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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자들의 초상, 수학


프레빌 27주 전 잡담 | 반응 : 중립적 | 댓글 2


여왕이 다른 페어리들의 치료를 위해 떠난 뒤


요정원의 한 의원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는 회귀파 소속이었다. 엘븐하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 중 하나.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는 회의론이 아니라 진심 어린 걱정이 서려 있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홋카이도는..."


그는 벽에 걸린 커다란 지도를 가리켰다. 홋카이도의 윤곽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지도 위의 숫자들이 그 광대함을 증명했다.


"83,000 제곱킬로미터가 넘습니다. 그 모든 땅을 정화한다는 것은..."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규모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독립파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시로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엘븐하임에서 온 페어리였는데, 마법 이론에 조예가 깊기로 유명했다. 그의 머리카락은 은빛이었고, 눈동자는 깊은 보라색이었다. 수천 년을 살아온 고대 페어리의 특징이었다.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음성이었다.


"대지 정화 마법은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회의실에 희망의 기운이 스쳤다. 여러 의원들이 앞으로 몸을 숙였다. 눈빛이 살아났다.


"엘븐하임에서는 실제로 시행된 적도 있죠."


시로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마치 물감처럼 공간에 번져나갔고, 복잡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러 겹의 원과 기하학적 무늬들이 겹쳐지며 삼차원 구조를 형성했다. 그것은 너무나 복잡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울 정도였다.


"기록에 의하면 1차 절멸전 이후, 오염된 영토를 복구하기 위해 대규모 정화 의식이 여러 차례 행해졌습니다."


마법진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각 층이 서로 다른 속도로 돌았다. 어떤 것은 시계 방향으로, 어떤 것은 반시계 방향으로. 그 복잡한 움직임이 현란한 빛의 무늬를 만들어냈다.


"성공했습니까?"


한 의원이 숨을 죽이며 물었다.


"성공했습니다."


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븐하임 영토 전체를 정화하는데 열 달이 걸렸습니다. 오염된 마나가 깨끗해졌으며, 생명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희망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여러 의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어떤 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하다. 정말로 가능하다.


"그럼 우리도 할 수 있습니까?"


타이타니아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시로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매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회의실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방금 전까지 피어오르던 희망이 순식간에 꺼졌다. 마치 촛불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시로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실질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시로는 마법진을 더 크게 확대했다. 이제 그것은 회의실 중앙을 가득 채웠다. 모두가 그 안에 둘러싸인 것 같았다.


"에너지입니다."


그는 마법진의 중심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밝게 빛나는 구체가 있었다.


"대지 정화 마법은 극도로 복잡한 주문입니다."


그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강의 모드로 전환되었다. 차분하고, 체계적이며, 명확했다.


"단순히 오염을 제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마법진의 각 층을 하나씩 가리켰다.


"첫째, 땅 자체의 마나 순환을 복원해야 합니다. 오염된 마나를 걸러내고, 깨끗한 마나로 교체해야 합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층이 밝게 빛났다.


"둘째, 자연의 생명력을 되살려야 합니다. 죽은 토양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합니다. 미생물, 곤충, 식물의 씨앗이 다시 자랄 수 있도록."


두 번째 층이 빛났다.


"셋째, 방사능을 중화시켜야 합니다. 세슘, 스트론튬, 그리고 수십 가지 다른 방사성 원소들을. 이것들은 마법으로도 다루기 어려운 물질들입니다."


세 번째 층.


"넷째,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해야 합니다. 표면만 정화해서는 소용없습니다. 지하 깊은 곳까지 스며든 오염을 제거해야 합니다."


네 번째 층.


"다섯째, 대기를 정화해야 합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 입자들을."


다섯 번째 층.


시로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각 단계마다 새로운 층이 빛났다. 마법진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점점 더 현란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시로가 마법진을 한 번 휘둘렀다. 모든 층이 동시에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순차적으로 하나씩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각 과정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나 순환이 복원되지 않으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없고, 생명력이 없으면 방사능 중화가 불완전하며, 지하수가 정화되지 않으면 다시 오염이 시작됩니다."


마법진이 더 빠르게 회전했다. 이제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빛의 구체처럼 보였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조율하고, 통제하고, 유지하려면..."


시로는 손을 내렸다. 마법진이 사라졌다.


"엄청난 양의 마력이 필요합니다."


침묵이 흘렀다.


"얼마나말입니까?"


다이짱이 물었다. 그의 손에는 이미 노트와 펜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로는 잠시 계산했다.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수천 년간 축적된 지식을 뒤적이고 있었다.


"엘븐하임에서 공작령 하나를 정화했을 때..."


그는 천천히 말했다.


"기사급부터 해당 영지의 모든 엘프가 참여했습니다. 그들은 한 달 동안 마력을 모았습니다. 매일, 쉬지 않고, 하루에 여덟 시간씩 마력을 주입했습니다."


다이짱이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의 펜이 종이 위를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도..."


시로가 덧붙였다.


"엘프들이 가진 막강한 마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가장 잔인한 진실을 말했다.


"우리 페어리들의 마력은 엘프들보다 약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약 3분의 1 정도입니다."


3분의 1. 같은 일을 하려면 세 배의 인원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시로는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지금 우리는 이미 지쳐 있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대탈출의 여정을 기억하십니까?"


시로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다.


"우리는 엘븐하임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왔습니다. 폭풍을 뚫고, 적의 공격을 피하며, 굶주림과 갈증을 견디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마력의 상당 부분을 소진했습니다."


여러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정을 기억했다. 악몽 같았던 그 날들을.


"그리고 정착 과정에서도 마력을 소모했습니다. 이 병원을 수리하고, 방어 마법을 설치하고, 생존 마법을 유지하며."


시로는 창밖을 가리켰다.


"무엇보다, 오염된 환경에서 생존하는 것 자체가 마력을 소진시킵니다. 매일, 매시간, 우리의 몸은 오염과 싸우고 있습니다. 마력을 사용해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우리를 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심호흡을 했다.


"우리의 마력 총량은 정상 상태의 절반도 안 됩니다."


절반도 안 된다.


다이짱의 펜이 멈췄다. 


"즉 홋카이도 전체를 정화하려면 정상 상태의 페어리 약 백만 이 석 달 동안 지속적으로 마력을 공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 상태로는..."


그는 숫자를 수정했다.


"그 네 배가 필요합니다."


네 배.


"즉..."


다이짱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백만이 필요합니다."


회의실은 완전한 침묵에 잠겼다.


어떤 의원은 고개를 떨구었다. 어떤 의원은 주먹을 쥐었다. 어떤 의원은 눈물을 닦았다.


"다른 방법은 없나요? 이런 결과를 폐하께, 그리고 우리 요정들에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미유키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간신히 짜낸 목소리였다.


"정말... 아무것도?"


침묵만이 대답이었다.


---


회의는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


창밖의 눈은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지칠 줄 모르고 내렸다. 회의실의 형광등도 끊임없이 깜빡였다. 불안정한 전력 공급 때문이었다. 빛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했다. 마치 회의실 자체가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여러 제안들이 나왔다.


"엘븐하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한 회귀파 의원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것이 금기를 깨는 제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즉시 독립파에서 반발이 나왔다.


"불가능합니다!"


한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반란을 일으켜 탈출했습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곧 항복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싸워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존이 먼저 아닙니까?"


회귀파 의원이 반박했다.


"이상도 중요하지만, 죽으면 이상도 없습니다!"


"노예로 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죽는 것이 낫습니다!"


목소리가 높아졌다. 논쟁이 격화되었다.


다이짱이 손을 들어 모두를 진정시켰다.


"다음 제안은?"


현지 페어리 대표 중 한 명이 말했다.


"다른 페어리 집단은 어떻습니까? 세계 곳곳에 페어리들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메시지를 보내면..."


시로가 고개를 저었다.


"대부분 엘븐하임의 통제 하에 있습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엘븐하임에 우리의 위치를 알리는 것과 같습니다."


"통제를 받지 않는 페어리 집단은요?"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에도 급급한 상황입니다."


아카시가 덧붙였다. 그는 세계 정세에 밝았다.


"아프리카의 페어리들은 대가뭄으로 고통받고 있고, 오대호의 페어리들은 연락이 끊겼으며, 동남아의 섬 페어리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서식지를 잃고 있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여기까지 오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깝죠."


또 다른 제안이 나왔다.


"마법진의 효율을 개선할 수는 없습니까? 더 적은 마력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새로운 주문을 개발하거나, 더 효율적인 마법진을 설계하거나..."


시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수천 년에 걸쳐 최적화된 주문입니다."


그는 허공에 다시 마법진을 그렸다. 이번에는 더 단순한 버전이었다.


"엘프 문명은 수 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수백만 명의 마법사들이 이 주문을 연구했습니다. 개선하고, 최적화하고, 완벽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마법진을 돌렸다.


"더 이상의 개선은 마법학의 근본을 뒤엎어야 가능할 겁니다. 예를 들어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든지...그것은... 한 세대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마법진이 사라졌다.


"우리에게는 그런 시간이 없습니다."


하나하나의 제안이 나왔다가 부정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어떤 이들은 이미 포기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여전히 불가능한 해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졌다.


그때였다.


회의실 뒤쪽에 앉아 있던 한 페어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의 이름은 아카시였다. 현지 페어리였지만, 독특하게도 인간 문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이 GHQ의 지배 하에 있을 때, 그는 인간 학자들과 교류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회의실은 조용했다. 그래서 모두가 들었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는 불편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제가 인간들과 교류하며 배운 것 중 하나는 그들의 신진대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집중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음식을 먹고 그것을 에너지로 전환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명력이라는 것이 생성되죠."


"생명력이요?"


한 의원이 물었다.


"예. 생명력입니다."


아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생명체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생존의 근원입니다. 심장을 뛰게 하고, 폐를 움직이게 하며, 뇌를 작동시키는 힘입니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우리 페어리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명력은 특별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마력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그리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죠."


여러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기본적인 마법 이론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아카시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


"그들은 생명력을 마력으로 전환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들의 생명력은 그저 생명력으로만 존재합니다. 사용되지 않은 채."


침묵이 흘렀다.


시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아카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깨달았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것 같군요."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생명력을 마력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아카시가 그 문장을 끝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명확했다.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



그것은 물리적인 온도의 변화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느꼈다. 공기가 차갑게 식는 것을. 마치 누군가가 창문을 활짝 열어 한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밀려든 것처럼.


아카시가 방금 말한 것은 금기였다.


페어리 문명에는 많은 법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신성하며, 가장 절대적인 법이 있었다. 제국 헌법 제17조. "생명권은 그 어느 상황에서도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아카시는 그 금기를 깨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침묵이 계속되었다.


5초, 10초, 15초.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건 금기입니다!"


회귀파의 한 의원이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분노인지, 공포인지, 혹은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타 종족의 생명력을 강제로 수탈하는 것은 우리 마법문명 전체가 알고 있고, 헌법에 명시된 중대 범죄입니다!"


또 하나의 독립파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의자가 뒤로 밀려나며 바닥을 긁는 소리를 냈다. 끼익. 그 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그런 짓을 한다면, 우리는 엘프들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 안에는 진심 어린 공포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웠습니다. 엘프들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탕! 소리가 크게 울렸다. 테이블 위의 물컵이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제안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다른 이들의 희생 위에 서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인간들을 희생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싸워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말은 옳았다. 논리적으로, 윤리적으로, 이념적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아카시는 물러서지 않았다.


"강제로 수탈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지만,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자발적 동의를 얻는 겁니다."


"자발적이라고요?"


또 다른 의원이 비웃었다.


"굶주린 사람 앞에 빵을 내밀며 자발적 선택이라고 말하는 겁니까? 그것은 강제나 다름없습니다!"


"그럼 대안이 있습니까!"


아카시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우리는 매일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어제 열셋이 죽었습니다. 오늘 스물다섯이 죽었습니다. 내일은 또 몇이 죽을까요? 모레는요? 다음 주는요?"


그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우리 동족들이 천천히 부패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도덕적 순수함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다른 종족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말입니까!"


"그들도 이득을 얻습니다!"


아카시가 반박했다.


"우리가 대지를 정화하면, 그들도 깨끗한 땅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걸어나왔다. 회의실 중앙으로.


"지금 홋카이도의 인간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물을 먹고,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마시며, 독성 공기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들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됩니까? 사십 세? 오십 세?"


그는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대지를 정화하면, 그들은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칠십 세, 팔십 세까지. 그들의 아이들이 병에 걸리지 않고 자랄 수 있습니다. 방사능 없는 공기를 마시고, 안전한 물을 마시며, 깨끗한 토양에서 자란 작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했다.


"그것은 공정한 교환입니다. 그들은 생명력 일부를 제공하고, 우리는 그들에게 깨끗한 세상을 돌려줍니다."


"공정하다고요?"


미유키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그녀는 여태껏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이제 일어섰다.


"우리는 그들의 수명을 빼앗고, 대신 깨끗한 공기를 준다? 그것이 공정한 교환입니까?"


그녀는 아카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인간의 생명을 공기와 맞바꾸는 것이 공정합니까?"


"일부라고요?"


그녀의 목소리에 비웃음이 섞였다.


"생명력의 '일부'를 제공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입니까? 그들이 일주일 정도 피곤해진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수명이 짧아진다는 뜻입니까?"


침묵이 흘렀다. 아카시는 대답하지 못했다.


시로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여태껏 조용히 듣고 있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하지만 이제 그는 입을 열었다.


"수명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감정이 제거된, 순수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목소리였다.


회의실이 다시 얼어붙었다.


"생명력을 마력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곧 그 존재의 생명 자체를 소모한다는 의미입니다."


시로는 허공에 다시 마법진을 그렸다. 이번에는 인간의 형상이었다. 빛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공중에 떠올랐다.


"인간의 몸에는 생명력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합니다. 심장을 뛰게 하고, 세포를 재생시키며, 노화와 싸웁니다."


그는 인간 형상의 가슴 부분을 가리켰다. 거기서 빛이 흘러나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 생명력을 추출한다는 것은..."


그는 손을 움직였다. 빛이 인간 형상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조금씩.


"그 사람의 생명을 직접 빼앗는 것입니다."


빛이 계속 빠져나왔다. 인간 형상이 점점 더 희미해졌다. 빛을 잃어갔다.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누군가가 신음했다. 누군가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누군가는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이런 미친..."


독립파의 한 의원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정말로 그런 짓을 한다는 겁니까?"


하지만 아카시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어차피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논리는 명확했다.


"오염된 환경에서 그들의 평균 수명은 오십 세도 안 됩니다. 하지만 정화된 환경에서는 칠십 세, 팔십 세까지 살 수 있습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그들로부터 5년치 생명력을 받는다면, 그들은 오십 세에서 마흔다섯 세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정화가 완료되면, 그들은 칠십 세까지 살 수 있습니다. 마흔다섯 세와 칠십 세. 어느 쪽이 더 낫습니까?"


수학이었다. 차가운, 감정 없는 수학이었다.


"그것은 궤변입니다!"


한 의원이 소리쳤다.


"당신은 지금 생명을 숫자로 환산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시로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우리는 이미 계산하고 있습니다. 96년, 중상요정 오만 매달 증가하는 사망률. 모두 숫자입니다."


그는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역사적으로 생존은 항상 숫자의 문제였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식량을 가지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약이 있는가. 얼마나 많은 공간이 있는가. 우리는 매일 숫자로 결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다릅니다!"


"왜요?"


시로의 질문은 간단했다. 하지만 무거웠다.


"왜 이것만 다릅니까? 우리는 이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먼저 치료할 것인가. 제한된 장비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을 것인가. 그것도 숫자입니다. 생명을 숫자로 환산하는 것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차이가 있다면..."


시로가 계속했다.


"이번에는 우리 종족이 아니라 다른 종족이라는 것뿐입니다."


그 말이 핵심을 찔렀다.


논쟁은 계속되었다. 목소리가 높아졌다. 감정이 폭발했다. 어떤 이는 책상을 두드리며 분노를 표출했고, 어떤 이는 울먹이며 절망을 토로했다.


한 시간이 지났다.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었다. 하지만 명확한 경계선은 없었다. 어떤 이는 마음이 흔들렸다. 어떤 이는 확신에 차 있었지만, 그 확신 밑에는 불안이 깔려 있었다.


그때 다이짱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구체적인 수치를 계산해보았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다이짱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세 갈래로 나뉜 의식이 동시에 고민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괴로움이 새겨져 있었다.


"홋카이도 전체를 정화하는 데 필요한 마력을..."


그는 문서를 펼쳤다. 복잡한 계산식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인간의 생명력으로 환산하면..."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약 사십만 명의 인간이 각각 3년치의 생명을 제공해야 합니다."


시십만 명. 3년.


"우연의 일치겠지만, 현재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인간은 약 40만 명입니다."


다이짱이 계속했다.


"GHQ 잔존 병력과 그 가족들, 그리고 절멸전을 살아남은 일반 주민들이죠."


시로가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생명력 수탈은 균등하지 않습니다."


그는 새로운 마법진을 그렸다. 이번에는 여러 명의 인간 형상이었다. 크기가 다 달랐다.


"젊고 건강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 형상이 밝게 빛났다.


"노약자나 어린이는 적습니다."


작은 형상들은 희미했다.


"또한 한 번에 너무 많은 생명력을 빼앗으면..."


그는 한 형상에서 빛을 급격히 빼앗았다. 형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사람은 즉사할 수 있습니다."


회의실이 술렁였다.


"안전한 수준은..."


시로가 계산했다.


"1년에 약 2개월치가 한계입니다. 그 이상을 빼앗으면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죠. 심장 마비, 장기 부전, 급격한 노화."


그는 마법진을 사라지게 했다.


"따라서 홋카이도의 모든 인간을 동원한다 해도, 최소 36년은 걸릴 것입니다."


36년.


"매년 40만 명이 각각 2개월치의 생명을 제공한다면, 36년 후에 정화가 완료됩니다. 라...."


미유키가 정리했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36년을 버틸 수 있을까요?"


36년 후에는 페어리 인구의 상당수가 사라져 있을 것이다.


회의실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이번 침묵은 이전의 그 어떤 침묵보다도 무거웠다. 그것은 선택의 무게였다. 불가능한 선택, 해서는 안 될 선택,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될 선택의 무게였다.


다이짱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GHQ와 협상하겠습니다."


그 말이 회의실에 떨어졌다.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요정?"


한 의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로 이 길을 가시겠습니까?"


대요정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루미나를 보셨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그 아이가 어떻게 죽어가고 있었는지. 날개가 검게 변하고, 호흡이 약해지고, 생명이 조금씩 꺼져가는 것을."


그녀는 회의실을 돌아보았다.


"그런 아이들이 수천 명 있습니다. 매일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일어섰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이 있나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인간들과 협상하겠습니다. 공정한 거래를 제안하겠습니다. 그들의 동의를 얻겠습니다. 강제는 없을 것입니다.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구하겠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회의가 끝났다. 의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어떤 이는 고개를 숙이고, 어떤 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의실에는 몇 명이 남았다.


시로, 아카시, 사치코, 그리고 다이짱.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긴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시로가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서는 안 됩니다."


다른 이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입니까?"


사치코가 물었다.


"생명력 추출이라는 말을 들으시면, 폐하께서는 반대하실 겁니다."


시로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폐하는 너무 선하십니다. 너무 순수하십니다. 그것이 폐하의 가장 큰 미덕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폐하를 속이자는 말입니까?"


미유키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회의실에 남아 있었다.


"보호하는 겁니다."


아카시가 조용히 말했다.


"폐하는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엘븐하임을 떠날 때 폐하를 따른 이유는 폐하께서 다른 길을 제시하셨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세상, 더 정의로운 사회."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계속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실현하려면 누군가는 손을 더럽혀야 합니다. 현실은 이상만으로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대신 더러운 일을 하자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시로가 단호하게 말했다.


"폐하는 깨끗하셔야 합니다. 폐하는 빛이셔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림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군요."


미유키의 목소리에는 쓴웃음이 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침묵이 흘렀다.


"투표로 결정합시다."


다이짱이 제안했다.


"폐하께 구체적인 진실을 알리지 않고 진행하는 것에 찬성하는 분?"


천천히, 하나둘씩 손이 올라갔다.


시로, 아카시, 사치코, 다이짱.


미유키는 망설였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마침내 그녀도 손을 들었다.


"헬라디르시여..."


그녀가 중얼거렸다.


"우리를 용서하소서."


"그럼 이렇게 합시다."


시로가 정리했다.


"우리가 GHQ와 협상하고, 기술적 세부사항을 처리합니다. 폐하께는 '인간들의 협력을 통한 정화 사업'이라고만 보고합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기술적 기밀'로 분류합니다."


"보상 체계도 우리가 설계합니다."


아카시가 덧붙였다.


"보고서에는 '공정한 교환'이라고만 적겠습니다."


"폐하께서 직접 의식에 참여하시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사치코가 말했다.


"그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방금 선을 넘었다. 돌아올 수 없는 선을.


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필요하다고, 옳다고 믿었다. 아니, 믿으려 했다.


창밖으로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하얗게, 모든 것을 덮으며.




그리고 타이타니아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는 루미나의 병실에 앉아, 소녀의 손을 잡고,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깨끗한 하늘, 푸른 들판, 웃는 아이들.


그 꿈이 어떤 희생 위에 세워질 것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아직은.


댓글 [ 2 ]

  순천시의이모씨
  26주 전 수정됨
여왕이 결정한게 아닌게 됐네
근데 그게 더 어울리긴 함
  프레빌
  26주 전
쓰다보니 좀 안맞아서 수정좀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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