 창가로 걸어가 여호수아 옆에 섰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정확히 천사 날개 하나의 폭이었다.
"충격은 방향을 바꾼다. 정체는 죽음이고, 움직임은 삶이야. 설령 그것이 파멸을 향한 움직임이라도."
우리엘이 창가로 걸어갔다. 여호수아 옆에 섰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정확히 천사 날개 하나의 폭이었다.
아래 광장에서 레미엘의 죽음의 낫이 현현했다. 검은 초승달이 공간을 가르며 형태를 잡았다.
"시간이 흐르고 있어."
"알고 있다."
"그럼 왜 망설이지?"
여호수아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 속에는 십 년의 고독이 퇴적되어 있었다.
"두려워서가 아니야."
"그럼?"
"슬퍼서다."
그 고백이 떨어지는 순간, 우리엘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무언가가 그녀의 가면 뒤에서 움직였다. 이해일까, 연민일까, 아니면 그녀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일까.
"슬픔은 사치야, 여호수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래서 더욱."
그가 수정을 들어 올렸다. 그것이 태양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시작이야, 우리엘. 끝이 아니라."
"무엇의?"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의."
"그리고 그 무게가 너무 무겁다면?"
우리엘이 처음으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파괴의 천사답지 않은, 거의 인간적인 음성이었다.
"혼자 질 생각은 없지?"
여호수아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놀라움과 의심이 교차했다.
우리엘이 네 개의 팔을 들어 올렸다. 각각의 손바닥에서 다른 색깔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붉은 파괴, 검은 소멸, 푸른 변혁, 그리고 투명한 가능성.
"혼자 지기 무거운 짐이라면."
그녀가 수정에 손을 뻗었다. 여호수아의 손 위에 그녀의 손이 겹쳐졌다. 차가운 듯 뜨거운, 파괴적이면서도 창조적인 그녀의 신성력이 수정으로 흘러들어갔다.
"같이 들어주지."
수정이 폭발적으로 빛났다.
"왜?"
여호수아가 물었다.
"재미있잖아." 우리엘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뒤를 책임져야 하니까."
"뒤?"
"네가 쏜 화살이 만들 파장. 엘프들의 반격. 천사들의 혼란. 인간들의 절망과 희망." 그녀가 손을 뗐다. 수정은 이제 스스로 부유하며 맥동하고 있었다. "네가 방아쇠를 당기면, 나는 그 폭발을 조율하겠다. 파괴가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재탄생이 되도록."
"그것이 네가 원하는 변화인가?"
"내가 원하는 건 카오스야. 하지만..." 우리엘이 문을 향해 걸어가며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게 질서라면, 카오스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태어나도록 도와주지."
문이 열렸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더 커졌다. 비명, 충돌, 붕괴.
"여호수아."
그녀가 문턱에서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의 진짜 이름을 불렀다. 아니, 이름이 아니라 그가 한때 짊어졌던 무게를 불렀다.
"요단강을 가르고 여리고의 성벽을 무너뜨린 자여."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조롱도 아니고 존경도 아닌, 그저 사실을 진술하는 음성이었다.
"해와 달을 멈추어 낮을 연장시킨 자. 가나안의 서른한 왕을 무릎 꿇린 자. 약속의 땅을 열두 지파에게 분배한 자. 모세의 그림자에서 걸어 나와 스스로 태양이 된 자."
우리엘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리고 지금은 침묵하는 신을 대신해 또 다른 정복을 준비하는 자. 하지만 이번엔 땅이 아니라 하늘을 겨냥하는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그녀가 문고리를 잡았다.
"호세아였던 자, 여호수아가 된 자, 그리고 이제 무엇이 될지 모르는 자여."
우리엘이 마지막으로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천 년의 기다림과 한 순간의 기대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
"한때 너는 신의 명령에 따라 민족을 이끌고 강을 건넜다. 신의 나팔 소리에 맞춰 성벽을 무너뜨렸다. 신의 기적으로 태양을 멈췄다. 신이 침묵하는 지금은 어떠한가?"
그녀가 한 걸음 문 밖으로 나가며 말을 이었다.
"백십 년을 살고 가아스 산에 묻혔던 그 여호수아는 적어도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너는 침묵 속에서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더 무거운 짐일까, 아니면 더 자유로운 날개일까?"
그녀가 문턱에서 멈췄다.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옛 약속의 가장 위대한 정복자여.."
그녀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네 선조는 신의 약속을 믿고 요단강에 발을 디뎠다. 물이 갈라질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하지만 지금의 너에게는 약속도 없고 확신도 없다. 그저 선택만이 있을 뿐."
문이 거의 닫혔다. 그녀의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래도 발을 디디겠다면, 이 불확실한 강물 속으로, 갈라질지 삼켜질지 모르는 이 운명으로. 나아가겠다면."
문이 닫혔다.
여호수아는 홀로 남았다. 아니,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 우리엘의 신성력이 수정 속에 잔존하며 그의 것과 공명하고 있었다. 파괴와 창조가 하나의 가능성으로 융합되어 있었다.
창밖에서 첫 번째 충돌음이 들려왔다. 염화검과 죽음의 낫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강하고 담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