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게시판
 문학, 독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세요.

패바자들의 초상, 동화


프레빌 26주 전 잡담 | 반응 : 중립적 | 댓글 0

희망은 가장 아름다운 독이다.


그것은 천천히, 달콤하게,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마시는 자는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무엇을 삼키고 있는지. 자신이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


---


정화된 땅 위에서 토마토가 익어가는 동안, 홋카이도 병원의 어둠 속에서 다른 무언가가 자라고 있었다.


미유키는 창문 너머로 인간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십 년 만에 처음으로—아니, 십 년보다 더 오래전부터 처음으로 웃고 있었다. 트럭들이 시계처럼 정확하게 도착했다. 온실이 대지에서 솟아올랐다. 요새가 언덕을 점령했다. 안테나가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 보이지 않는 목소리들을 잡아챘다. 모든 것이 약속대로, 완벽하게, 너무나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들은 너무 협조적입니다."


미유키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차가웠다. 창문에 그녀의 입김이 서렸다가 사라졌다. 마치 진실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그게 나쁜 일입니까?"


다이짱이 물었다. 그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정화 진행 상황 보고서. 물자 배분 현황. 참여자 건강 기록. 숫자들은 아름다웠다. 그래프들은 상승했다. 도표들은 성공을 증명했다. 하지만 숫자들은 가장 교묘하게 거짓말을 한다. 아름다운 숫자들 뒤에는 언제나 추한 진실이 숨어있다.


"십 년 동안 그들은 서로를 잡아먹었습니다."


미유키가 창문에서 돌아섰다. 그녀의 눈빛은 어두웠다. 병원 복도의 희미한 촛불빛보다, 겨울 밤의 하늘보다, 죽은 자의 눈동자보다 더 어두웠다.


"기업들은 서로의 목을 조르며 한 톨의 쌀을 놓고 싸웠습니다. 군부는 민간인을 방패로 썼습니다. 정부는 자신들만 살려고 발버둥쳤습니다. 그것이 십 년의 진실이었습니다. 생존은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었고, 그 짐승들은 서로의 살을 뜯으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작고 날카로운 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처럼.


"그런 그들이 갑자기 변했습니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켠 것처럼. 마치 영혼이 교체된 것처럼. 십 년간 짐승이었던 자들이 하루아침에 성자가 되었습니다."


"폐하께서 그들에게 희망을 주셨습니다."


다이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서류를 잡은 손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치 거짓말을 하는 손처럼.


"희망이라.."


미유키가 그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렸다. 마치 독약을 맛보는 것처럼. 쓰고, 달고, 치명적인.


"희망은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하지만 본성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십 년 동안 인육을 먹었던 자가 하루아침에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십 년 동안 살인을 했던 자가 갑자기 생명을 존중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반드시."


다이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왜냐하면 그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으니까.


생명력 추출. 수명 단축. 의식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마법진 위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시체들. 여왕은 모르는 진실. 신하들이 감추는 비밀.


창문 너머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얗고 순수한 눈. 모든 것을 덮는 눈. 모든 것을 숨기는 눈. 아름다운 거짓말의 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미유키가 갑자기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는 인간들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언가를 숨긴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폐하께 가장 큰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큰 비밀을 감추고 있습니다."


다이짱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그것은... 폐하를 위한 일입니다."


"그렇습니까?"


미유키가 비웃었다. 그 웃음은 슬펐다. 꽃이 시드는 것처럼 슬펐다.


"우리는 폐하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우리 자신을 위하는 것입니다. 폐하가 진실을 알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폐하가 우리를 배신자로 볼 것이라는 공포. 그것이 우리를 거짓말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무겁고 질식할 것 같은 침묵. 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침묵.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인간들까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유키가 다시 창문을 향해 돌아섰다.


"거짓말을 하는 자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신뢰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모든 것도 거짓말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작고 창백한 손. 마법을 다루는 손. 하지만 지금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썩어가고 있습니다. 안쪽부터."


다이짱은 다시 침묵했다.


미유키도 침묵했다.



---


침묵을 깬것은, 어느샌가 방으로 들어온 시로였다. 그녀의 옆에는 아카시도 함께있었다.


"그러면 확인해보면 되겠죠. 한번 직접 가봅시다."


다이짱이 물었다.


"어디로 말입니까?"


시로가 답했다.


"다이묘들에게 듣자하니, 열도에 저 기업놈들의 본사랑, 그리고 대본영?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카시가 이어 말했다.


"레밀리아랑 레이무에게 연락해주세요, 대요정님. 길 좀 안내해달라고."

댓글 [ 0 ]

댓글이 없습니다.


제목/정보 태그
아시발 1부 다 썼다. [1]
프레빌 26주 전 (28)
잡담
패바자들의 초상, 동화 [0]
프레빌 26주 전 (22)
잡담
패배자들의 초상, 희망 [0]
프레빌 26주 전 (20)
잡담
패배자들의 초상, Bf4 [2]
프레빌 26주 전 (37)
잡담
패배자들의 초상, D4 [0]
프레빌 26주 전 (37)
잡담
패배자들의 초상, 상황판 [3]
프레빌 26주 전 (38)
잡담
패배자들의 초상, 리부트 [1]
프레빌 26주 전 (52)
잡담
패배자들의 초상, 전진 [8]
프레빌 26주 전 (81)
잡담
패배자들의 초상, 거래 [8]
프레빌 27주 전 (61)
잡담
패배자들의 초상, 수학 [2]
프레빌 27주 전 (35)
잡담
패배자들의 초상, 대가 [2]
프레빌 27주 전 (38)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패배자들의 초상 [2]
프레빌 32주 전 (64)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결말 [53]
프레빌 34주 전 (202)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결단 [0]
프레빌 34주 전 (45)
잡담
생존자들의 초상, 변증 [1]
프레빌 34주 전 (42)
잡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